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아빠의 육아 시작
출산휴가다. 아이가 태어나고 5일은 산부인과, 2주는 산후조리원, 2주는 장모님이 집에 계시면서 도와준 덕에, 약 5주는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나갔고, 이제 나의 시간이다.
아내는 산욕기의 마지막을 지나고 있다. 산욕기는 6주에서 8주까지로 규정되는데, 임신과 출산을 겪은 산모의 몸이 정상 회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아내가 이 기간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자는 것이 싫어서, 되도록 야간 당번은 내가 하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2주간의 출산휴가 덕에, 매일마다 야간 당번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세상에 자기 자식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는 게 평범한 생각이다. 하지만 조금만 비틀어 본다면, 2시간마다 울고 대소변 보고 밥 먹고 울고 하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땠을까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아이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일이다. 계속해서 아이와 교감하고, 생물학적 반사가 아닌, 표정과 몸짓, 입모양 등을 통해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알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이 어렵고 힘든 일을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해 왔다는 게, 세상이 얼마나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기저귀를 갈 때 가끔 나한테 소변을 갈기는 아이가, 그렇게 귀엽고 웃길 수가 없다.
아내는 모유수유를 하다 보니, 굉장히 배고파하고 힘들어한다. 생각해 보면, 한 생명이 숨 쉬고 자라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온전히 담당한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상상만으로도 지치고 배고플 것 같은 일을 저 자그마한 아내가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안쓰럽고 대견하다. 이 또한 사랑 없이 할 수 없는 일이겠지.
장모님이 도와주신 2주간, 장모님이 가져오신 천 기저귀를 쓰면서, 생각보다 시판 기저귀는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물론 시판 기저귀와 다르게 천 기저귀는 한 번만 소변을 봐도 축축함이 사라지지 않기에, 아기가 울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덕분에 하루에 약 20개의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대변은 매번 손으로 치우고 있으며, 두 번의 삶는 과정과 탈수, 빨래대에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실 천 기저귀의 우월성을 설파하기에는, 우리 대부분이 시판 기저귀를 사용함에도 문제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면이 서지 않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모유수유를 하고, 천 기저귀를 쓰다 보니, 분유값과 기저귀값이라는 육아 비용의 양대 산맥에서 조금 자유롭다. 남들처럼 젖병을 바꿔가면서 20~30개씩 사보지도 않고, 분유 맞는 거 찾는다고 바꾸는데 시간과 비용을 쓰지 않는다, 아내의 노고와 내 노력이 어느 정도 보상받는 것 같다.
겨우 이제 30일이 조금 넘은 아이지만, 육아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하고 싶다. 작은 생명이 조금씩 커 나가는 것을 본다는 것은 정말 큰 즐거움이고, 아내와 함께 하는 새로운 데이트다. 비록 우리가 더 멋진 옷을 입고 분위기 좋은 곳에 있진 않지만,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가 이렇게 버벅거리고, 아이는 작고, 울면서, 모든 게 우당탕탕 소리가 나는 이 시간. 벌써부터 이 날이 그리워질 것 같아 잠깐 상념에 잠기기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