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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Apr 19. 2023

쓸모없는 노력이 너무 많다

다이어트와 생활습관 ②

 게으르게 살기로 한 1일차. 나는 오늘도 5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게으름뱅이가 되려면 7시간은 자야할텐데, 아직은 12시 전에 잘 자신이 없다. 어떻게든 7시간을 잘 방법을 세워봐야 한다.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22분, 지하철은 14분 타면 회사에 도착한다.지하철역까지 걸어가지 않고, 마을버스를 탔다. 그동안 아침에 듣던 블룸버그 뉴스 구독을 승강장에 서서 해지했다. 이딴거 들어봐야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거 안다. 그동안 뭐라도 해야된다는 의무감에 꾸역꾸역 돈 내면서 들었지만, 이제는 쓸모 없음을 인정하고, 지하철 자리에 앉아서 눈 감고 있다가 내렸다평소같으면 역삼역 지하철역 계단을 두 칸씩 걸어서 올라갔겠지만, 오늘은 에스컬레이터를 탔다.6시 30분 구내 식당 오픈시간에 맞춰 가서 뚝배기에 아침식사 거하게 하고 업무 시작하는 루틴 대신, 배가 고프지 않아 그냥 사무실로 올라갔다.


 점심은 보통 팀원들과 함께 구내 식당에서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손에 들고 이삼십분 역삼동을 배회하다가 들어갔지만, 오늘은 샐러드를 받아서 자리로 가져와 먹었다. 그 후에는 폰 게임 한 판 하고 그냥 잤다. 하루종일 저에너지 상태로 있으니 무슨일 있는지 묻는 사람도 있는데, "힘이 없네요." 정도의 대답으로 얼버무렸다. 집에 오는 길에는 유튜브로 경제시황 보던 것을 포기한 채,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솔직히 인정하자, 경제시황을 보는데 쏟는 에너지만큼 내가 부자가 될 리는 만무하다.


 오늘 밖에서 한 일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출근해서 얌전히 일하다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집에 온 것이다. 그동안은 출퇴근길의 도보와 점심시간 산책으로 만보는 찍었을 건강 어플에 3천대의 숫자가 찍혀있다. 대신 제대로 두 끼를 거하게 먹던 것이 샐러드 한끼로 줄었다. 평소보다 줄어든 7천보의 걸음으로는 500칼로리도 소비하기 힘들지만, 식사가 바뀜으로서 2000칼로리는 덜 먹게 된 것이다.


 결코 유효하지 않은 수준의 노력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틈틈이 끼워넣어 피곤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더니, 돌아온 것은 발전없는 삶과 발전적인 체중이었다. 오늘은 뭔가 다른 날 보다 허전하고, 게으르게 산 것 같아 죄책감이 들지만, 그만큼 건강해졌다고 위안해본다. 대신, 그 지리멸렬하고 무용지물이었던 노력들을 모아서, 주말에는 조깅을 해 볼 예정이다.






● 3줄 요약

 - 오늘 평소보다 덜 움직이고, 덕분에 덜 먹었다.

 - 대충 건강해졌다는 생각으로 게을렀던 하루를 합리화한다.

 - 주말엔 달리기를 하고, 체중감량 진행 정도를 인증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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