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은 Nov 18. 2021

민낯의 대화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만에 만난 우리는 어제 만났던 사이처럼 지난 만남에서 나눈 이야기 다음부터  바로  이야기를 시작할  있는 사이다. 만나지 못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사건과 그로 인해 느꼈던 감정의 변화를 빠짐없이 나누고 공감하려니 숨이  지경이다. 밥도 먹어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친구의 이야기도 궁금해서 요의를 느끼면서도 화장실  시간이 아까워 참고 있다.

최근에야 알았는데 나는 융통성이 없더라고.”

? 그걸 이제 알았다는 거야?”

친구는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정작 본인은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무안한 마음에  나에게 진작  사실을 귀띔해주지 않았냐고 묻는다. 스스로 가장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던 친구. 아마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팩폭을 날리기 시작했다.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동호회에서 알게 된 지인이 캠핑 관련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질투의 감정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친구는 말했다.

네가 쓰고 싶던 책이  책이었어?”

친구의 말을 듣고 질투로 달궈져 있던 마음을 식힐  있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쓰기 전에 내가 쓰고 싶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친구와 나는 자라왔던 환경도 가지고 태어난 기질도 멀리서 보면 비슷하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대화를 하면 서로의 생각에 동의할 때도 많지만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선택들이 나와 친구의 고유성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감정에 치우쳐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면 친구의 다정하고 감동적인 침범을 기대하며 통화버튼을 누른다. 나를  알고 있는 친구의 정확한 칭찬에 힘을 얻기도 하고 당시에  필요했던 쓴소리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조금  성장하는 나를 발견한다. 흔히들 입에  약이 몸에는 좋다고 하지 않던가. 듣기 좋았던 칭찬보다는 그동안의 내가 가졌던 생각을 와장창 깨뜨려줬던 조언이 나의 성장에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멀리 이사를  뒤로는 친구를 전처럼 자주 만날  없다. 친구가 자주 그립고 많이 보고 싶다. 하루하루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속에 쌓아두고 숙성시킨다. 중요하지 않았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진액의 이야기들만 고여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내면 부담스럽겠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수다를 멈출  없다. 이야기 중에 여러 번 크게 웃고 한 번씩  때리는 충고를 기대하며.


작가의 이전글 그래서 누굴 뽑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