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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Apr 26. 2022

임신테스트기 두 줄

임테기에 두 줄이 뜰 날만을 기다려왔는데, 이거 두 줄인가? 맞나?

이번이 벌써 3개월째 임신 시도다. 임신에 대한 꿈과 희망이 매달 월경과 함께 사라지며 임신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떨어져 가고 있었다. 난 아직 만 30세가 되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남편 친구 부부들은 다 한 번에 임신이 되어서, 기우라는 걸 나도 알지만 어느샌가 난임에 대해 알아보고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월경 예정일 D-4

빠르면 월경 예정일 5일 전부터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얼리 임신테스트기를 사두었다. 여러 종류의 얼리 임테기를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나는 시판 얼리 임테기 중 가장 적은 농도에서도 검출이 가능하다는 스마일 얼리 체크 임테기를 구입했다. 보통 얼리 임테기는 15~20 mIU/ml 정도의 농도를 검출 가능한데, 이 임테기는 10 mIU/ml 농도도 검출한다고 한다.

월경 예정일 4일 전, 아침 첫 소변으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단호한 한 줄이었다. 월경 예정일까지는 아직 모르는 일임에도 속상한 마음에 맥주를 마셨다.

이렇게 생겼다. 가장 적은 농도에서 검출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런데...

월경 예정일 D-2

주말인데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굉장히 짜증 나는 일이다. 나는 8 to 5 고정 근무시간인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보통 아침 6시에서 6시 30분 사이에 일어난다. 웬일인지 평일과 비슷한 시각에 눈이 떠져서는 이틀 전에 명확한 한 줄이었던 그 임신테스트기를 다시 해보고 싶어졌다.

빠르게 번지는 대조선 한 줄. 이번에도 아닌가 보다, 하고 돌아서려는데 문득, 잠이 덜 깼나? 눈에 눈곱이 꼈나? 희미하게 결과선이 보이는 듯했다. 거실 불을 켜고 다시 보니 희미한 분홍 빛 선이 보였다. 남편을 깨워 같이 확인해봤다. 남편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hCG는 이틀에 2배씩 그 양이 증가하니까, 이틀 뒤에 같은 임테기로 다시 해보고 결과선을 비교해서 더 진해졌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틀 뒤는 월경 예정일이므로, 월경을 하지 않고 결과선이 더 진해졌다면 그때 좋아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우리 부부의 임신 역사 시작은 아무래도 이런 대화로 시작된 것 같다. "이것 좀 봐봐, 두 줄  같지 않아? (눈 비비적) 두 줄 같은데? 여기 불 좀 켜봐, 두 줄이야 두 줄, 두 줄 맞아"

거의 이렇게 봐야 보인다.

월경 예정일 D-1

월요일이었다. 출근을 해서 평소와 다름없는 근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어제의 임테기 결과가 생각났다. 내일 한 번 더 해보기로 했지만, 나랑 같은 임테기를 사용했던 다른 산모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맘카페 발 왈가왈부 또는 카더라 임신 썰들을 몹시 싫어하는 나지만, 이럴 때만큼은 그분들의 경험이 궁금했다.

내가 구입한 스마일 얼리 체크 임신테스트기는 단호박 임테기로 유명했다. 낮은 농도도 검출한다는 임테기라 구입했지만, 막상 실제 사용해본 사람들의 후기는 다른 임테기보다 오히려 더 연하게 나와서 헷갈린다고들 했다. 너무 야박한 임테기라는 말도 있고, 오히려 단호해서 희망고문하지 않아 좋다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나랑 진하기가 비슷했던 사진을 발견했는데, 그 사람 역시 임신이었다.

괜한 설레발이면 안되는데, 조금은 요동치는 마음을 부여잡고 퇴근 후 저녁, 친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동산' 유튜브를 보며 잠들었다. 내일 아침엔 두 가지 임테기를 해보고 그래도 양성이면, 조금 더 기뻐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권홍추 선생님들.. 진심으로 좋아해요...

월경 예정일 D-day

지난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임테기를 해봐야지 하고 일찍 잠들었다. 남편은 어제 출장을 떠났고 나 혼자 보내는 밤이었다. 새벽에 눈이 떠져서 시간을 확인하니 3시였다. 지금 해볼까? 아니야, 이전이랑 똑같이 하려면 소변을 더 농축시켜야 해. 이후로 한동안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것이 새벽 6시경. 원래 일어나던 시간보다 한 30분 일찍 잠에서 깨 화장실로 향했다. 이틀 전 희미한 두 줄을 확인했던 스마일 얼리 임테기뿐만 아니라 휴마시스 얼리 임테기 두 가지를 준비했다. 그리고 스트립을 물들이며 점점 진해지는 대조선, 그리고 그것보단 연하지만 이전보단 빠르게 진해지는 결과선.

책상에 두었던 이틀 전 임테기와 비교해 보았다. 확실히 진해졌다. 그리고 휴마시스 얼리 임테기는 더 진했다.

위의 두 개가 스마일 얼리 체크, 맨 아래가 휴마시스 얼리

나 진짜 임신한 건가? 임테기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내고 출근했다. 이틀 전 신중한 반응을 보이던 남편도 이제는 정말 본인이 아빠가 된 것 같았는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알아보던 집 근처 분만병원에 진료를 예약했다.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에 갈 생각으로 인터넷 예약을 했다. 아이고, 그러고 보니 이번 주 금요일에 팀 워크숍이 있었네. 토요일 오전으로 예약을 변경할 수 있었지만 이 병원에 오신지 얼마 안 되신 선생님으로 예약이 변경되었다. 인터넷에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나는 그 엄청난 공부량,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한 전문의 과정을 이겨내신 의사 선생님들을 믿는다.

가보자 토요일, 곧 만나 아가야!

그때까지 잘 크고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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