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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은 Jan 03. 2021

일월 삼일

하루 끝

작년 오늘 둘째가 태어났다. 2주 전쯤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시작되기 전에 양가 부모님들을 모시고 식사를 했기에 오늘은 부담 없이 미역국만 끓여야지 생각했다. 남편이 어제저녁 아이들을 데려오면서 어머니가 삶아 주신 팥과 찹쌀을 가지고 왔다. 전화를 주신 어머니가 내심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지만 그건 내 짐작일 뿐 사실 어머니의 의도가 아닐 수도 있다. 짐작만으로 상차림 노동을 늘리고 싶진 않았다. 애 낳으라 수고했다 고생했다 말이라도 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의 건강과 손주의 돌상만 걱정하시며 손주 잘 키우라는 덕담을 해주셨다. 나 말고 내 가족이 잘되길 바라고 걱정해주시는 분이 계신다고 좋게 생각하자고 서운한 마음을 달랬다.


3일 차 요가는 실시간으로 따라 했다. 오늘의 썸네일 자세는 안자니아사나(초승달 자세). 6시 전에 일어나는 것보다 40분 동안 동작을 따라 하는 시간이 고되다. 내일은 그냥 염탐만 할까? 필라테스를 했을 때보다 땀이 많이 나는 것 같다. 워치를 보니 최고 심박수가 144까지 올라갔다고 나온다.


삶은 팥과 찹쌀을 섞어 팥밥을 하고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불고기를 볶았다. 평소보다 일찍 밥을 먹고 온 가족이 케이크를 픽업하고 사전 예약한 경남도립미술관에 갈 계획이었다. 이제 이유식 대신 유아식을 먹기 시작한 둘째가 미역국에 말은 팥밥을 좀 먹고는 잠이 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계획보단 아이의 컨디션이 최우선이니까. 남편이 둘째를 재우고 나와 딸이 밖에서의 일정을 함께 하려 했지만 인형을 집에 두고 왔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딸은 집에 두고 나 혼자 외출했다.


여유 없이 전시를 둘러보고 케이크가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서 돌아왔다. 케이크는 소중하니까.


대구탕을 끓여 저녁을 먹이고 딸이 영화를 보는 사이 아파트 단지를 걷고 왔다. 걸을 때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며 정리된다. 외모도 똑 닮은 남매는 식성도 닮았는지 둘째도 대구탕을 제법 잘 받아먹었다. 처음 끓여봤는데 가족들이 잘 먹으니 자주 끓여봐야겠다.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걷고 들어와 참치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다. 아침에 했던 밥이 부족해서 나는 새로 밥을 해야 했다.


해오름달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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