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구입하기, 책 고르기 그리고 아직은 평온한 일상
사실 이 숫자는 나에게 금주(禁酒)까지의 남은 시간으로 가장 격하게 다가오는데, 이것은 마치 보복 소비 같은 심리랄까? 최근 가까운 지인들과는 나의 금주 예정일(?)을 미리 공유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한에서 신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술자리를 연달아 가졌다.
그래도 나는 엄마가 되고 싶은 예비 임산부다. MBTI 중 판단형, J중의 J를 포함한 성격유형인 나는 계획을 매우 중요시한다. 임신 3개월 전부터 챙기면 좋은 영양제도 미리 구입하고, 더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여러 서적도 구입했다.
영양제를 알아볼 때는 정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쓸모 있는 정보를 건져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산부인과 전문의와 약사의 직강을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전문가의 책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엽산이다. 엽산은 '엽'은 엽록소의 '엽'이다. 푸른 이파리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녹황색 채소를 생으로 먹을 때 흡수할 수 있는 영양소이다. 수용성 비타민의 한 종류이며, 비타민B9, 폴산 등으로도 불린다. 일일 적정량은 400 마이크로그램, 0.4mg이다. 임신 준비 중인 여성이나 임산부에게는 0.6~0.8mg을 섭취하길 권하며, 비타민B6와 B12와 같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임산부용 비타민에는 이런 조합들이 적정량으로 잘 함유되어 있으니, 처방에 의해 과용량을 복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독 영양제보다는 임산부용 종합 비타민을 잘 챙겨 먹으면 된다. 학교에서 배웠다시피 수용성 비타민은 기준치보다 과량 섭취해도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엽산이 필요한 이유는 엽산이 아미노산과 핵산의 합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특히 디옥시리보핵산, 우리가 잘 아는 말로 DNA의 복제에 관여하기 때문에 세포분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임신 초기의 태아 뇌신경과 척추신경 발달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임신 초기에 엽산을 영양제의 형태로 추가 섭취하기를 병원에서도 권장한다. 자연식으로 섭취하자면, 시금치에 다량의 엽산이 함유되어 있기는 하나, 권장량을 섭취하려면 매일 시금치를 5컵이나 생으로... 먹어야 한다. 채소에 함유된 엽산은 조리 시 대부분 파괴되기 때문이다.
엽산은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세포분열에 관여하기 때문에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에게도 복용이 권장된다. 우리 부부는 남편의 경우, 복용하고 있는 종합 비타민에 포함된 엽산 함유량을 확인하니 일일 권장 섭취량을 포함하고 있어, 그대로 챙겨 먹기로 했다. 남편은 당연히 아내의 임신이 확인된 이후에는 엽산 복용이 필수는 아니며, 그래도 영양제를 잘 챙겨 먹는 건 건강과 활력,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되므로 잘 챙겨 먹도록 하자. 곧 엄청난 육아 월드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포털 사이트에 엽산, 임산부용 비타민 등을 검색하면 수도 없는 정보와 블로거의 광고가 쏟아진다. 그리고 엽산 말고도 챙겨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이 윽박지르는(?) 홍보 글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대부분의 의사, 약사 선생님들이 권하는 것처럼 임산부용 비타민으로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사 먹기로 했다. 유기농이고 어쩌고, 부형제가 안 들었니 어쩌니, 임신 준비에는 이 제품이 훨씬 좋다느니, 나는 그런 마케팅에 안 넘어갈 거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약국 비타민을 가장 저렴하게 팔기로 소문난 약국에 퇴근 후 방문했다. 원래 챙겨 먹던 비맥스 메타를 남편용으로 구입하고, 임신 준비 중인 여성임을 설명하고 임산부용 비타민을 추천받았다. 내가 사 온 것은 엘레비트라는 영양제로, 100정을 1박스로 판매하며, 예전에는 직구해서 먹었다는데 요즘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비맥스 메타보다 비싼 값을 주고 샀으니, 일반 약국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비쌀 것으로 예상이 된다.
다음으로는 내가 구입한 책 목록이다. 업무 중 자체적으로 쉬는 시간에 다소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했는데, 구매한 세 권 중 한 권을 먼저 읽고 있고 아주 추천할만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를 통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꿀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유튜브는 '우리 동네 산부인과 우리 동산'이라는 유튜브 채널이다. 가감 없이,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검증된 정보만을 전달해주시는 세 분의 의사 선생님들께 나는 무한 신뢰감을 갖게 되었고, 한 분의 의사 선생님이 무한 존경한다는 갓종관[?] 교수님, 전종관 교수님의 책이 있길래 바로 구입했다.
책 이름은 <작은 변화에도 걱정이 많아지는 예비 엄마들에게>이다. 아직 완독 하지 않았지만, 나의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쓸데없는 사견 없이, 따뜻하고 단호한 어조로 팩트만을 전달해주시는 멋진 선생님이시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준비하는 모든 부부들에게 추천한다.
2021년을 돌아보자면,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게 보냈던 시간들로 저장될 한 해였다. 물론 결혼식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며, 그전까지는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긴 했지만, 결혼식도 끝나고 하반기 6개월간은 세상 아무 걱정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나를 맡길 수 있었던 때였다.
20대를 정리하면서 스무 살 때 나는 어떤 20대를 보내길 바랐을까 생각해봤는데, 그 전의 10대도 치열하고 피 터지는 경쟁 속에 보내왔으면서 20대 마저도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살아볼까 고민했던 20대의 초중반이 안쓰럽고, 그때의 나를 토닥여주며 그럴 필요 없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매 해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은 불안감에 무엇인가 가득가득 채우기만 한 시간들이 돌아보니 인생은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 만 남아버렸다.
내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에는 직장 생활도, 인간 관계도 흐르는 물에 날 맡기듯이 흘러가 보기로 했고, 그렇게 외적으로, 내적으로도 아무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는 지난 6개월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평온한 나날들을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큰 변수를 발생시키며 왜 깨부수려 할까? 막연히 결혼했으니까, 우리는 2세를 원했으니까, 뿐만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내 삶의 행복과 불행의 진폭을 더 크게 하는 일이다. 격동의 20대를 보내고 이제 조금 행복과 불행을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익숙해졌으니, 더 큰 행복감을 원하는 것일까. 그러나 더 큰 행복엔 더 큰 불행이 따른다. 육아라는 고통, 워킹맘이라는 숙명적 고난을 내가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그래도 나는 이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겨 더 큰 파도를 맞아보기로 했다.
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