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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15. 2023

뚱땡이가 운동하면 어떻게 되는가

9, 10, 11일 차. 마라톤을 다녀와서

 어제는 정말 힘들어서 9일 차 기록을 하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10일 차에 빵빵런 이라는 달리기 행사를 다녀왔는데, 하루 종일 힘들어서 허우적대다가 저녁 10시에 이른 잠에 들었다. 원래는 운동과 오토파지에 대해 쓰려했지만, 계획에 없던 이벤트가 생겼기 때문에 이걸 먼저 언급하고 나중에 오토파지 얘기는 이어서 하겠다.






 이 달리기 행사는 꽤 예전에 내가 신청해 놓았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안 가야 맞지만, 전부터 살 뺄 때 운동 많이 하면 안 좋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그 결과가 어떤지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직접 다녀오기로 했다.


 100kg가 넘는 거구인 나는 10k를 도저히 뛸 자신이 없었다. 살면서 10k라곤 두 번 밖에 안 뛰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5k에 지원해서 뛰어보기로 했다. 먼저, 얼마나 저질스러운 기록인지 살펴보자.


 



 평균 페이스가 1km당 9분 30초다. 환산하면 러닝머신 6.3km/h로 놓고 뛰었단 얘기니까, 사실상 조금 빨리 걸은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확실히 뛰었고, 평균 심박수가 156 bpm이나 나왔다. 이 정도가 지금 나의 저질스러운 체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나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달리기 행사에 참가하는데, 이유는 내가 얼마나 저질인지 확인하는 계기를 가지기 위함이다. 달리기를 하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내 앞으로 앞질러 간다. 살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뒤쳐지는 장르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한없이 뒤로 밀려나면서, 최종 결과는 전체 중 하위 10%에 들게 되는데, 그러면 내가 얼마나 저질인지 깨닫고 약간 관리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각설하고, 나는 저 달리기를 위해서 전날 많은 것을 먹었다. 판체타를 굽고, 치즈를 녹여낸 뒤에 세발나물 한 봉지를 다 털어 넣고 파스타를 만들어서 먹었고, 전날부터 24시간 수비드 조리한 앞다리살을 혼자 600g쯤 먹었다. 앞다리살은 새우젓을 갈아서, 삭힌 고추와 참기름, 고춧가루를 버무려서 만든 양념장에 찍어먹었다. 이후 햄버거 하나를 추가해서 먹기까지. 남들 3끼에 먹을 양을 혼자 먹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로 달리기를 했고, 그 후에는 집에 와서 아내가 많다고 다 못 먹은 토마토 파스타를 0.5인분 정도 먹은 후에, 달리기 리워드로 받아온 단팥빵에 버터를 쑤셔 넣어서 앙버터 빵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잡곡밥에 청국장, 잡채, 나물 등과 함께 한 끼를 제대로 먹었다.


그러고 나서 오늘이 되었는데, 결과는 당연하게도 증량이다. 물론 이것이 진짜 내가 살이 쪘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체중의 증가이고, 그 이면에는 글리코겐과 수분이 있을 것이다. 잘 생각해 보자. 내가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에너지를 로딩한다는 핑계로 전날 먹지도 않았을 것이고, 다음날 끝나고 보상심리로 거하게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달리기를 통해 소모한 에너지는 많아봐야 고작 600 ~ 700kcal 정도일 테지만, 그로 인해 나는 2일간 7,000kcal에 가까운 식사를 하게 되었으며, 잘 관리되던 인슐린은 증가했을 것이고, 다시 몸은 소듐과 함께 수분을 움켜잡으면서 증량했으며, 먹은 가락으로 인해 다음 끼니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달리기 (5/14) 전 후의 체중과 혈당, 케톤 변화


 운동 자체는 당연하게도 나쁜 게 아니다. 그보다 더 건강관리 하는데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다만 뚱뚱하고 식탐이 많은 우리는, 운동, 특히 격렬한 운동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득보다는 실이 더 큰 것이다. 먼저 망가진 내분비(호르몬 등)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식단을 개선하고, 정상화된 몸에서 더 강해지기 위한 몸으로 가기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 내분비 시스템이 정상화될 때까지 뚱뚱한 사람에게는 가벼운 산책 정도가 어울리며, 이는 운동이라 하기보다는 스트레스 완화로 봄이 타당하다.






 우리 몸이 탄수화물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몸으로 변경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젊거나 건강한 사람, 청소년이라면 36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랜 시간 안 좋은 식습관으로 비만이 된 사람의 경우,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 일단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과 대사에서 지방 위주의 식단과 에너지 대사로 변경되는 과정에 발생하는 일들을 알아보자.



1. 인슐린 저항성의 완화

 : 인슐린 저항성이란, 필요 이상의 당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경우에, 인슐린 하나당 처리할 수 있는 당의 양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인슐린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양의 당을 처리하기 위해서 점점 더 많은 양의 인슐린 분비를 요구하게 되는 상황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다고 하는 상황이다. 지방 위주의 식단을 지속하게 되면, 인슐린 분비가 많이 요구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인슐린의 평균적인 분비량이 줄게 된다. 흥분해 있던 인슐린이 차분해지면서,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효율성이 상승, 즉 저항성이 완화된다.  


2. 체내 전해질 농도 개선

 : 인슐린은 혈액에서 세포로 혈당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각종 무기질도 옮긴다. 우리가 짜게 먹어서 혈액 내 소듐의 농도가 높아지면, 인슐린이 이를 세포 내로 옮겨서 세포 내 전해질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우리 몸은 항상 농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분을 더 함유해서 농도를 맞추게 된다. 이것이 짜게 먹어서 몸이 붓고 부종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단순화한 것이다. 지방 위주의 식단을 지속하게 되면 1에서 나타난 것처럼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면서, 세포 내로 옮기는 무기질이 적어지고, 농도를 맞추기 위해 세포는 수분을 배출한다. 배출된 수분은 혈액에서 신장으로 이동해 여과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체내 전해질 농도를 맞추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혈압을 낮추고 부종을 완화해 외관과 내실 모두를 개선할 수 있다.


3. 리파아제 분비 정상화

 : 고교 생명과학(생물)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소장에서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는 리파아제다. 인슐린은 리파아제와 서로 반대되는 분비량을 가지는 성향을 띤다. 즉, 인슐린이 분비가 증가하면 리파아제 분비는 감소하게 되는데, 비만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리파아제는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하고, 지방산이 베타 산화하여 케톤이 되면 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 리파아제 분비가 줄어들면 몸에서 지방을 소화하기도 어려워지고, 체지방을 분해하는 성능이 나빠지면서 살이 찌기 쉬운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지방 위주의 식단을 통해 인슐린 분비의 감소를 지속하면, 리파아제 분비량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몸에서 지방을 제어하는 능력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다시 살이 잘 찌지 않는 상태로 몸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격렬한 운동으로 살을 빼고 싶다는 욕망에 느닷없이 강렬하게 운동을 하게 되면, 그동안 살아오며 쌓인 관성과 보상심리가 발동하면서 계획에 없던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게 된다. 애써 유지해 오던 인슐린 등 내분비 계열의 정상화가 중단되는 것이다. 물론 다음날부터 다시 단식 또는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며, 이는 살을 빼는 과정에서의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우리는 살을 빼는데 그치지 않고, 다 빠진 후에는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내분비 정상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좋은 운동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은 산책조차 하지 않을 예정이다. 방탄 커피 외에 에너지는 몸에 투입되지 않았고, 이런 식으로 당분간 몸을 유지하면서 다시 시스템을 재정비하려 한다. 전에 얘기한 것처럼, 이 다이어트는 이틀을 많이 먹었어도 이렇게 다시 돌아오기 쉽다. 실제로 2일 안에 다시 원래의 추세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음 화에서는, 다시 오토파지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11일 차 체중 : 103kg (3일 전보다 +0.5kg / 목표 체중까지 23.9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108mg/dL  

 - 호흡 케톤 : 9.6ppm

 - 11일 차 식사 : 방탄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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