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취향

by 이나은

10년 넘게 꾸준히 만나온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요즘의 근황을 묻고 연애에 대해 물었다. 나는 "그냥 별일 없이 무난하게 만나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렇게 잘 만나면서 그동안은 왜 그렇게 연애를 못했어?"라고 다시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이 친구와의 대화를 멈추고 싶었다.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과 지금까지 해온 연애,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래서 지금에서야 안정적인 연애가 가능해졌다는 생각을 못하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대화를 이어가는 게 의미가 있는 건지, 우리는 10년 동안 무슨 대화를 했던 걸까.

"왜 그렇냐면.... " 조곤조곤 설명해줄 만큼 친절하지 않다. 그 뒤로 나는 그 친구에게 만나자고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과 체력 그리고 감정까지 무한정 주어진 게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 나와 맞지 않는 성향의 사람과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나의 자원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좋은 영화를 보고 싶다.


나는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싫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애초에 관계를 맺지 않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친밀해질수록 친하다는 이유로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천천히 가까워지려고 애쓴다. 단시간에 친해진 사람들과는 어는 순간 그 사람과의 관계에 마음이 부대끼는 상황이 생기곤 했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나와 성향이 비슷하고 취향이 맞는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


어떤 사람이 싫고 좋다는 기준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알게 해 준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계속 생각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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