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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은 Jan 22. 2020

무한한 추억

짧은 여행


상향 등을 켜고 한참을 달려도 구불구불하고 캄캄한 길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지금 달리는 이 길이 천문대로 향하는 길이 맞는지 맞다면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조바심이 났다. 계획처럼 둘이서 출발했다면 어둠에 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자는 말을 꺼냈을지도 모른다. 별을 함께 보고 싶어 친구 둘을 영월로 이끈 건 나였다. 돌아가자는 말을 내가 먼저 꺼낼 수는 없었다. 차 문이 잠겨있는 걸 확인하며 별을 보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긴장한 채로 한참을 더 앞으로 나아가 보니 천문대의 불빛이 나 여기 있다고 알려왔다.


별을 보기 위해 밤바람을 맞으며 천문대의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섰다. 추위를 너무 싫어하지만 추위를 느끼는 감각보다는 별을 볼 수 있다는 흥분에 집중해있었다. 게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내 앞에 서 있고 몇 년 동안 그리워하던 친구는 내 뒤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다. 셋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게 지금 실화인지 잘 믿기지 않는데 함께 별을 보게 되다니. 그리워만 하고 차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친구를 지금 이 시기에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안내자분이 설명해주신 것처럼 1월의 밤하늘에서 가장 많은 별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모든 타이밍이 좋았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지직 거리는 라디오를 끄고 우리는 돌아가며 한 명씩 노래를 불렀다. 가사를 외우고 있을 만큼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씩 부르며 나는 오랜만에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나중에 꼭 다시 찾아가야지 생각했던 천문대는 11년이 지난 아직까지 가지 못했고 영월에서 꿈같은 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을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오래 기억에 남을 빛나는 추억을 함께 만들어준 친구들에게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한 대사를 전하고 싶다.


 “I have endless affection for you, I will have it forever, for all my life.”  너에게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 영원히 그럴 거야. 평생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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