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 공감

좋은 비즈니스란 무엇일까

감옥의 노인, 다른 미래를 꿈꾸며

리서치 때문에 노인과 관련된 기사들을 자주 찾아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티 타임스에서 “일본 노인들이 감옥에 가기 위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례는 좀 충격적이었다. 나이 든 노인들이 본인의 집보다 감옥을 선택하는 것이다. 제때 밥 주고 잘 씻고 잘 잘 수 있는 보금자 릴 제공하는 건 물론, 본인을 돌보아 줄 교도관도 있으니 노인에겐 집보다 감옥이 더 낫다고 판단되었나 보다. 나이 40에 가까워지며 나이 80을 그려볼 예시가 감옥이라니 너무 서글퍼졌다. 


그와 달리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작가의 외할머니는 좀 달랐다. 사회 문제로서 접하는 노인이 아닌 외할머니의 일상을 조금 가까이할 수 있었다. 여든여섯에 처음으로 화투를 배운 할머니는 7시간을 내리 화투를 치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그녀는 앞으로 즐거운 일이 잔뜩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뻐한다. 살이 쪘다며 아들 내외 몰래 줄넘기를 하는 90세의 주인공은 사춘기 소녀처럼 나를 웃게 해 주었다. 이렇게 유쾌한 노인이 있다니! 어린아이처럼 너무 사랑스럽고 그 삶 자체가 이뻤다. 그녀의 쭈글쭈글 주름살은 고통과 연민이 느껴지기보다 호기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주늑들지 않고, 당당한, 나이에 대한 부담감일랑 전혀 없는 도전정신이 가득한 사람! 노인 하면 떠올리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숫자를 너머 공감

모모요와 달리,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잉여의 삶을 사는 노인들이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미 앞서 초고령화되어가는 일본 사례를 소개하는 “나 혼자 부모를 떠안다” 책에서 보면, 육아와 부양이 왜 비교될 수 없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아이의 똥기저귀를 갈며 더 나은 미래를 (적어도 말로는) 꿈꿀 수 있지만, 노인의 똥기저귀를 가는 것은 죽음의 그림자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 심적 어려움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책이 아닌 서비스를 위한 사용자 인터뷰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인터뷰가 반복될수록, 자기 자식인 아이에게 2시간에 2만 5천 원은 쓸 수 있지만 내 부모인 노인에게 같은 돈을 지불하기란 어렵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나이 들어간다는 건 그림자 속 어둠을 상징해야 할까. 호기심 많은 90살 할머니는 세상에 있지만 우리 사고엔 없는 것인가.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생산적인 인간으로서의 삶을 사는 모모요 같은 노인들이 많아지는 미래를 꿈 꿀순 없을까? 생각한 대로 살아진다는데 우리의 노년은 감옥뿐인가? 30-40대 우리는 부모가 아닌 본인의 노년을 그려보고 있긴 할까? 그러면 조금 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북유럽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키우는 방법”책을 보니 조금 힌트를 얻는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독립적이고, 동등한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국가 세금에 대한 개념이 크게 다르게 정의되어 있다. 세금을 게으른 빈대들에게 나눠주는 돈이 아닌, 의료보험, 유급 출산휴가, 양질의 의료서비스, 세계 최고의 교육, 대학 및 대학원의 무상교육을 보장받는 수지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들은 세금만 내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세금을 셈하는 법이 잉여의 삶이 아닌 독립된 개인을 지켜주는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으며, 내는 돈과 받는 혜택이 분명하고 간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독립적인 개인을 위한 시스템. 참 매력적이다.


나다운 평범함 속의 행복

어린아이가 처음 지하철을 타며 개찰구에 이용료를 내며 어른이 된 듯 뿌듯해하듯, 노인들도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개찰구에 이용료를 내는 것을 더 뿌듯해한다. 잉여의 삶이 아닌 생산적인 사회 일원인 개인으로 독립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이지 않을까. 우린 언제나 자기 자신이고 싶어 한다. 나다운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약하다고 해서 특별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잉여의 존재로 딱지가 붙여지는 것이 아닌. 늙어도 어려도 내가 이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좋은 비즈니스란 무엇일까로 고민하고 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닌 공감으로 시작된 비즈니스는 조금씩 다른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에게 좋은 비즈니스는 누군가에게도 언젠가는 필요할 비즈니스일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그 여정이 좋고, 그 길에서 느끼는 가슴 두근거림이 좋다. 두근거리며 일하는 것, 그게 좋은 비즈니스고, 성장하며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지만, 더더 지키고 싶다.



결국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은 현대의 개인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에 관한 믿음직한 철학인 셈이다. 구시대의 매우 부담스러웠던 여러 경제적 의무에서 해방되면 우리는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를 순수한 인간적인 유대 위에 세울 수 있다. 또한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동시에,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은 사회를 구성하는 방법에 관한 근본적인 철학이기도 하다. 이 이론은 노르딕 국가들에서 매우 다양한 정책 결정에 영감을 주었는데, 이 정책들은 중요한 단일 목표를 지향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독립과 자유와 기회를 보장한다는 목표이다. 

노르딕 사회는 공공 의료 체계를 마련하던 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노인 의료 계획을 마련했다. 즉, 세금을 통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근본적인 정부의 복지 서비스가 되도록 말이다. 주된 목표는 노인들이 가능한 한 자기 가정에서 지내도록 돕는 것인데, 이를 위해 지자체가 가정 방문 간호, 음식 배달, 집 청소, 장보기 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가족 구성원이 노부모를 직접 돌보기를 선호하는 경우, 국가가 필요하면 관여한다. 사전 지식 없이 돌보기에 나서고 비용을 치르는 대신, 부모 및 지자체의 담당자들과 상의해 최상의 해법을 얻고서 시작한다. 
- 아누 파르타넨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북유럽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키우는 방법]
모모요는 자리에서 쓱 일어나, 싱크대에서 자신이 먹은 그릇을 씻고 방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어떻게 3킬로그램을 뺄지가 모모요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식사를 하지 않으면 두 사람이 걱정한다. 그리고 간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 것도 조금 슬프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동이 제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앞으로 열심히 운동해서 원래대로 되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모모요가 선택한 운동은 줄넘기였다. 문방구 아주머니는 설마 모모요가 사용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도 자신의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여자아이니까 분홍으로 줘요."하고 분홍색을 사왔다.

몇 판 치는 동안, 화투는 모모요의 손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모모요는, "이렇게 재미있는 게 세상에 있었냐." 하고 감동조차 했다. 도박사가 눈을 번쩍거리며 돈을 움켜쥐고 도박장에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미있지, 게다가 돈까지 벌지, 이보다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한판 더, 한판 더, 하고 판을 돌리는 사이 시곗바늘은 어느새 새벽 세시를 지났다. 
- 무레 요코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매거진의 이전글 3. 숫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