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차. 오토파지 (Autophagy) 이론
오늘은 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알면 정말 좋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써보려 한다. 그 대상은 바로 '오토파지(Autophagy)'라는 개념이다. 비 전문가가 아주 단순화해서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은 책이나 논문을 찾아보시면 더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단식 /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는, 사실 다이어트보다도 안티에이징 학계와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식, 또는 간헐적 단식이 체중을 감량하는데도 유용하지만, 실은 노화 방지나 노화 지연에 효과가 매우 큰 방식이기 때문이다.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라는 학자가 오토파지 이론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다. 오토파지란 세포의 자가포식 과정, 즉 세포가 자기 자신을 잡아먹는 과정을 뜻하는데, 이 개념은 원래 60년대부터 있었지만, 오스미 요시노리가 이 메커니즘을 밝혀내면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매 순간 손상되고 고쳐지고 교체된다. 망가진 세포나 단백질, 미토콘드리아는 죽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거나, 혹은 고쳐져서 쓰여야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기존 세포를 죽이고 분해하는 과정을 이화(Catabolism)라고 한다면,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동화(Anabolism)라고 할 수 있다. (쇠질 좀 한다는 사람들이 들어봤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그 아나볼릭이 바로 동화다. 즉 스테로이드인데 근육 합성을 돕는 스테로이드라는 뜻이다.) 고장 난 세포를 분해하고, 또 새로운 세포를 합성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일어나면, 우리 몸은 항상 제 기능을 유지하고, 비슷한 외형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 경우에 발생한다. 먼저, ① 고장 났는데도 고장 났다고 인식하지 않는 경우. 고장이라 판단할 문턱은 넘지 않았으나 고장 나긴 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고장을 판단하는 시스템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② 새로 만드는데 동화 작용을 하는데 바빠서, 고장 난 걸 고칠 겨를이 없는 경우다. 에너지가 엄청 들어와서 이 에너지를 새로운 세포로 바꾸는데 집중하느라 고장 난 세포를 분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게 언제일까, 바로 살찌고 있는 상황이다. 살이 찌면 단순히 몸이 무거워져서 컨디션이 나쁜 것도 있지만, 분해되어야 했을 고장 난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등이 분해되지 않고 몸에 좀비처럼 쌓이면서 컨디션을 나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고장 난 좀비 같은 녀석들을 분해되게 할 수 있을까. 앞서 말한 두 가지 원인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바로 단식이다. 내가 지속적으로 36시간 이상의 단식을 권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이 매일 10을 분해하고, 10은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고, 하루동안 할 수 있는 작업량은 20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매일 20의 에너지가 흡수된다면, 몸은 10의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나머지 10은 또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에 모든 여력을 다 한다. 분해해야 하는 10은 분해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투입량이 0이 되면 어떨까. 10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에너지 투입이 없으면 몸은 어쩔 수 없이 원래 몸에 있던 10을 분해해서 새로운 10을 만드는데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토파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에너지 투입이 없어진 몸은, 어떻게든 새로운 세포를 구성하는데 쓰일 단백질 등을 찾기 위해 더 정밀하게 기존 세포를 점검한다. 예전에는 걸리지 않았을 고장 정도도 잡아내게 되고, 에너지의 풍요 속에 안심하고 있던 좀비 같은 세포들이 모조리 검거당한다. 그렇게 고장 난 좀비 세포들을 분해해서 새로운 세포를 구성하는데 쓰이게 되면, 깨끗하고 신선한 세포만 남게 된다. 이게 바로 오토파지가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보는 부분이다.
노화에 대해서는 정의도 마땅치 않고, 개념도 여러 가지지만, 인간 전체의 측면에서 봤을 때 정상 세포보다 손상 세포가 많아지는 과정임에는 분명하다. 사람이 가장 이기기 힘든 것이 어제의 나라는 것은 분명한데, 만약 오토파지를 통해 어제와 거의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게 바로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쫄쫄 굶어서 살 빼면 폭삭 늙는다는 잘못된 시각이 있다. 얼굴이 쭈굴쭈굴해진다던지, 뱃살이 늘어진다던지. 조금 아프게 얘기해 보자면, 살이 쪘다가 오랜 시간 뒤에 빠지면, 피부가 일정 부분 늘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 어떤 방법으로 살을 빼도, 그것은 숙명이고, 찐 살을 빨리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다. 그럼에도 운동해서 살 빼면 살이 늘어지지 않는다는 둥 온갖 비과학적인 마케팅이 현존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지방이 사라진 만큼 근육을 그대로 붙인다면, 전체 부피는 유지하면서 체성분만 바꾼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지방은 복부와 얼굴에서 더 많이 빠질 것이고, 우리의 얼굴 근육과 복근은 크기가 커지는 성장근육이 아니다. 반드시 빈 공간이 생길 것이다.
한 번 비만이 되었던 사람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사람이 더 젊어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상태라면 만족하자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면 분명히 살이 빠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움직이는데 훨씬 더 적은 부하를 겪고,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거기에 오토파지까지 발생한다면, 여러분의 뇌와 피부, 근육과 내장기관이 회복되면서, 외관도 더 생기 있어 보일 것이고, 생각도 평소보다 창의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 수행능력도 훨씬 좋아질 것이고, 분명히 어제보다 나은, 적어도 지지 않는 내가 될 수 있다.
오토파지 이론은 mTOR라는 단백질 경로가 중요하다. 오늘보다 더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를 잘 이용하면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근육 합성에도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오늘보다도 더 쉽게 쓸 수 있게 생각해 봐야겠다.
✓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제발 인터넷 찾아보고 오토파지 주스 같은 거 만들어먹지 말자. 그냥 굶으면 된다. 끼니 챙겨먹으면서 오토파지 주스 먹으면 그냥 효과 없이 간만 안좋아진다. 굶을 때도 당연히 안 먹는게 좋다.
8일 차 체중 : 102.5kg (어제보다 -0.5kg / 목표 체중까지 23.4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98mg/dL
- 호흡 케톤 : 16ppm
- 8일 차 식사 : 닭가슴살 소시지 2개, 소시지 1개, 크래미 1개, 직접 만든 우동 국물과 무, 돼지고기 김치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