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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컴퍼스 Mar 26. 2020

#14. 점점 화려해지는 크루즈의 스위트

대중적인 크루즈에 럭셔리함을 얹다




커다랗고 멋진 문을 열자 그랜드 피아노가 보인다. 지문 한 점 묻어있지 않고 반짝반짝한 피아노 뒤로는 시드니항의 바다가 눈부시다. 꽃망울이 아름다운 생화가 가득하게 꽂힌 화병이 있는 테이블 옆에 <컨시어지 서비스 안내 바인더>를 올려둔다. 그리고 뒤를 돌아 바에 진열된 컵들과 와인 글라스의 상태를 꼼꼼히 본다. 진열장의 유리 바닥을 손가락으로 쓸어본다. 먼지 한 톨 없이 말끔하다. 통과. 이번엔 욕실로 향한다. 넉넉하게 커다란 둥근 욕조. 반듯하게 접혀 욕조에 걸쳐져 있는 통통한 타월. 끝이 삼각형 모양으로 접혀있는 화장지.

욕실의 또 다른 문을 통과해 마스터 베드룸으로 들어간다. 망망대해와 어울리는 느낌의 커다랗고 튼튼한 킹사이즈 침대는 새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끝나 있다. 구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하얗고 푹신한 이불이 탱탱하게 펴져서 정리되어 있고, 베개와 쿠션들도 각이 잘 잡힌 채로 크기에 맞게 놓여있다. 가볍게 통과. 거실로 다시 나와 캐비닛들을 하나하나 열어본다. 삐그덕거리거나 헐거운 도어가 있다면 수리 기사를 불러 빠르게 해결할 참이다. 다행히 오늘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 발코니를 둘러본 이그제큐티브 하우스키퍼(Executive housekeeper 하우스키핑 총괄자)도 만족한 얼굴이다. 출항을 앞둔 아침 열한 시, 보딩 데이 로열 스위트 인스펙션(Boarding day Royal suite inspection)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어떤 객실을 선택해야 할까? 


여행의 특성을 생각해봤을 때 크루즈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특별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객실을 선택할 때 더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사실 예산이 넉넉하다면 "이 배에서 가장 좋은 룸으로 주시오!"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럴 때는 “나는 어떤 여행자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쉽다. 객실은 잠만 자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렴한 인사이드 룸(창문이 없는 안쪽 방)이나 오션뷰룸(창문이 있는 방)을 예약하고, 배의 시설을 최대로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사실 친구들과 처음으로 마이애미 크루즈를 탔을 때 우리가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마도 옷을 갈아입어야 할 때, 또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녹초가 되어서 잠을 자러 들어갈 때뿐이었다. 사실 공간이 좀 좁아서 그렇지 완벽하게 깨끗하고 아늑한 객실이었다. 그러나 조용하게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객실에서 평화롭게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을 하는 것을 크루즈의 묘미로 꼽는다면, 단연 발코니 이상의 객실을 예약하는 것을 권한다. 그중에서도 스위트룸에서 묵는 경험은 말 그대로 케이크 위의 체리(cherry on top)처럼 몇 배의 특별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물론 예산도 몇 배로 잡아야 하겠지만. 


스위트룸을 예약했을 때의 혜택은 선사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우선 체크인, 승선과 하선, 업그레이드된 어메니티, 각종 쇼나 액티비티 우선 예약 또는 우선 입장, 그리고 스위트룸의 종류에 따라 컨시어지 서비스, 라운지 출입, 인터넷과 음료 패키지, 버틀러 서비스 등의 혜택이 추가로 있다. 선사나 배의 크기에 따라 스위트 게스트만을 위한 전용 식당과 수영장이 있는 곳도 있어서 좀 더 프라이빗 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Regent Seven Seas Cruises 의 리젠트 스위트   @출처 rssc.com



이렇게 함께 따라붙는 혜택도 혜택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스위트룸 그 자체이다. 일단 럭셔리 선사 중 하나인 Regent Seven Seas Cruises의 리젠트 스위트는 일인당 1박 6000달러를 호가하기도 한다. 배의 14층에 위치한 리젠트 스위트는 2,917 스퀘어피트(약 81평)로 미국인의 평균 집의 크기보다도 넓은 평수이다. 모든 것이 가능하면서도 한정적인 배 안에서 그런 공간이라니. 게다가 안에는 250,000달러가 넘는 스타인웨이 아라베스크 피아노가 놓여 있으며 방 안 곳곳은 한정판 아트 컬렉션 등으로 꾸며져 있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크루즈 스위트 중 하나이니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이상 기분 좀 내자고 쉽게 예약할 수 있는 급은 아닌 건 확실하다. 아무튼 초특급 럭셔리 크루즈가 있다면 그 안에서도 초호화 럭셔리 스위트도 있는 게 당연지사



Regent Seven Seas Cruises의 리젠트 스위트   @출처 rssc.com



자 그럼, 이제는 눈을 돌려서 보다 대중적인 크루즈 선사의 스위트를 살펴보자. 스위트룸들은 대부분 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높은 층에 자리한다. 로열캐리비안의 경우 비교적 최근 건조된 배들(얼루어호, 하모니호, 오아시스호, 심포니호, 앤텀호, 오베이션호)의 스위트룸과 그에 따른 서비스가 이전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것을 볼 수 있다. 럭셔리하기보다는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느낌에 가까웠던 내부 인테리어를 확 바꿔서 보다 모던하고 트렌디한 멋을 강조했다. 로열 스위트 클래스는 다시 Sea Class, Sky Class, Star Class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에서도 Star Class는 앞서 말했던 와이파이와 각종 드링크, 스페셜티 레스토랑, ‘로열 지니(Royal Genie)’라고 불리는 버틀러 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올인크루시브라고 할 수 있다. 




로얄캐리비안의 로얄 로프트 스위트와 로얄 패밀리 스위트    @출처 rccl.com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어떤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지니는 로열캐리비안이 선보이는 버틀러 서비스이다. 그동안의 컨시어지 라운지 서비스가 어벤저스 급이었다고 하면 로열 지니는 말 그대로 지니. 당연히 한 차원 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컨시어지가 스무 개가 넘는 스위트룸을 전반적으로 담당했다면, 회사가 지원하는 영국 버틀러 학교(British Butler Institute)에서의 수업과 트레이닝을 성공적으로 마친 로열 지니는 스타 클래스의 3-4개의 룸을 전담하여 게스트의 승선부터 하선까지 모든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짐 가방을 싸고 푸르는 것을 돕는 것부터 각종 쇼와 액티비티 우선 입장, 기항지 도착 시 우선 하선, 개개인에 맞춘 쇼핑과 관광에 대한 안내 등은 기본이다. 이뿐이 아니다. 로열 지니 서비스의 매력은 게스트 한 사람 한 사람을 꿰뚫어 퍼스널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크루즈 여행을 개개인에게 가장 편안한 맞춤형 여행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에 있다. 어떤 요청이든 마법처럼 뚝딱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로열 지니의 몫이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로얄지니   @출처  cruisepassengers.com.au   




바다 위에서 인터넷이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기했던 때가 있다. 아니, 이렇게 크고 무거운 쇳덩어리가 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태우고 망망대해를 자유로이 끊임없이 항해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아 배를 타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요술램프의 지니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따라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으며, 크루즈 또한 재미와 변화를 찾아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스위트의 최상급 룸, 최고의 서비스에 이런 기술과 재미가 덧입혀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Written by H 

@jayeo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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