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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Nov 11. 2022

[30주 임신일기] 무료 만삭 사진 촬영기

후기로 갈수록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 그리고 무료 만삭 사진 촬영

29주, 이산가족 상봉, 독감과 백일해 백신 접종, 코오롱스포츠캠핑파크

30주, 후기 임산부의 체력 저하, 무료 만삭 사진 촬영



10월 26일 수요일 (30주 3일)

마지막 출근까지 일주일하고 조금 더 남았다. 30주에 진입하니 부쩍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출근일이 한 달가량 앞당겨져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어떻게 11월 말까지 회사를 다닌다는 생각을 했었지? 싶다. 앉고 설 때 엉치뼈의 뻐근함은 물론, 이제는 자세를 바꿀 때마다 치골이 너무 아프다. 마치 멍든 것 같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으면 써니의 폭풍 태동으로 가끔은 발로 갈비뼈를 뻥 차는 바람에 억! 소리가 날 정도로 놀랄 때도 있다. 

임신 초기 때 갑자기 숨이 급격하게 차서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었는데, 그때 그 느낌이 임신 후기가 오니 다시 찾아왔다.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하러 갈 때 나만 걸음이 느려지고 계단을 올라갈 땐 먼저 가라고 손짓하기도 했다. 

먼저 가세요...

그리고 이제는 배가 정말 많이 나와서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모으고 앉으면 배가 불편하다. 다리를 벌리고 앉아야 그나마 편하다. 지나고 보니 임신 중기가 제일 편했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때 많이 활동해두라고 산모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내가 분만하는 병원에서 산전관리를 무료로 1회 받기로 한 날이다. 산전관리라 함은 특별한 건 아니고, 산전 마사지인데 병원에서 산모들을 대상으로 30분 정도 팔, 다리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나도 무료라고 신청하라길래 그냥 신청했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후기가 꽤 좋았다. 추가 금액을 내고서라도 더 받고 싶었는데 추가할 수는 없고 병원의 서비스 차원에서 한 회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꽤 좋았다. 30분이 짧게 느껴졌는데, 중간중간 자세를 바꿔야 할 때는 요즘 너무 아픈 허리와 골반 때문에 조금 힘들긴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마사지를 받으니 나른나른 노곤노곤...


10월 27일 목요일 (30주 4일)

계속해서 마지막일 것들을 하나 씩 회사에서 마무리 짓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사내 인공지능 커뮤니티에서의 마지막 강의 날이다. 모든 자율적인 온라인 강의가 그렇듯이, 점점 참여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마련인데, 마지막 강의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코딩을 참 싫어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코딩 공부를 하라고 하고, 코딩을 하면 이렇게 좋아요!라고 설득하는 게 아이러니하긴 한데, 뭐랄까 내가 수학을 싫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중고등학생들이 수학 공부 정말 많이 해야 하지만 막상 난 싫다. 우리 남편은 수학을 잘해서 다행이다. 써니가 그쪽은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다.

제발 공부머리는 아빠를 닮아라...

휴직 전 마지막으로 입사동기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동기들과 같이 직장생활을 하게 된 것도 벌써 5년을 꽉 채워간다. 연수받을 때 매일 저녁 술 먹고 놀 때만 해도 어느 팀을 가게 될까, 누구랑 일하게 될까 기대감에 들떠있던 모습은 어디 가고 몇몇 동기들은 내년에 과장이 된다. 술을 먹지 못해 너무 아쉬웠지만, 즐거운 분위기에 나도 같이 취하는 느낌. 오랜만에 아무 걱정 없이 편한 사람들과 함께하니 좋다. 지금까지 5년, 앞으로 5년 뒤에도 가끔 이렇게 만나 술 먹을 수 있는 친구들이 되기를.

다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먹는 사진만 잔뜩 찍었네...


10월 29일 토요일 (30주 6일)

지난 일요일에 잠시 친구가 집에 다녀갔다. 뜨개질을 취미로 하는 친구는 내가 임신을 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기 신발을 직접 떠서 선물해주었는데, 임신 후기가 되어 나에게 만삭 사진을 언제 찍느냐고 물었다. 그 일정에 맞춰 써니의 옷, 케이프, 모자, 신발을 떠다 줬다. 예민할 아기의 피부에 맞게 정말 보들보들한 실로 뜬 너무 예쁘고 귀여운 아가 옷. 이렇게 써니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뜨개이모의 엄청난 솜씨

그 선물 꾸러미를 들고 만삭촬영을 하러 가는 날이다.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았던 사이트와 내가 계약한 산후조리원에 동시에 연계되어 있는 스튜디오에서 만삭 사진을 찍기로 했다. 무료로 만삭, 신생아, 50일 사진을 찍어준다기에 예약을 하긴 했지만, 당연히 무료를 미끼로 한 영업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가 누구인가, 웨딩촬영을 하고도 스튜디오 앨범을 단 한 장도 추가하지 않은 강철멘탈을 가진 사람들이다. 영업에 휘둘리지 말고, 무료 혜택만 보고 오자는 생각으로 방문했다. 산모 헤어, 메이크업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오랜만에 공주놀이 느낌이나 내볼까?

예쁘게 단장을 마치고 나왔는데 남편은 대기 장소에서 거의 졸고 있었다. 남편 헤어, 메이크업은 미포함이었고, 어차피 정장 단벌신사로 사진 찍을 예정이라 남편은 딱히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촬영 장소로 이동해서 미리 고른 두 가지의 테마에 맞게 촬영을 후다닥 마쳤다. 막상 사진을 받아보니 꽤 잘 나왔다. 원본이라도 사갈까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원본을 사려면 30만원을 내라는 소리에 마음을 그냥 접었다. 나중에 조그만 미니 앨범을 무료로 준다고 하니 그걸 기대해봐야지. 그리고 추가로 모바일용 저화질 사진 3장을 받았다. 이벤트로 인화된 사진 1장을 받았는데, 마침 뜨개이모 친구가 떠준 옷을 들고 있는 사진을 받았다. 잽싸게 사진을 찍어 공유했다. 무료 만삭 사진, 영업에 안 넘어갈 자신이 있다면 추천할 만하다. 어쨌든 우리 가족 첫 기록을 남겼으니.

우리 가족 첫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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