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에게 독감 백신은 필수, 백일해 백신은 선택
28주, 남편의 코로나19 확진, 잠시 이산가족
29주, 이산가족 상봉, 독감과 백일해 백신 접종, 코오롱스포츠캠핑파크
남편과 떨어져 지낸 지 벌써 6일째...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다는 남편의 말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전에 마지막으로 오전에는 아빠와 브런치카페에서 데이트를 했다. 의도치 않게 임신 전 아마도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는데, 가장 좋았던 점은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아기가 태어나면, 나 혼자 오롯이 부모님과 눈 마주치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 또 있을까 싶다.
부모님 집이 2년 전까지 내가 살았던 집이기도 해서, 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 집이 최고다. 특히 내 집이 최고인 점은 우리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인 층간 소음이 없다는 것! (꼭대기층이다.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부모님 댁은 위층에 노부부가 사시는데, 같이 사는 것 같진 않으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항상 어린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같이 살지는 않아서인지 바닥에 매트도 안 깔아 둔 듯하다. 친정 집과 윗집은 층간소음으로 여러 번 갈등이 있었지만, 아빠가 반쯤 포기하기도 했고, 소음을 못 견뎌하던 내가 출가하면서 그냥 참고 사시는 듯했다. 그러나 층간소음 스트레스를 한동안 안 받고 살던 나는 윗집 아이들이 하원하는 시간 이후부터 자기 전까지 계속되는 쿵쿵에 너무 시끄러워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소리 좀 그만 질러...
남편에게 미리 환기, 이불 빨래와 자주 사용한 물건들에 알콜 소독을 부탁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안아보는 남편. 고생 많았어~ 슈퍼 면역은 없어.. 앞으론 자기 건강을 과신하지 말자..
우리 회사는 매년 직원들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무료로 지원한다. 특히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사내병원이 있어서, 지정 기간 동안 회사 안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 동료들과 함께 독감백신을 맞으러 갔다. 나는 임산부라 밖에서도 공짜로 맞을 수 있지만, 회사에서 편하게 맞았는데 주사가 꽤 아팠다. 부디 열이 많이 오르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은 나른한 컨디션에 일찍 잠에 들었다.
요즘 회사는 남은 연차 소진을 위해 휴가 계획을 수립하는 시즌이다. 연차 소진 계획을 세우면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계획을 같이 세워보는데, 대충 12월부터 출산휴가를 쓴다고 생각하고, 육아휴직을 1년 채워 사용하면 복직 시점이 내후년 3월 즈음이 되었다. 그런데 내년에 발생하는 내 연차는 어떻게 되는가 싶었다. (출산 및 육아휴직은 출근으로 인정되므로 해당 연도 연차가 발생함, 우리 회사는 연차수당이 퇴직 케이스 외엔 없음) 내년에는 출근 계획이 하루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되는 거지? HR에 문의하니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연차를 사용하라고 했다.
1) 출산휴가 종료 시점과 육아휴직 시작 시점 사이에 '23년도 연차를 소진
2)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은 이어서 하고, 올해에 '23년도의 익년 연차를 당겨 소진
나는 2)의 방법을 택했고, 그렇게 올해 남은 연차와 내년 연차를 세어보니 마지막 출근이 11월 4일이 되었다. 어라? 마지막 출근이 3주도 안 남았다.
일단 팀장님에게 바뀐 계획을 공유하고, 담당 임원께 출산휴가를 미리 올렸다. 나의 출산 휴가는 12월 5일 월요일부터 3월 4일 토요일까지 90일간이다.
출산 휴가는 출산일을 반드시 포함하여 90일(단태아)을 연속으로 사용해야 하며, 출산일 이후 45일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분만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출산예정일에서 출산일이 바뀌게 되어 출산일 이후 휴가일이 45일보다 짧아지면 출산 휴가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 (이전 기간은 연차 사용이나 산전 육아휴직으로 대체)
휴가기간 계산은 네이버 계산기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육아휴직 계산도 위와 같이 하면 된다. 간혹 어떤 회사에서는 출산휴가 종료 시점과 육아휴직 시작 시점을 맞춰야 한다는 곳도 있지만, 우리 회사 HR에 확인해보니 주말과 공휴일이 사이에 있는 경우 띄어서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육아휴직은 아기가 태어나고 가족등록을 마친 이후에 올릴 수 있어서 아직은 계획만 제출한 단계지만, 내년 3월 6일 월요일부터 2024년 2월 29일까지 361일로 잡았다. 복직일을 3월 초로 잡은 이유는, 직장 어린이집 개원일에 맞춰 아이와 함께 출근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정부에서 육아휴직을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린다는 정책 발표가 있었는데, 아직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다. 혹시나 6개월 연장되면 소급적용을 위해 하루라도 휴직 기간을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361일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말, 이제 휴직이 얼마 안 남았다.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위해 오후에 태아검진휴가를, 오전엔 반차를 사용하고 집에 있는 날. 아이를 위해 가전을 추가로 들였다. 신혼 때 조그만 삼성 공기청정기를 샀는데, 커버하는 면적이 작아 안방 전용으로 사용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거실 생활을 많이 하게 될 텐데, 거실에 추가 공기청정기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겨울에 태어날 아기에게 우리 집은 조금 추웠다. 꼭대기층인 데다가, 우리 세대만 천고가 높아서 한겨울엔 보일러만 돌려서는 실내온도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 바닥에 앉으면 엉덩이는 따뜻한데 얼굴은 차가운 느낌이랄까...
그래서 LG에서 새로 나온 에어로타워 공기청정기 겸 온풍기를 구매했다. 그리고 오래전 망가진 가습기는 처분하고 LG 퓨리케어 자연기화식 가습기를 구매했다. 설치 기사님은 후루룩뚝딱 설치를 마치고 돌아가셨다. 신혼가전은 삼성인데 왜 추가 구매는 다 LG인가?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삼성 가전의 내구성?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2020년도 당시 LG 가전의 디자인은 참혹함 그 자체였는데, 에어로타워, 예쁘다..!
둘 다 남편의 복지카드로 구매! 남편 회사 고맙습니다:) (는 연봉에 포함이겠지만요...)
그리고 최근에 고민을 엄청 많이 해 결정한 정수기도 설치를 위해 기사님이 방문하셨다. 이전 집주인이 설치했던 자리에 그대로 설치하려고 주방을 정리하고 깨끗이 닦아두었다. 우리가 선택한 정수기는 코웨이 아이콘2 냉온정수기이다. 베이비페어에 갔을 때 가장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시기도 했고, 그 영업에 넘어갈 만큼 설득력 있었다. 그리고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예쁘다! 우리 집 냉장고엔 이미 제빙 기능은 있어서, 얼음정수기는 필요 없었고, 분유포트 대신 45도의 온수를 일정하게 뽑아줄 수 있는 냉온정수기를 골랐다.
설치는 30분 정도 만에 끝났고, 드디어 우리 집은 생수병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해방되었다. 물 맛은 아주 좋다! 남편은 왜 이제서야 설치했냐고 하지만, 남편 때문에 설치한 거 아냐... 아기 때문이라구...
그리고 오후 일정에 맞춰서 도착한 병원, 오늘은 남편 없이 혼자 검진을 갔다. 초음파로 확인한 써니는 머리를 아래로 하고, 내 등 쪽을 바라보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을 잘 볼 수는 없었는데, 주치의 선생님은 이 상태로 아기가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하셨다. 둔위가 아닌 것은 참 다행이지만, 엎드려 있는 써니 덕에 엄마 아빠는 태어날 때까지 써니 얼굴을 상상해야 한다.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는 아기, 초음파상 정상 소견이었다. 이후 중요한 주사를 두 가지 맞아야 한다며 독감 백신과, 백일해 예방접종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독감 백신은 이미 회사에서 맞았음을 알렸다. 특히나 독감 백신은 반드시 맞아야 한다며! 임신부에게 필수라고 하셨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백일해 예방접종인데, 필수는 아니지만 맞는 게 좋다고 하셨다. 최근에 백일해 백신 수량이 부족해서 내가 다니는 병원에선 지난번 방문 시 물량이 없다고 했었다. 다행히 오늘은 맞을 수 있어서 바로 맞겠다고 했다. 나는 남편과, 우리 부모님 그리고 시부모님께 모두 접종을 권유할 생각이다. 신생아 시기에 아기를 보고 싶은 사람은 모두 백일해 주사 맞고 오세요!
백일해는 걸리면 100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병으로, 호흡기 질환이다. 특히 1세 미만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지만 현재는 예방 접종(Tdap)으로 발생률이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발생률은 감소했지만 신생아가 걸리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주보호자는 예방접종을 미리 맞아두는 것이 좋다. (신생아 감염경로의 80% 이상이 부모, 조부모이다.) 성인의 경우 10년 주기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 맞았다 하더라도 다시 맞을 필요가 있다. 임신부는 임신기간(주로 27~36주 사이) 동안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으면 엄마의 면역체계로 생성된 항체가 태아에 전달된다. 임신부는 매 임신마다 맞는 것이 권장된다.
남편 회사에서 패밀리데이로 1년에 한 번 캠핑을 보내주는 행사가 있는데, 작년엔 당첨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올해엔 당첨이 되었다! 남편과 나는 반차를 내고 집에서 만나 미리 싸 둔 짐을 후다닥 옮겨 충북 괴산 코오롱스포츠캠핑파크로 향했다. 아기가 태어나고 뛰어놀 수 있을 나이가 될 때까진 캠핑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마지막으로 좋은 기회가 생겼다.
할로윈데이를 맞아 회사 직원분들은 인형탈을 쓰고 아이들을 반겼다. 대부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었는데, 처음 보는 아이들끼리 자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써니도 언젠가는 저렇게 언니 오빠들이랑 뛰어놀 날이 오겠지?
우리의 저녁식사 메뉴는 이베리코 돼지고기와 버섯칼국수. 이런 분위기에 '짠'이 빠질 수 없지, 무알콜 탄산음료로 와인을 대체했다. 오랜만에 바깥에서 구워 먹는 고기는 정말 맛있었고, 캠핑장에서 준비한 '별빛 라디오' 이벤트에 사연을 접수한 남편은 신청곡으로 케이시의 '언제나 사랑해'를 틀어달라고 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겼다면서 회사에 고맙다고, 그런데 출장은 제발 그만 보내달라면서...
불멍과 함께 저무는 밤, 남편 덕분에 편하게 즐겁게 놀았어, 고마워!
모든 게 갖춰져 있는 캠핑장이긴 했지만, 푹신한 매트는 없었다. 집에서 챙겨 왔어야 하는데 캠핑에 익숙지 않은 우리는 아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딱딱한 바닥에서 잘 잠들지 못하는 나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마다 찾아오는 요의에 미안하지만 남편을 깨워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했다.
아침이 밝자마자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어젯밤까지도 저렇게 놀았던 것 같은데, 아이들의 체력은 정말 한계가 어디일까. 우리는 아침으로 멸치칼국수를 끓여먹고 빠르게 정리를 마친 후 체크아웃했다. 돌아오는 길에 캠핑장 추천 카스테라 맛집에 들러 카스테라와 옥수수라떼를 먹었다. 이 집은 카스테라보다 옥수수라떼가 맛집이다..!
이렇게 29주도 지나간다. 내일이면 30주! 써니를 뱃속에 품을 날이 몇 주 남지 않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