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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May 27. 2022

[7주차 임신일기] 입덧약은 왜 보험이 안 되나요?

입덧약의 효과는 대단했다. 그리고 가격도 대단했다.

6주 차, 단축근무를 시작했다. 지옥의 입덧이 시작됐다.

7주 차, 아기 심장소리를 들었다. 입덧약으로 삶의 질이 상승했다.


온종일 멀미하는 느낌 또는 숙취에 찌든 느낌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나면 아무리 단축근무를 한다고 해도 집에 오면 지쳐 쓰러지기 바쁘다. 임신하면 꾸준히 운동해야지 생각했던 건 그저 생각으로만 남고, 나날이 떨어져 가는 체력과 매일같이 잃어가는 근육에, "피곤함 → 운동 안 함  → 근손실  → 피곤함"의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번 주 내내 생각했다. 이번에 병원에 가면 반드시 입덧약을 받아올 거야!



5월 20일 금요일 (7주 1일)

보건소에서 임산부 등록 및 임신 초기 산전검사를 받기로 예약한 날이다. 현재 근무시간인 8to3에서, 태아검진휴가(시간근태)를 사용하여 오후 반차를 만들었다. 차로 40분가량 달려 관할 보건소에 도착했다. 여전히 보건소 앞마당은 코로나 선별 진료소가 있었지만, 이전만큼 사람이 북적이진 않았다. 보건소 2층에 있는 모자보건실로 향했다.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지자체 임신축하금(지역화폐)을 수령했다. 그리고 임산부 배지와 임산부 주차증, 그리고 남은 임신 초기 기간 동안 먹을 분량의 엽산도 받았다. 절차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옆에 있는 검사실에서 채혈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5월 21일 토요일 (7주 2일 → 7주 5일)

산부인과 검진이 있는 날이다. 특히 오늘은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 날. 기대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향했다. 접수를 하고 예진실로 갔다. 체중을 쟀는데, 입덧이 있지만 먹는 양이 아주 줄지는 않았고 운동도 하지 않아서인지 체중이 그대로였다. 아마도 내 근육이 지방으로 바뀌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혈압은 이전보다 조금 높았지만 정상. 특이사항이 있냐고 물으셨을 땐 입덧이 있어 약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조금 대기한 뒤, 의사 선생님을 뵙고 초음파를 봤다. 오늘도 질초음파였다. 이전보다 확실히 커진 아기집과 그 안에는 아직은 꼬리가 달린듯한 올챙이 같은 아기가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기의 심장이 있었다. 초음파를 보고 난 후 보호자인 남편과 함께 진료실로 이동했다. 

아이의 크기로 분만예정일 및 주수를 계산하는데, 7주 5일로 주수가 바뀌었고, 주수는 다음 주의 아기 크기로 정확히 정해진다.

아기의 크기, 모양, 심박수 모두 정상이다.

피고임이 조금 보이나 (초음파 상으로 아기집 주변 어두운 부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예방 차원에서 질정을 처방해 줄 테니 2주간 사용하고 변화를 보자.

어제 검사한 보건소 산전검사 결과지를 다음 진료 때 가져오면 오늘 진행할 병원 산전검사와 함께 결과를 보자.

진료가 끝나고,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마친 뒤 처방전을 받아 들고 약국으로 향했다. 처방받은 약은 입덧약 디클렉틴과 미분화 프로게스테론이 담긴 질정 유트로게스탄 질좌제로 총 두 가지였다. 그런데, 둘 다 비급여였다. 왜??? 

2주 치 약을 조제받고 지불한 금액은 71,020원이었다. 하루에 약 5천원. 건강한 산모와 아기를 위해선 아깝지 않은 금액이라고 해도, 2주 더 처방받는다고 하면 한 달에 14만원 이상 되는 금액이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라고 광고를 해대면 무엇하나, 입덧을 줄여주는 약은 산모의 삶의 질과 직결되고, 유산을 예방하는 약은 안전하게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데, 비급여라 예비 부모들의 부담이 크다. 이 나라의 정책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날 병원비와 약값으로 15만원 가까이를 지출했다. 물론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임신/출산의 전 과정을 생각하면 바우처 100만원이 그리 넉넉한 금액은 아니다.

입덧약에 대해서 나의 최애 유튜브 채널 '우리동네산부인과, 우리동산'의 세 분 의사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사실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흔히 처방해주는 입덧약의 제품명은 '디클렉틴'이라고 하는 약으로, 항히스타민제(독시라민숙신산염)와 비타민B6(피리독신염산염)를 혼합한 약제이다. 입덧에 좋다고 하던 항히스타민제와 비타민B6를 합쳤는데, 따로 먹은 것보다 효과가 더 좋고, 아주 오래전부터 안전성을 확립한 약품으로 산모들이 먹어도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얼마나 안전하냐면, 받기 정말 어렵다는 FDA A등급을 받았다. A등급을 받으려면 인간에게 실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에게서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디클렉틴은 3~40년 정도 된 약으로 장기간 연구가 되었기 때문에 산모들이 걱정하지 않고 복용해도 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복제약이 출시되어 가격이 좀 싸졌지만, 여전히 가격 부담이 있는 편이다. 심지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급여로 한알에 15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약국마다 가격 상이, 조제비는 별도...) "한알에 1500원 정도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입덧은 보통 5~6주쯤 시작되어 16주 정도까지 지속된다. 하루에 두 알씩 먹는 것이 보통 용법이므로 한 달에 84000원 이상 (조제비는 별도이므로...) 든다. 내가 두 알로 증상이 많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면 이의 두배가 든다는 이야기다. 2달 정도 먹는다고 하면,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입덧이 심한 산모들은 분만 시까지 이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비급여 약제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약의 부작용으로는 졸릴 수 있어서, 이럴 경우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근데 사실, 임신 초기는 원래 졸리다... 용량의 경우, 1알만 먹어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4알까지 먹어도 여전히 메스껍다는 사람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증상이 많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너무 참지 말고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처방받아 먹어보는 게 좋다.
유튜브-우리동네산부인과, 우리동산

같이 처방받은 유트로게스탄은 미분화 프로게스테론이 들어있는 질정으로, 질염으로 고생해본 적 있는 여성이라면 사용해봤을 수 있는 바로 그 질정이다. 나도 질염에 걸렸을 때 질정을 사용해봤지만, 제대로 삽입하기가 아주 어렵다. 나는 몰라서 못 받았는데, 약국에 어플리케이터를 달라고 요청하면 준다고 하니, 손으로 넣는 게 어려운 사람은 어플리케이터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의사 선생님께 질정을 제대로 삽입해본 적이 없다고 하니, 깊숙이 넣는 것이 좋지만, 어렵다면 손가락 한 두 마디 정도만 넣고 바로 누워있으면 흡수된다고 하셨다. 깊게 넣으려고 하다가 출혈이 생기는 것보다 낫다고... 흡수되고 남은 것들은 질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패드를 착용하고 자는 것이 좋고, 다음 날 소변을 볼 때 하얗거나 누런 찌꺼기 같은 것들이 나올 수 있는데 자연스러운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분화 프로게스테론을 처방해주신 이유는, 프로게스테론은 황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자궁 내막이 증식하도록 하여 착상을 용이하게 하고, 임신 유지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자연임신 시 초기 유산이 되었다 함은 대부분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므로 이러한 유산은 어떤 치료로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호르몬이 부족한 여성이 절박유산으로 진단받았거나, 황체기 결함에 의한 반복유산일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절박유산 (Threatened abortion)
임신 20주 이전에 질출혈이 동반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임신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태아가 뱃속에서 사망하는 계류유산 등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특별히 알려진 원인은 없으나 약 20~25%의 임산부에서 임신 20주 전에 출혈을 경험한다. 이중 약 반이 자연유산으로 임신을 종결하게 된다. 절박유산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없다. 1~2주 간격으로 질초음파를 포함한 추적관찰이 필수적이며, 안정을 취하는 것이 추천되나 대부분의 경우 안정을 취한다고 해서 절박유산의 경과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초음파 상에서 피고임이 보인다고 하시기에, 조금 걱정을 했지만 나는 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워킹맘이고, 절대 안정을 취하기엔 서있거나 앉아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주치의 선생님께 설명해주신 피고임에 대해서 재차 물으니, 다음번에 확인했을 때 피고임이 더 커지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하셨고, 갈색 분비물이 조금 나오는 건 괜찮지만 그 양이 많거나, 빨간 피가 보인다면 병원으로 와야 한다고 하셨다. 

왼쪽부터 머리, 몸통, 엉덩이. 1.22cm가 된 써니

요즘은 병원들에서 초음파 본 전체 영상을 휴대폰 앱으로 전송해준다. 나도 병원에서 알려준 앱을 설치해 초음파 영상을 내려받고, 아기의 심장소리 부분을 잘라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우렁찬 써니의 심장소리, 계속 그렇게 열심히 뛰어줘!


5월 22일 일요일 (7주 6일) 

처방받은 입덧약을 전날 자기 전 먹어서인지, 아침부터 컨디션이 괜찮았다. 평소 같았으면 일어나자마자 뭐라도 입에 쑤셔 넣어야 속이 편하고, 하루 종일 멀미하는 상태로 지냈어야 하는데, 메스꺼운 느낌이 블러 처리된 듯 내 감각에서 멀게 느껴졌다. 역시 효과가 있구나!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거의 대부분 풀리면서, 극장가도 활기를 띄었다.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갔는데 자리가 꽤 다 차있었다. 킬링타임 용으로 딱 좋았던 영화, 마동석은 역시 강력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피곤함에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남편은 일이 바빠 주말 출근을 했는데, 혼자 남겨진 나는 잠에서 깨 그냥 별다를 것 없이 TV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톡으로 부고 소식이 전달됐다. 우리 팀에서 같이 일하는 책임님의 부고 소식이었다.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다. 책임님의 가족 상인데 오타로 잘못 온 게 아닌가? 카톡방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의심하고 있었는지, 누군가가 오타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놀란 마음에 손이 떨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전화를 돌렸다. 모두 통화 중이었다.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남편이 차를 가지고 출근한 바람에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나도 너무나 당황하고 실감이 나지 않아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책임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나랑 업무적으로 크게 연관이 있진 않았지만, 우리 팀에서 팀장님 다음의 역할을 하던 사람이었다. 며칠 전에는 회사생활에서의 마지막 진급을 축하하며 책임님이 진급 턱을 쏘시는 자리에서 거나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축하했었다. "저는 정말 오래오래 직장생활 할거거든요. 책임님은 벌써 최고 레벨을 찍으셨지만, 저랑 오래오래 같이 10년 20년 더 직장생활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임신 중으로 체력이 부족해 회식자리에 끝까지 남아있지 못한 게 더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 마디라도 더 대화 나눠볼 걸. 

책임님은 항상 친절했다. 나랑 나이 차이가 15년 정도 나고, 팀장님 다음이었지만 전혀 부담되는 스타일이 아니셨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아니었다. 나와도 곧잘 스몰톡을 나누거나, 술자리에선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편했던 사람이, 나의 임신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던  사람이, 지난 금요일까지만 해도 보통의 인사를 나눴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에 없어졌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가족을 병으로, 노환으로 잃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누군가를 잃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마음의 준비랄 것 없이 한순간에 그의 빈자리만 남은 것이다. 그는 아내와, 세명의 아들과, 다른 가족들과, 그리고 직장에서의 가족인 우리들을 남긴 채 하늘로 떠났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자리에서 일어서면 보이는 책임님의 옛 자리에는 하얀 꽃다발이 놓여있다. 정말 좋은 사람이었던 책임님, 누군가의 존경과 의지를 받고 있던 책임님이 하늘에서는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람이 되어 꽃이 되어 우리 곁에 항상 남아주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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