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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18. 2023

[특집] 케토시스는 위험한가

하루에 0.3kg씩 빠지는 살


 완전한 케토시스 상태에 접어들었다. 혈당은 점점 내려가고, 호흡 아세톤은 점점 수준이 높아진다. 머콜라 박사는 저서 [케톤 하는 몸]에서 오토파지를 통해 미토콘드리아가 대사 성능을 회복하고 지방을 분해하는데 익숙해진 몸이 되면, 혈당은 70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했다. 당 관리하는 사람에게 혈당 70이라니, 상상도 못 할 숫자일 뿐만 아니라, 이거 위험한 거 아냐?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숫자다. 호흡 아세톤 레벨도 40이 넘어가면 점점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 시작한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케토시스(ketosis)는 이제 꽤 유명한 말이 되었다. 그래도 다시 이야기하자면, 탄수화물의 공급이 없고, 기존에 축적된 혈당 및 글리코겐이 소진된 상태에서, 체지방을 케톤으로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몸의 상태를 말한다. 체지방이 분해된다니,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그런데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몸의 케톤수치가 높아지면 케톤산증으로 위험하다는 말이 자꾸 나온다. 살을 빼면 안 된다는 얘기인가.






 좀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케토시스 상태가 되지 않고는 절대로 살을 뺄 수 없다. 지방 흡입을 제외한 그 어떤 방법도, 결과적으로는 케토시스를 통해 살을 빼는 방법이다. 내가 하는 방법은 단식을 통해 케토시스에 돌입하는 것이고, 운동을 통해서도 케토시스에 돌입할 수 있다. 초중등학교 시절, 오래 달리기나 축구를 하면 끝나고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단식을 하거나, 격렬한 운동 뒤에 입에서 나는 단내는, 케토시스 상태를 의미한다. 케토시스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원인 케톤은 아세토아세트산, 베타 하이드록시부티르산, 아세톤이라는 3개의 물질의 총칭인데, 이 중 아세톤은 날숨으로 배출되고 나머지 두 물질이 에너지를 내는데 쓰이게 된다. 아세톤이 날숨으로 배출되다 보니 단내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케토시스 상태를 위험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이는 1형 당뇨병의 케톤산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은 두 방향으로 존재한다. 혈당을 내리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뿐이고,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은 글루카곤, 아드레날린, 코티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이자(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인슐린과 글루카곤인데, 고등학교 생명과학(생물) 시간에 이상한 이름으로 등장하는 랑게르한스섬의 알파 세포에서는 글루카곤이, 베타 세포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 두 호르몬은 서로 길항작용을 한다.


 당뇨병은 1형과 2형이 있는데, 2형 당뇨는 오랜 시간 건강하지 않은 식이와 생활습관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증가에 의한 것. 후천적인 병이고, 1형 당뇨의 경우 대부분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자의 랑게르한스섬 베타 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병이다. 


 인슐린의 정확한 업무는 혈당을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인데, 인슐린이 나오지 않으니 세포는 당을 공급받지 못한다. 세포가 당을 받지 못하면, 당이 없다고 판단한 몸은 글루카곤 분비를 늘려 체지방을 분해하는 케토시스에 돌입하게 되고, 이를 통해 얻은 글리세롤로 간에서 당을 합성하게 된다. 이 과정은 인슐린 주사 등 외부적 조치가 없는 한 멈추지 않고 일어나게 되는데, 이 경우 몸에는 계속 케톤이 쌓이게 되어 혈액이 산성으로 변하는 케톤산증이 되는 것이다. 물론 세포로 흡수되지도 못하면서 계속해서 쌓이는 혈당도 증가하게 된다.


 이 현상은 정확히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라고 불리며, 단식이나 운동, 저탄수식단을 통한 영양적 케토시스와는 엄밀하게 구분된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혈당이 450이 넘는 상태에서도 케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이며, 우리처럼 뚱뚱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돌입한 영양적 케토시스는 저런 위험 상황까지 갈 수가 없다. 


 George F. Cahill, Jr. 의 Starvation in Man이라는 레터에서는, 40일간 단식을 한 비만 환자의 혈액 및 소변 배설 물질을 확인했는데,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케토시스 상태에서는 케톤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위험 수준 근처도 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내용은 모두 Starvation in Man 레터에서 인용된 것이며, 실제 그래프의 인용 출처는 그래프 아래에 기입하였다. 어렵지 않으며, 간단히만 보고 넘어가면 된다.


출처 : https://blog.naver.com/ranman/220738179920


 

 이렇게 유지되는 이유는 케토시스의 수준과, 소변을 통한 배출량이 평형을 이루게 되면서 가능하다.



출처 :  Alex Yartsev - 25/06/2015, "Endocrinology Metabolism and Nutrition"


Ketogenesis는 케톤 생성, Gluconeogenesis는 체지방이 분해되면서 발생한 글리코겐을 이용해 간에서 포도당을 합성하는 포도당 신생과정을 뜻한다. 두 과정 모두 단식이 14일 지난 이후로 안정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출처 :  Alex Yartsev - 25/06/2015, "Endocrinology Metabolism and Nutrition"


 소변 배출량을 살펴보면, 소듐과 케톤, 암모니아 모두 단식 14일을 기점으로 안정적인 상태에 들어간다. 이렇게 우리가 의도적으로 케토시스에 돌입한 경우에는, 산성혈증이 나타날 만큼의 케톤이 몸에 쌓이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거나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참고로,  Alex Yartsev - 25/06/2015, "Endocrinology Metabolism and Nutrition" 저널에서 흥미로운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단식을 했을 경우의 체중 감량 속도에 대한 그래프이다.



 처음에는 거의 하루에 1kg씩 감량되는데, 이는 앞서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혈당과 글리코겐, 수분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후 케토시스에 돌입하면서부터는 안정적으로 수렴하게 되는데, 하루 0.3kg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10일이면 3kg, 한 달이면 9kg가 된다. 특히 이 시기에 분해되는 것은 대부분 체지방이기 때문에, 정말 획기적인 변화를 맛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위적으로 유도한 케토시스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살을 빼려면 케토시스가 필수적이다. 이 매거진 초반에, 운동으로 살 뺄 생각하지 말자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뚱뚱한 사람은 절대 운동으로 케토시스에 돌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력과 수행능력 모두 부족한 뚱땡이는, 식이를 통한 케토시스로 체중을 감량함과 동시에, 운동 수행능력 및 체력은 서서히 늘려나가야 한다. 본인의 각종 신체 측정 지표가 의료통계학적 정상 범주 내에 들어왔거나, 그보다 나은 수준일 경우에는 운동을 통해 체중관리가 가능하겠지만, 아직 뚱뚱한 우리는 아니다.


 그러니 담담하게, 먼저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자.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해 나가면, 아침에 조깅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날이 올 것이고, 전력질주로 인터벌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멋진 생활을 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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