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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은 Jan 25. 2020

기록, 성장, 아름다움

취미가 곧 직업


출근은 너무 싫지만 돈은 벌어야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싶을 때면 퇴사를 결심했다. 몇 개월만 쉬면 심심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생 출근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돈이 필요해서 결국은 재취업을 했다. 회사 조직을 떠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다. 그 무렵 친구의 소개로 만난 소개팅남은 자신이 잘 아는 사주카페로 나를 데려갔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말하고 사주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잘 모르는 소개팅남 앞에서 벌거벗겨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는 말에 어떤 질문도 하지 못했다. 내 순서가 끝났으니 이제 소개팅남의 사주를 들을 차례라고 생각했는데 소개팅남은 이제 그만 카페에서 나가자고 했다. 내가 가진 패만 보여준 느낌이었다. 그때 사주풀이로 들었던 말 중에 기억에 남은 건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가 유한마담의 팔자라고 했고 또 하나는 나의 취미가 곧 직업이 될 거라고 했다. 유한마담, 생활이 넉넉하여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은 부인의 팔자라니! 딱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그 날 들었던 이야기가 진짜일 거라고 믿기로 했다. 더 이상 회사에  다니지 않게 해 줄 직업이 될 내 취미는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플라워 레슨, 시나리오 아카데미, 도예공방, 프랑스 자수 공방, 성인 취미미술(유화), 그리고 성우아카데미까지. 취미가 직업이 될 거라는 핑계로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여러 분야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흥미를 가지고 배우기 시작했지만 하다 보면 알게 된다. 내게 재능은 없다는 걸.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서서히 흥미가 떨어졌다. 이 취미는 글렀다며 쉽게 마음을 접었다. 끝을 보지 못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다. 친구를 만나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왜 재능 있는 일은 하나도 없는 건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글쓰기도 역시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 써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재능이라며 나에게 글 쓰는 재능이 있는 거라고 위로해줬다. 나는 또 친구의 위로를 믿고 싶어 졌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일단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 나의 새로운 취미는 책 수집이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으면 가슴이 부듯해진다. 하지만 책은 역시 구매할 때 가장 행복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밤에만 문을 여는 서점으로 나를 안내했다. 점장의 추천으로 두 권의 책을 샀다. 구매금액을 적립할 겸 회원카드를 작성했다. 회원카드에는 “당신을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이라는 문항이 있었다. 잠깐 멈칫했지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기록, 성장, 아름다움’이라고 빠르게 적어냈다.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왜 그 세 단어가 떠올랐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매일의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기록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서 결국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더불어 에세이를 쓰며 돈도 벌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다.


나는 요즘 읽고 쓰기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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