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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Apr 07. 2022

두 번째 임신 실패 그리고 코로나 확진 기록

가임기에 찾아온 코로나, 예상보다 그놈은 강력했다.

지난 월경 주기의 임신 실패로 인해 마음고생(?)까진 아니고, 꽤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지난 브런치에 기록해두었는데, 이번에는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며 다음 주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배란일 3일 전, 나는 코로나 확진을 받았고, 3일간 몹시 앓았다. 그리고 월경 예정일, 역시나 정확한 날짜에 월경을 시작했다. 두 번째 임신 실패다.



배란일 4일 전 (2022.3.13 일요일)

이번에는 반드시 아기천사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란일 전 가임기에 출장을 가게 된 남편이 회사에 사정을 잘 설명하여 일요일에 먼저 출발해 주중에 돌아올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두었다. 일요일 낮, 여느 때와 같이 점심을 함께 하고는 멀리 출장 가는 남편을 위해 오후 내내 베이킹을 했다. 5시쯤이었을까, 남편은 출장지인 부산으로 떠났고, 나는 과자 반죽을 오븐에 넣고 반죽이 예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깐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아, 오늘 내가 과자 굽는다고 계속 서있어서 좀 무리를 한 건가? 생각을 하다가, 따뜻한 오븐 앞에 다시 앉아서는, 내일은 출근해서 이 과자들을 동료들과 나눠먹을 생각에 설렜다. 마지막 과자를 오븐에서 꺼내고, 바삭바삭을 넘어선 빠작빠작한 식감에 이번 휘낭시에도 성공이야! 기쁜 마음으로 내 새끼(?)들을 바라보았는데, 문득 좀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븐을 켜 두면 주방 온도가 좀 올라가는데, 그것 때문에 보일러가 이미 내부 온도를 높게 인식해서 보일러가 꺼졌나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는 겉옷을 좀 챙겨 입었다.

3년째 취미, 베이킹. 휘낭시에와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고,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졌다. 남편이 없을 땐 미리 주문해서 냉동고에 쟁여둔 밀키트를 후다닥 해 먹곤 하는데, 마침 냉동고에 있었던 얼큰한 오뎅탕이 생각났다. 금방 끓여서 TV 앞에 앉아 몇 술 뜨려는데 갑자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졌다. 감기에 걸린 것처럼 머리가 너무 아프고 조금 춥네 정도였던 오한 증상은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심해졌다. 그리고 먹던 오뎅탕을 더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속이 불편해졌다.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타이레놀을 한 알 먹은 다음 집에 있는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해봤다. 나는 진단키트의 양성반응이 검은색으로 나타나는지도 몰랐는데, 검체액이 종이에 닿는 순간 검은색으로 순식간에 변하며 이내 매우 짙은 검은색 줄이 되어버렸다. 대조선의 빨간 줄과, 양성 반응의 검은 줄.

나는 바로 부산으로 가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했다. 몸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졌고, 격리에 대한 걱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월요일, 화요일에는 집에 나 혼자일 텐데, 나 혼자 격리되면 어떻게 하지? 두려웠다. 나는 내심 남편이 한달음에 집에 오겠다고 해주길 바랐다. 전화를 받은 남편은 바로 다음 휴게소에서 검사를 해보겠다고 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심각하게 아프진 않았기에, 동료의 차를 타고 가고 있던 남편을 지금 있다는 휴게소로 데리러 갈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은 음성, 부산으로 계속 가겠다고 했다. 내가 내일 확진이면 어차피 와야 할 텐데. 몸상태는 정말 빠르게 나빠져서 목이 너무 칼칼하고 순식간에 목소리도 변해버렸다. 그리고 몸살 기운이 너무 심해 침대에 온열매트를 세게 틀고 이불을 꽁꽁 싸매 누워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원래부터도 아세트아미노펜은 나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는데, 두세 알을 더 먹어봐도 당최 이 고통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을 자고 싶은데 눈을 감고 있으면 머리가 너무 아파서 무언가에 집중해야 잠시 두통이 잊히는 그런 상태였다. 남편은 저녁 늦게 부산에 도착했고, 남편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지만 그런 내색을 최대한 감춰보려 했다. 남편이 지금 내 옆에 없는 건 남편 잘못이 아니니까. 그래도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배란일 3일 전 (2022.3.14 월요일)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잠깐 잠들었다 싶으면 머릿속을 헤집는 두통으로 자다 깨다를 계속 반복했다. 새벽 3시쯤에는 아예 잠이 깨버려서 남편에게 카톡으로 너무 힘들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도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카톡 알람을 설정해놓았나 보다. 바로 전화가 와서 많이 힘드냐, 약은 얼마나 먹었냐,라고 물어봐주었지만 서럽게 울어재끼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남편은 내 곁에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친구는 잘 두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친구가 오늘부터 남편 없이 혼자 격리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약을 타다 주겠다고 했다. 그 마음만이라도 너무 고마워서 인생 헛살지 않았네,라고 생각했다. 양성인 자가진단키트를 지퍼백에 넣어 그나마 우리 동네 근처에서 대기가 적다는 PCR 검사소로 향했다. 9시에 연다길래 8시 30분쯤 출발했다. 도착한 건 45분경. 공원에 설치한 검사소였는데, 공원이 꽤 컸음에도 공원을 달팽이처럼 빙 둘러 3겹줄을 서있었다. 어디가 줄의 끝인지도 찾기가 어려웠다. 도대체 몇 시간 기다려야 하는 건지도 모를 만큼 사람이 많았고, 나는 그 오랜 시간을 서있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정말 줄을 이렇게 서 있었다. 진짜로.

다행히 이 날부터 병원에서 시행하는 신속항원검사 양성도 확진으로 판정해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9시가 땡 하자마자 내 주변에 신속항원검사를 한다는 병원에 전화를 돌리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병원... 모두 통화 중이었다. 주변 시민 전부다 병원에 전화를 돌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여섯 번째 병원이었을까, 다행히 전화연결이 되었고,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의원에서 검사를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분명 그곳에도 사람이 많을 것이므로, 나는 재빨리 차를 몰아 그 병원으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2층에 있는 병원으로 가려는데, 이미 1층부터 사람들이 둘셋씩 모여있었다. 올라가 보니 병원 입구 근처엔 열댓 명 정도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사람들에게 이게 검사하는 줄이냐고 물으니 일단 접수부터 하라고 했다. 병원 안에는 밖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는 이미 내 앞에 수십 명의 대기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병원 직원분들은 진땀을 빼며 사람들을 안내하고 접수받고, 내가 이 광경을 어제 꿈에서 봤어.. 오늘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것 같아.. 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접수를 하고 집에 들러서 제대로 씻고, 에어팟을 준비하고, 인후통을 위해 따뜻한 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병원에 돌아왔지만 나의 차례는 아직 한참 남아있었고, 이미 오전 접수는 끝나 있었다.

코로나의 증상은 정말 다양하다. 그냥 어디가 아픈가 싶으면 무조건 의심해봐야 하는 수준이다.

증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PCR 검사소보다 나은 점은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병원 안엔 이미 빈 의자는 없었기에 나는 병원 밖 복도에 주저앉았다. 참기 힘들어진 두통 때문에 병원 옆에 있던 약국에 가서, 내가 확진일 것 같은데, 한 2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지금 당장 너무 힘드니 진통제라도 먼저 먹고 싶다고 말했다. 친절하셨던 약사 선생님은 검사하며 약을 처방해주실 테니 그때까지만 참아보라며 진통제 한통을 주셨다.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코로나 상비약도 같이 구매했다. 이상하게도 속이 너무 좋지 않아 물도 들이켜기가 어려웠는데, 이런 증상은 왜 그런 것인지 물었더니 발열 증상이 있으면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기약 없는 시간이 흐르고 11시쯤이었을까, 카운터에 내 앞에 몇 명이나 남았는지 물어보았고, 희망적으로 내 차례는 7번째라고 알려주셨다. 11시 30분쯤 내 이름이 불렸고, 또 몇 분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검사실에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왜 검사받는지, 증상은 어떤지 물으셨고, 증상은 두통, 몸살, 근육통, 기침, 가래, 콧물, 소화 불량... 그냥 전부 다요... 검사 결과는 양성, 확진 안내문과 함께 처방전을 받아 들고 얼른 약국으로 갔다. 3일 치 약이 처방되었으며 약값은 무료였다. 약을 받아 들고 집으로 가려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아까 집에서 나올 때 우산을 챙긴 나 자신을 칭찬하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나 싶었다.

3월 14일부터 한 달간 신속항원검사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한다.

회사에 확진임을 알리고, 유급휴가 5일을 부여받았다. 속이 너무 좋지 않아 아무것도 못 먹을 것 같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약은 먹어야 하기에 배달 어플을 켰다. 죽을 배달 시켜먹어야 하나 싶다가, 비싼 배달료와 어차피 많이 시켜봤자 버릴 것 같은 생각에 간단히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먹기로 했다. 냉동실에 잠자던 소고기를 대충 해동시켜 미역국을 후다닥 끓였다. 끓이면서 잠깐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인덕션 위로 국물이 다 끓어 넘쳐 버렸다. 넘친 국물을 행주로 닦아내며, 서러워 죽겠다 싶다가도, 대충 닦아낸 뒤 국물 몇 국자를 퍼 건더기는 잘게 가위로 잘라 밥에 말아서 죽처럼 몇 숟갈 먹었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내가 확진이 되었는데도 전혀 집에 돌아올 생각이 없는 남편과, 이렇게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서러웠다. 서러움은 원망으로 바뀌고, 상황을 탓하던 마음이 사람을 탓하게 되면서, 남편과 크게 싸웠다. 한참 화를 내다가 지쳐 전화를 끊어버리고 침대로 가 쓰러져 잠들었다. 지난밤 거의 잠들지 못해서인지 저녁식사 시간을 한참 지나서야 잠이 깼고, 남편은 장문의 카톡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지금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저녁 약을 먹어야 하기에 끓여둔 미역국을 조금 먹고, 다시 잠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집으로 왔다. 남편이 집 정리를 좀 하더니 나에게 혹시 미각이나 후각을 잃었냐고 물으며, 미역국에서 고기 누린내가 심하게 난다고 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두 번이나 먹었어.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코가 막혀서 냄새를 못 맡았나 봐.


배란일 2일 전 (2022.3.15 화요일)

일이 바빴던 남편은 자가진단키트가 음성이라며 출근을 했다. 그리고 출근 후, 동거가족 확진은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회사에게 강퇴당했다.

나도 받았다. 이 문자. 역학조사에 남편 정보를 기입했지만 남편은 별다른 연락을 받지 않았다.

어제 나의 검사 썰을 들은 남편은 대기가 길 것이 걱정되었는지 어느 검사소로 가야 줄이 짧을까 고민하다가 옆동네 구의 보건소로 갔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앞에 3명이 있었다고 했다. 왜 어제 나는 그토록 고생한 걸까. 오래 끓여서 냄새를 좀 날린 미역국으로 오늘도 연명하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고통을 이겨냈다. 코로나, 너 생각보다 센 놈이었구나? 이렇게 나의 가임기는 지나가고 있었다.


배란일 1일 전 (2022.3.16 수요일)

남편은 PCR 음성이었다. 아침에 문자를 받곤 바로 출근했다. 일이 그렇게 좋은 걸까? 월급 루팡이 꿈인 나는 잽싸게 출근해버리는 남편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TV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여전히 누린내는 느껴지지 않는 미역국으로 또 하루를 연명했다. 아직도 몸상태는 좋지 않았고, 남편과는 3일째 각방을 썼다. 이렇게 가장 임신 확률이 높은 배란일 전날은 지나갔다.


배란일, 그리고 14일 후

코로나 증상은 5일 정도 지속되었다. 3일간은 정말 아파서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밥 조금 먹고 약 먹고, 다시 눕고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힘들었던 3일이 지나고 나니 조금 활동이 가능해졌지만 나는 다양한 코로나 증상들 중에서도 두통이 제일 심해서 처방받은 약 이외에도 진통제를 교차로 더 먹기도 했다. 이 두통은 5일까지 지속되었다. 그리고 회복되어 월요일부터 출근을 재개했고, 일주일간 밀린 일을 처리하며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정확히 14일 후, 월경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임신 실패는 이렇게 코로나 확진과 함께 찾아왔다. 아쉽고 서운한 감정들을 이제는 흘려보내고 다음 달을 기다려야겠다. 다음 달에는 꼭 아기천사가 우리에게 찾아오기를 바라며! 그리고 이제는 엄마가 슈퍼 항체 보유자니 오히려 좋아!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말,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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