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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컴퍼스 Mar 04. 2020

#11. 코로나바이러스는 크루즈에서 더 위험하다?

크루즈 안 위생 방역 체계

요즘은 온라인, 오프라인 어디서든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 곳이 없다.  


바로 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단순히 중국 우한에서 발견되었던 폐렴이라고만 생각했던 우한 폐렴은 이제 한 달을 넘어선 시점에서 중국은 물론 가까운 대한민국,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공포의 전염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때문에 세계 경제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제조업, 운송업은 물론 대부분의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지만 그중 출입국을 제한하고, 자가 격리를 시행할 정도로 쉽게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행업이 입은 직접적인 타격은 감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게다가 매일 취소, 변경되는 항공편, 여행상품으로 인해 바쁜 날을 보내는 여행업에 2월 초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건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 되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어떤 크루즈 선사는 일찌감치 항차를 취소하고 운항을 중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크루즈 선사들은 검역을 강화하고 중국에서 온 승객의 승선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며 정상적으로 항차를 운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 이후,  승객들의 적극적인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크루즈선 입국을 거부하는 부두가 늘어남에 따라  운항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운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 크루즈의 정상적인 운영은 쉬운 일이 아니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운항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크루즈 소식을 업데이트하는 Cruise Industry News에는 각 선사들의 항차 취소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금 크루즈 선사가 겪고 있는 더 큰 문제는 항차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도, 그로 인해 겪는 하루 몇 백만 달러의 손실도 아니다. 취소한 항공 티켓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만 다시 구매할 수 있고, 가고 싶었던 해외여행도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다시 계획하면 된다. 하지만 크루즈 산업에서는 이 예측에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다. 바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사건 이후 크루즈라고 하면 공포의 크루즈선, 죽음의 크루즈선, 떠다니는 병원이라는 자극적인 말로 기사를 쓰고 크루즈선과 사건을 형용했던 단어들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크루즈라고 하면 ‘안전한 곳이 아니다.’라는 이미지가 심어졌기 때문이다. 이 이미지의 타격은 바이러스가 잠잠해진다고 해도 쉽게 회복이 되지 않을까봐. 그것이 크루즈 선사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이며 타격인 것이다.    


그렇다면 크루즈 안은 정말 안전하지 않은 곳인가?


크루즈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크루즈 안에서 얼마나 안전을 제일로 생각하는지.


물론 바다 위에 오랫동안 떠다닌다는 이유로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육지로부터 긴급 구조를 받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며, 위험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은 크루즈뿐만 아니라,  항공기도 마찬가지이고,  육지에 있는 어느 곳도 그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항공기나 크루즈는 승객들이 생각하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안전에 신경을 쓰고,  철저히 관리한다.  

위생도 마찬가지이다. 크루즈 안에서는 승객의 밀집도도 높은 데다 다수가 참여하는 이벤트들이 많고 접촉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육지에 있는 건물에서 보다 더 위생 점검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글로벌 크루즈는 VSP (Vessel Sanitation Program, 선박 위생 프로그램)과  USPH(United States Public Health, 미국 공공위생 표준)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 센터와 미국 공공위생서비스에서 만든 규정으로 크루즈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질병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방안들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다. 그리고 크루즈에서는 이 규정들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다.


CDC 웹사이트에서는 VSP의 내용과 각 크루즈선별로  CDC에서 진행한 인스펙션의 날짜와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크루즈 선사별로 OPP(Outbreak Prevention Plan, 질병 사고 예방 방지 플랜)과 같은 자체 위생방역 프로그램도 있다. OPP에는 3개의 레벨로 나뉘는데,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위생 점검의 횟수, 강도가 높아지며, 방역을 강화하여 질병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크루즈 안에서 많은 CCTV를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크루즈 안에서 감기, 설사, 열과 같은 증상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OPP는 레벨 1로 서 직원들이 시간에 맞춰 크루즈 안 시설의 살균, 소독을 한다. 아마 크루즈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크루즈 내 곳곳에서 시설물들을 닦고 소독하는 직원들을 보았을 것이다. 승객들의 공공장소를 소독하는 직원뿐만 아니라 크루즈 안의 모든 승무원들은 각자 맡아 소독해야 하는 섹션이 있고,  섹션별로 소독을 해야 하는 횟수, 레벨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 소독약의 종류를 자세히 알고 시행한다. 그리고 크루즈 안의 승객들은 작은 증상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 메디컬 센터에 보고를 해야 하며 만약 그 증상이 설사나, 독감과 같은 전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증상일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격리를 하거나, 활동을 제한한다. 이러한 질병 케이스가 승객, 승무원들의 수를 합쳐 전 탑승객의 0.5 %에 달하거나 혹은 6시간 이내 6명의 케이스가 발생했을 때 OPP의 레벨은 2로 높아지며 따라서 크루즈 내 시설들의 살균, 소독의 횟수를 높이고, 승객 간의 움직임을 제한하기도 하며, 질병의 확산을 철저히 감시한다.  물론 크루즈에서는 질병 케이스가 발생하던 하지 않던 매일 크루즈 밖, 즉 육지에 위치한 운영팀에게 보고를 하고, 육지의 운영팀 역시 케이스의 변화를 함께 모니터링한다.  


크루즈의 사이즈에 따라 다르겠지만 로열캐리비안의 스펙트럼호 (16만 8천 톤)를 예를 들어 말하면, 스펙트럼 안에는 총 60곳의 Sanitization station , 즉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거나, 손을 씻을 수 있는 장소가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손을 자주 씻자는 문구와 알림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고 손을 자주 씻자는 메시지를 담은 Wash Your Hands 나 Washy Washy 노래는 지겹도록 들을 수 있다.   

로열캐리비안 크루즈의 Wash Your Hands


이처럼 크루즈 안에서의 위생은 크루즈 안, 밖으로 철저히 모니터링을 하고,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함께 지켜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크루즈는 지난 몇십 년을 안전하게 운항하여 왔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정말 전례에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이는 크루즈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발병을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지금 청도 대남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고 대부분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프린세스 크루즈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각 부서의 대표들이 승객들에게 사건의 진전, 소식 업데이트를 해주었다.

프린세스 크루즈에 확진자가 나왔을 때에만 해도 이 바이러스에 대해, 감염의 경로에 대해,  확산의 방지법에 대해 어느 누가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했다.  프린세스 크루즈에서는 요코하마에 정박하고 있었고,  당시 정박했던 지역 당국의 처리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부의 느린 대처 방식과 제한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프린세스 크루즈는 승객과의 접촉을 제한하고, 룸서비스로 식사를 제공하고, 객실 TV를 통해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외출시간을 객실층 별로 나누어 정하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로 프린세스 크루즈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선사들 역시 기존의 질병 예방 프로그램에 코로나 바이러스 정도의 바이러스 레벨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강력한 예방법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역시 크루즈뿐만 아니라 모든 시설물, 단체가 함께 생활하는 곳이라면 신경 쓰고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다준 피해도 있지만, 피해의 과정에서 결과를 통해서 우리가 얻는 배움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우리가 끝에 가까운 곳에 와있기를 바란다.


Written b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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