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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17. 2023

이건 다이어트 메뉴인데요?

13일 차. 탄수화물 제한의 현실적 적용

 먼저, 달리기 전/후로 대량 섭취한 음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분은 예상대로 딱 이틀만에 원상복귀했다. 나와 비슷한 방식의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에게 힘이 되는 사례였으면 좋겠다. 우리의 다이어트는 잠깐 정신놓고 먹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실패하지 않는 다이어트다.



 2주 간의 출산 휴가가 끝나고, 오늘부터 다시 회사 출근을 시작했다. 출근하면 식단 관리가 조금 수월하다. 일단 일하는 시간에는 먹는 것의 유혹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는 게 좋다. 사실 점심 식사를 내가 직접 차릴 필요가 없는 게 제일 좋다. 원래 최고의 음식은 남이 만들어 주는 음식 아닌가.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점심이 꽤 괜찮은데, 한식, 면류, 일품요리, 버거류, 샐러드, 저당식, 당뇨식, 장수식, 다이어트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어차피 식단 관리 중이니 한식, 면류, 일품, 버거류는 쳐다볼 필요도 없다. 얼핏 보면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저당식이나 다이어트식을 고르면 될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일단 나머지 메뉴의 어느 일주일치 식단 구성을 살펴보자.


(순서대로 월, 화, 수, 목, 금)


① 저당식

 - 계피마늘찜닭 / 돼지고기애호박짜글이 / 구운가자미&돼지감자소스 / 소고기칠리덮밥 / 매콤주꾸미마늘종볶음

② 당뇨식

 - 토마토견과카레 / 쌈장돼지고기주물럭 / 두부구이&버섯데리야끼볶음 / 가자미구이&라따뚜이 / 강된장나물

③ 다이어트식 (샐러드 베이스에 토핑만 나열)

 - 스리자차 / 버터구이땅콩오징어 / 비트무화과허니 / 비프&바질포테이토 / 언어감자

④ 장수식

 - 오징어무말랭이볶음 / 오야코동 / 고사리돼지고기찜 / 두부유산슬 / 지중해식병아리콩커리



 사실 모든 메뉴가 목적에 부합하며, 매우 훌륭한 식단이다. 하지만 나는 먹으면 안 된다. 이렇게 특정한 목적을 띠고 있는 메뉴라 하더라도, 대량 생산 체제 하에서는 영양학적인 '균형'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저당식이라고 해도 일부 당류를 이용한 소스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당뇨식이라 해도 일부 건강한 복합 탄수화물이 들어간다. 즉, 일반적인 관리 식단은 말 그대로 '관리' 식단이고, '감량' 식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감량' 식단의 경우,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소스의 당은 엄격히 배제되어야 하고, 눈에 보이는 탄수화물을 전부 없애야 한다. 눈에 보이는 탄수화물이 전혀 없다 해도 육류와 채소, 콩류에서 필연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며, 이는 리포파지, 또는 케토시스를 통한 다이어트를 하는 우리에게는 충분한 양이다. 


 한 가지 더 필요한 게 있다. 해당 식단들에는 지방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많은 건강식의 종류가 저칼로리를 표방하면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필연적으로 지방 함량을 줄이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건강식은 양질의 지방이 부족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공복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다음 끼니의 제어 실패 또는 폭식을 부르게 된다.






 내가 선택한 전략은, 샐러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다. 회사의 어떤 일주일 샐러드 메뉴 예시를 보자.


⑤ 건강샐러드 (모든 샐러드에는 어울리는 드레싱 포함)

 - 치킨텐더샐러드 / 클래식시저샐러드 / 소시지당근라페샐러드 / 하와이안샐러드 / 쇠고기타코샐러드


 이 메뉴를 그냥 먹으면 안 된다. 오늘은 하와이안 샐러드였는데, 나는 수령해 온 샐러드에서 채소와 닭안심살 볶음, 토마토와 병아리콩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걷어냈다. 걷어낸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 압착 오트(귀리), 파인애플, 현미밥, 가공된 견과류, 옥수수


 사실 오트(귀리)와 현미는 매우 훌륭한 탄수화물이다. (귀리는 이렇게 압착하거나, 통 귀리일 때만 좋다. 분말 귀리는 피해야 한다. 혈당관리 특집에서 언급한 식품의 '제형'이 흡수 속도를 빠르게 해서 혈당을 빠르게 올리기 때문이다.) 둘 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귀리는 베타 글루칸이 매우 풍부한데, 베타 글루칸은 면역 시스템 개선과 혈당 개선에 효과가 있다. 당연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단식 / 간헐적 단식에서 음식의 효능은, 먹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는 것이 좋다. 백미보다 현미와 귀리는 비교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다이어트에 좋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은 먹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당질 제한, 또는 강력한 탄수화물 제한을 통해 케토시스 또는 리포파지 상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눈에 보이는 모든 탄수화물을 제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것이다. 


 만약 적당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현 상태를 유지, 건강을 관리하고 싶을 때에 귀리와 현미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제쳐두자.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오늘은 감량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탄수화물을 제거하고, 오늘은 좀 먹으면서 유지하는 정도로 생활하고 싶다면, 훌륭한 탄수화물을 먹자. 나라면 이왕 먹을 거 현미와 귀리로 된 밥에 훌륭한 요리와 반찬을 곁들여서 먹겠다. 샐러드에 조금 들어있는 현미와 압착 귀리를 먹으면서, 애써 먹은 샐러드를 '감량'이 아닌 '관리'로 돌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쉴 때는 제대로 쉬는 게 식욕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언급했던 지방 부족을 대체하기 위해, 나는 사무실에 항상 좋은 올리브유와 소금을 가져다 놓는다. 탄수화물을 몽땅 걷어내고 채소와 육류 일부만 남은 샐러드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잔뜩 뿌리고 트러플 소금을 곁들인다. 이렇게 먹으면 포만감이 커지고, 맛도 있고, 만족도는 상승하면서 효과는 배가 된다. 건강 관리를 하는 사람은 적어도 올리브유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다음 이야기를 쓸 때부터는, 공복 혈당과 함께 식전 혈당, 식후 1시간 혈당을 측정한 것까지 같이 공개할 예정이다. 식단과 함께 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혈당을 올리는 메뉴와 아닌 메뉴에 대한 정보를 함께 데이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아울러 오늘 출근하면서부터 시작한 아침 30분 걷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13일 차 체중 : 101.7kg (어제보다 -1.5kg / 목표 체중까지 22.6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90mg/dL  

 - 호흡 케톤 : 22ppm

 - 12일 차 식사 : 탄수화물 제거한 회사 샐러드, 올리브유와 트러플 소금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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