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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은 Apr 14. 2020

좋아하는 마음에는 적당히가 없잖아요

좋아해서 힘들어요

왜 몸은 하나며, 손은 두 개이고, 하루는 24시간일까요? 그 와중에 잠도 많아요. 코로나 때문에 40개월 첫째는 가정보육 8주 차가 되었어요. 이제 겨우 백일이 지난 둘째까지 육아를 하며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잠들면 서둘러 가사를 마무리하고 잠을 자야 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당장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있어요? 잠깐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루를 그저 버티는 게 아니라 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싱글일 때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그때에 비해 체력과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 지금은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이 좀 더 명확해졌어요.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줄었고,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줄었어요.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은 줄 일 수가 없어요. 읽고 쓰며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을 좋아해요. 하루 중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육아를 하며 틈틈이 가사도 하고 잠자는 시간도 줄였어요. 그러다 보니 자주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고 몸이 견디지 못하고 병이 나기도 해요. 남편은 적당히 하고 잠을 더 자라고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에는 적당히가 없잖아요? 가끔은 심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체력을 살 수만 있다면 사 오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용한 일이라 소득이 없어 지불할 능력도 없지만요. 매일 아침이면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잠들면 나도 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밤이 되면 혼자인 그 시간이 아까워 그럴 수가 없어요. 내 눈 밑의 다크서클은 사라질 틈이 없지요. 그러다 간혹 계획에 없던 일들이 생기기도 해요. 밤 수유를 맡은 남편이 갑자기 장례식 장에 가야 한다거나 최소한으로 남겨둔 나의 수면 시간에 아이가 열이나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1시간 간격으로 열을 체크해야 해서 잠들 수 없는 새벽이 찾아오기도 해요. 그런 날이면 거의 초주검의 상태로 그래도 계속 육아를 이어가야 하지요. 항상 내 능력의 20%로 정도는 여유분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하던데 가진 능력보다 욕심이 커서 그럴 수가 없네요. 지금도 새벽 2시가 넘은 이 시간에 이 글을 적고 있어요. 2주마다 한 편의 글을 쓰자는 약속을 지키고 싶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무리하지 않게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선을 찾는 게 시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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