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원 May 16. 2023

살 빠지면서 근육과 면역은 강해지고 뇌가 젊어지는

12일 차. 선택적 오토파지

 어렵고 재미없지만 알아두면 유용한 최신 이야기를 마저 해 보도록 하자. 이전에 오토파지(autophagy)에 대해 이야기했다. 복습하자면,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는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하여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을 재생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간단하게, 우리 몸의 재활용/정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겠다. 오늘 알아볼 부분은 최신 연구 동향인데, 오토파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mTOR 단백질 이야기는 안 하기로 했다. 우리가 생화학자나 의과학자는 아니니까.


 




 다이어트하는데 자꾸 오토파지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오토파지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고, 여러 오토파지를 발현시키는 조건들이 있다. 정확하게 규명된 것들이 있는 반면, 아직은 연구의 영역에 있는 것들도 있다. 그중에서 우리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오토파지라면 역시 간 오토파지가 될 것이다. 


 간에서 일어나는 오토파지는 리포파지(lipophagy)라고 부르는데, 리포파지란 포도당 부족으로 인한 대사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방세포를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지금까지 매거진에서 지속적으로 했던 이야기는, 몸이 낮은 혈당 상태에 있어야 지방이 분해가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 리포파지 가 바로 같은 이야기다. 오토파지 이론을 다이어트에 적용하면, 극도로 제한된 탄수화물 섭취를 통해 간에서 체지방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살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오토파지도 있을까. 오토파지는 규모에 따른 구분도 있지만, 대상에 따른 구분도 있다. 체지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리포 파지이고, 미토콘드리아를 대상으로 하는 오토파지는 미토파지(mitophagy)라고 부른다. 퇴행 단백질을 대상으로 한 오토파지는 어그리파지(aggrephagy), 미생물 병원체를 대상으로 한 오토파지는 제노파지(xenophagy)라고 한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토파지는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근육의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이나 케톤을 이용해 에너지를 내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이 미토콘드리아를 대상으로 오토파지가 발생하면, 근육은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운동선수 등 퍼포먼스가 중시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이며, 이 미토파지를 발생시키는 기전을 유도하는 약물을 만들 수 있다면 기량 유지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퇴행 단백질을 대상으로 하는 어그리 파지는 뇌에서 발생하는 퇴행성 단백질을 분해하여 이를 이용해 정상 신경세포를 만들어낸다. 만약 어그리 파지를 유도할 수 있다면, 뇌에서 발생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즉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병원체를 잡아먹는 제노 파지는 우리 몸의 면역기능 강화와 연관된다. 감염성 질환에 대해 마땅한 백신이 없을 때, 몸의 생리적 면역체계(대식세포, Killer T Cell 등)의 강화를 통해 빠른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기전을 파악한다면, 신종 전염병이 발생해도 지금처럼 두렵지는 않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선택적 오토파지는, 아직 확실하게 기전을 파악하지 못한 것들이 많고, 이는 훌륭한 연구자분들의 영역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영양소 결핍 상태를 통한 무작위 오토파지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 된다.


 먼저, 포도당 부족 상태로 리포파지를 만들어서 체지방 분해를 유도할 수 있다. 뚱뚱한 사람이라면, 거의 매일 하는 것이 좋겠지만, 매일 그렇게 사는 건 아주 힘드니까 스스로 탄수화물 관점에서 기아 기간 - 포식 기간을 설정해서 식단을 짜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 


 뚱뚱한 사람이 아니라도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지방간이 있다면 리포파지를 유도해 볼 만하다. 내가 만약 정상 체중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1년에 연속 5일로 한 번은 포도당 기아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내 불필요한 내장지방들을 제거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미토파지는 살찌지 않는 몸을 만드는 데에, 그리고 기량을 유지하거나 발달시켜야 하는 운동인에게 유용하다. 우리 몸의 대사가 얼마나 원활하게 일어나는지는,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건강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간히 단백질 부족 상태를 만들어 보자. 격렬한 근육운동 후에 단백질을 보충하지 않는다거나,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단백질 섭취 완전 제한을 해보자. 몸의 염증 반응이 사라지고, 미토콘드리아 개선되면서 기량이 증가할 것이다. 포도당 제한과 함께하면 체중감량 효과는 아주 좋다.


 다만 근육의 양적 발달을 꾀하는 사람이라면 장기간의 단백질 부족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육의 오토파지와 이후 근 합성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더 강하면서도 큰 근육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주 1회 정도의 단백질 제한 식사 및 이후 근 합성을 유도하는 식단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매거진에서 감량 목표를 달성한 후, 운동을 통한 관리를 연재할 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시 이야기할 예정이다.


 




 사실 이도 저도 귀찮으면 그냥 쿨하게 단식하면 된다. 단식을 통해 발생하는 무작위적 오토파지는 체지방 감소와 근골격 개선뿐만 아니라 병원체 대응 면역, 뇌의 퇴행성 단백질 청소를 통한 성능 개선 등 많은 효과를 무작위적으로 누릴 수 있다. 꼭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1년에 1번 정도는 2,3일, 추천하기로는 5일 단식을 한다면, 생각 없이 굴린 몸에 대한 사과를 함과 동시에 건강을 회복하고 노화를 지연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전부터 항상 강조하지만, 1형 당뇨/ 암 환자 등 중증 질환자는 시도하면 안 되고, 임신부/ 수유부/ 성장기 아동청소년은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안 된다. 역시 시도할 필요 없다. 오토파지는 잘 이용하면 정말 좋지만, 본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항상 병의 치료는 의사 선생님께 받는 것이고, 우리는 아프지 않을 때 미리미리, 의사 선생님을 최대한 덜 만나기 위한 건강 관리 목적으로 오토파지를 이용하면 된다.






@ 참고문헌 


1.  질병 관점에서 본 오토파지 유전자들의 생물학적 기능들 (이승규)

 - 링크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report&id=3615


2. 동맥 경화증에서 오토파지의 역할 (허신경, 박승희, 오구택)

 - 링크 : https://www.e-jla.org/Synapse/Data/PDFData/9992JLA/jla-5-1.pdf



3. 오토파지에 의한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 secretases의 분해 조절 기전 규명 (장재락)

 - 링크 : https://scienceon.kisti.re.kr/commons/util/originalView.do?cn=TRKO202100020032&dbt=TRKO&rn=









12일 차 체중 : 103.2kg (어제보다 +0.2kg / 목표 체중까지 24.1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96mg/dL  

 - 호흡 케톤 : 19ppm

 - 12일 차 식사 : 코스트코 연어 샐러드(소스 없이, 올리브 오일과 소금), 집에서 만든 경장육슬





매거진의 이전글 뚱땡이가 운동하면 어떻게 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