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지만 혜택은 모두 받아 챙기자.
축하합니다! 임신하셨어요!
우리나라는 초음파로 태낭(아기집)이 관찰되면 임신으로 진단하며, 임신 진단되는 순간 할 일이 많아진다. 임산부 등록도 해야 하고, 여러 검사도 받아야 하고, 혜택도 모두 받아 챙겨야 한다.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에서는 출산 코디네이터를 가장한(?) 태아보험 설계사분께서 임신 초기 진단 이후 해야 할 일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주셨지만, 이런 정보를 쉽게 얻기 어려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글을 남긴다.
관할 보건소에 방문하면 임신 초기 산전검사 중 기본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산전검사는 다니고 있는 산부인과에서도 받을 수 있지만,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무료 검사 항목을 제외하여 검사를 받는다면 산부인과에서의 검사 비용을 2~3만 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검사 결과는 7일 뒤 온라인에서 확인 가능하고, 병원에 올 때 해당 결과지를 출력해서 가져오면 된다. 나는 보건소 산전검사를 받은 다음 날, 산부인과에서 보건소 항목을 제외한 산전검사를 추가로 받았으며, 다음 내원일에 두 결과지를 주치의 선생님께서 같이 보고 설명해주신다고 하셨다.
산부인과 검사의 경우 검사 다음날 바로 전화가 와서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나는 다행히도 모두 정상, 수두 항체는 없었다. 어렸을 때 걸린 그게 수두가 아니었구나... 수두 백신은 임신 중에는 맞을 수 없어서 출산 후 아기와 산모가 같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하셨다.
보건소 산전검사의 경우 코로나 상황으로 보건소마다 산전검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예약제/요일제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나는 유선 예약 후 방문했다. 그리고 직장에서 4주에 한번 사용 가능한 태아검진휴가를 사용하여 다녀왔다.
관할 보건소에 임신부 등록을 하면 임신 축하금(지역화폐), 엽산제, 철분제, 임산부 배지, 주차 스티커 등을 받을 수 있다. 엽산제는 12주까지 먹을 분량을 주는 듯하다. 철분제는 임신 20주 이상일 때 추가 방문해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임산부 배지의 경우 보건소뿐만 아니라 각 역사의 역무실에 방문하여 임신확인서/산모수첩을 제시하면 받을 수 있다. 주차 스티커는 관내 공영주차장 이용 시 50% 할인 및 임산부 주차석에 주차 가능하며 이는 임산부가 운전 또는 동승 시에만 가능하다.
나는 이미 경차를 보유 중이라 별 쓸모는 없었다. 차량번호가 적혀있기 때문에, 9개월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 중형차가 출고되면 이 차를 위해 다시 받으러 와야 할 듯하다.
보건소에 갈 시간이 없다면, 정부24에서 '맘편한임신' 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에서 신청하고 착불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데, 지자체에서 임신 축하금을 지급하는 경우, 직접 방문해야 할 수도 있다.
22년도부터 단태아의 경우 100만원, 다태아의 경우 140만원이 바우처로 지급된다. 출산 후 2년까지 병원, 약국 등 모든 요양기관에서 사용 가능하다. 출산 이후에는 출생신고 시 첫만남이용권으로 22년도 이후 출생아 기준 200만원의 바우처가 추가 지급되며, 이는 유흥, 사행, 레저, 면세점 등을 제외한 전 업종(온라인 포함)에서 사용 가능하다.
맘카페 등에서 얻은 정보로, 신용카드 형태인 국민행복카드를 특정 사이트들에서 발급받으면, 바우처 금액 외에 일정 금액 사용 시 사은품을 얹어준다. 나는 아기띠를 선물로 받기로 선택했고, KB국민카드를 발급받았다. 발급월 다음 달에 일정 금액을 사용하고, 그 다음 달에 사은품을 수령하는 형식이다.
신용카드 형태 외에도 체크카드 형태로도 발급 가능하다. 카드를 발급받고 각 카드사 유선, 홈페이지, 앱 또는 건보공단 홈페이지 등지에서 지급금 신청을 별도로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 보장하는 임신기 근로자 근무시간 단축 제도를 반드시 활용하자.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임신부가 사용 가능하며, 일 최대 2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다. (단축한 근무시간이 6시간 이상이어야 함) 당연히 임금은 삭감되지 않는다. (유급)
이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이 제도를 사용하는데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음에도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마음의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사용하면 회사에도 일정 금액이 지급되고, 임신부가 이 제도를 신청하였는데도 거절하면 회사는 벌금을 내야 한다.
나는 원래 근무시간이 8to5였고, 이 제도를 사용하여 8to3로 근무시간을 변경했다. 혹시나 급한 일이 있을 때 (출혈이 있는 등 유산의 조짐이 보일 때) 빠르게 병원에 갈 수도 있고, 3시는 차가 덜 막히는 시간이라 퇴근에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나도 임신을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배도 나오지 않은 초기 임산부가 그렇게 힘들까 생각했었는데, 정말 힘들다. 별로 움직이지 않아도 너무 피곤하고 잠이 쏟아진다. 게다가 입덧까지 하면 온종일 멀미하는 느낌, 또는 숙취에 찌든 느낌으로 반나절만 책상에 앉아있어도 지친다.
버텨보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고, 임신부의 삶의 질에 대해 별 관심 없어 보이는 이 나라가 이 제도를 법으로 보장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자.
나는 이번 해엔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을 가입했다. 나름 손해보험회사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의 팁을 보태자면, 자동차보험은 적당히 Major인 회사에,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서 만든 '보험다모아'라는 사이트를 활용하여 최저가의 손보사에서 다이렉트로 가입하는 게 좋다. 적당히 Major 여야 하는 이유는 사고나 차량 고장 등 긴급출동 시, 너무 소규모 회사를 선택하면 거점이 적어 출동 시간이 대규모 회사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 나는 삼성, DB, KB손보를 이용해봤는데, 긴급 출동의 경우 DB, KB를 이용해봤고, 둘 다 출동 시간은 비슷하게 느껴졌다. 보험다모아를 이용하는 이유는 가격비교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이 시스템을 싫어했던 것도 비싸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에...)
임신 후 자녀 할인 특약에 가입하는 것은 계약 변경에 해당한다. 각자 가입한 다이렉트 손보사 홈페이지에서 계약 변경 메뉴에 특약 변경 등을 찾아보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내가 손해보험회사에 다닐 때 이 특약이 손보사들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등장했었는데, 손보사는 손해율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 어떻게 하면 운전자가 사고를 안 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임신했거나, 어린 자녀를 둔 운전자가 운전을 조심히 할 거라는 아주 당연한 생각에서 출발한 특약인데, 실제로 그런 운전자들이 손해율이 낮다고 한다. 그래서 손해율 낮은 고객들을 더 모으기 위한 특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젠 거의 모든 보험사에서 이 특약을 제공하고 있다.
아무튼, 임신 확인서가 발급되는 대로 이 특약엔 반드시 가입하도록 하자. 효력 발생일로부터 남은 가입기간까지 특약을 적용해 차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추가로 고려해볼 만한 것은 태아보험이 있다. 손보사에 근무했었지만 보험은 정말 아직까지 모르겠고, 믿을 수가 없다. (심지어 전 직장 동료들도 태아보험은 가입 안 한 것 같다.) 우리는 조금 더 고민해보고 가입하기로 하여 본 글에서는 태아보험과 관련된 내용은 생략했다.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의 특약으로, 보통 심장소리를 들려주는 8주 전후로 가입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하며 (가입 성공률은 올라가고 보험료가 저렴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는 꼴일 수 있다..) 임신, 출산 과정에서 태아 또는 산모에게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해 보장한다. 태아보험에 가입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입한다면 이후 알아본 내용을 남기도록 하겠다.
임신 진단 이후, 축하받기도 바쁜데 해야 할 일은 정말 많다. 체력이 떨어져 내 집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서 귀찮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혜택은 꼭 받아서 임신 초기 고생하는 산모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