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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은 May 03. 2020

내가 쓴 글로 밥벌이가 가능할까?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수능 시험이 끝나고 첫 알바를 시작한 뒤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로는 부모님의 빚까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했다. 엄마는 낳아서 키워줬으니 그 정도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녔지만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맡았던 부모님의 빚을 갚고 나서야 독립해서 나의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첫 아이가 태어나자 남편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시댁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전망이 없어 보이는 직장을 계속 다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먼저 서울에서 KTX를 타고 3시간이 걸리는 지역에서 하고 싶다던 일을 시작했다. 살고 있던 신혼집의 전세계약이 끝나고 나와 딸도 남편을 따라 이사했다. 나는 서울에서 결혼 전에 하던 일을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완전히 그만두었다. 아껴서 쓰면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우리의 가계경제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남편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전처럼 직장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꼭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글을 써보자. 중학교 2학년 때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사를 했지만 학교는 계속 서울로 다녔었다. 방학이면 서울에 있는 학교 친구들을 잘 만나지 않게 되었고 처음으로 살게 된 의정부에는 친구가 없었다. 맞벌이를 했던 부모님은 평일엔 아침 일찍 출근하시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셨다. 혼자서 심심하던 나는 공부엔 관심이 없었고 TV는 보고 또 봐서 더 이상 볼 게 없었다. 국어를 가르치던  담임선생님이 방학 동안 <좀머 씨 이야기>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했었다. 책은 읽었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독후감은 쓰지 못했다.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책을 읽다 보면 스르륵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깨면 다시 책을 읽곤 했다. 그러다 점점 책을 읽는 게 재밌어졌고 내가 쓴 한 권의 책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요즘에는 독립출판으로 누구나 원하면 책을 쓰고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이지만 내가 쓴 글로 책을 만들었을 때 적어도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은 스스로 하지 않았으면 했다. 공식적인 검증이 받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써야 했다. 글쓰기 수업이 듣고 싶었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서울처럼 글쓰기 강좌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둘째가 태어나고 한 달 정도 지나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있었다. 첫째의 어린이집이 무기한 휴원에 들어갔다. 집에서 5살 첫째 가정보육과 신생아 육아를 함께 해야 했다. 책을 읽을 시간은커녕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글쓰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수업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이번에는 대면 강의 아닌 화상 강의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했다.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6주 동안 매주 일요일 14시부터 15시 30분까지 한 시간 반 수업을 듣기 위해 그 시간만큼은 남편이 육아를 맡아주기로 했다. 신춘문예 등단 작가의 화상 강의를 듣고 시, 소설 또는 수필을 써서 매주 카페에 글을 올리면 작가가 일대일 첨삭을 해주었다. 이번에는 꼭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둘째의 새벽 수유 사이에 테이블에 앉아 워드를 켰지만 처음엔 한 글자도 쓸 수가 없었다. 아무도 내게 쓰라고 하지 않았지만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써지진 않아서 첫날은 울고만 싶었다. 부족한 시간에 울고만 있을 순 없으니 전에 사 두었던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꺼내 읽었다. 내가 쓴 글에 대한 첨삭을 받기 위해 수업료를 지불했다는 생각을 반복했다. 마음에 쏙 들지는 않더라도 일단 뭐라도 써야 했다. 그렇게 첫 과제를 올리고 받은 첨삭에서 작가는 지금 내가 쓴 글이 맞고 앞으로도 이렇게 쓰면 된다는 격려를 해줬다. 덕분에 수업의 끝에는 한 편의 단편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남들이 읽기에 부족한 수준일 수 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쓴 글이었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학우들이 쓴 7편의 소설과 함께 내 글도 한 권의 소설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아직은 내 경험이 많이 들어간 자전소설에 가깝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소설을 쓰다 보면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도 창조해서 쓸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고, 하고 싶을 일을 하며 돈도 벌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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