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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13. 2023

굶는데 노화가 지연된다고?

8일 차. 오토파지 (Autophagy) 이론

 오늘은 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알면 정말 좋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써보려 한다. 그 대상은 바로 '오토파지(Autophagy)'라는 개념이다. 비 전문가가 아주 단순화해서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은 책이나 논문을 찾아보시면 더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단식 /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는, 사실 다이어트보다도 안티에이징 학계와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식, 또는 간헐적 단식이 체중을 감량하는데도 유용하지만, 실은 노화 방지나 노화 지연에 효과가 매우 큰 방식이기 때문이다.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라는 학자가 오토파지 이론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다. 오토파지란 세포의 자가포식 과정, 즉 세포가 자기 자신을 잡아먹는 과정을 뜻하는데, 이 개념은 원래 60년대부터 있었지만, 오스미 요시노리가 이 메커니즘을 밝혀내면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매 순간 손상되고 고쳐지고 교체된다. 망가진 세포나 단백질, 미토콘드리아는 죽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거나, 혹은 고쳐져서 쓰여야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기존 세포를 죽이고 분해하는 과정을 이화(Catabolism)라고 한다면,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동화(Anabolism)라고 할 수 있다. (쇠질 좀 한다는 사람들이 들어봤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그 아나볼릭이 바로 동화다. 즉 스테로이드인데 근육 합성을 돕는 스테로이드라는 뜻이다.) 고장 난 세포를 분해하고, 또 새로운 세포를 합성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일어나면, 우리 몸은 항상 제 기능을 유지하고, 비슷한 외형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 경우에 발생한다. 먼저, ① 고장 났는데도 고장 났다고 인식하지 않는 경우. 고장이라 판단할 문턱은 넘지 않았으나 고장 나긴 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고장을 판단하는 시스템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② 새로 만드는데 동화 작용을 하는데 바빠서, 고장 난 걸 고칠 겨를이 없는 경우다. 에너지가 엄청 들어와서 이 에너지를 새로운 세포로 바꾸는데 집중하느라 고장 난 세포를 분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게 언제일까, 바로 살찌고 있는 상황이다. 살이 찌면 단순히 몸이 무거워져서 컨디션이 나쁜 것도 있지만, 분해되어야 했을 고장 난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등이 분해되지 않고 몸에 좀비처럼 쌓이면서 컨디션을 나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장 난 좀비 같은 녀석들을 분해되게 있을까. 앞서 말한 두 가지 원인을 번에 잡을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바로 단식이다. 내가 지속적으로 36시간 이상의 단식을 권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이 매일 10을 분해하고, 10은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고, 하루동안 있는 작업량은 20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매일 20의 에너지가 흡수된다면, 몸은 10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나머지 10은 또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에 모든 여력을 한다. 분해해야 하는 10은 분해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투입량이 0이 되면 어떨까. 10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에너지 투입이 없으면 몸은 어쩔 수 없이 원래 몸에 있던 10을 분해해서 새로운 10을 만드는데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토파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에너지 투입이 없어진 몸은, 어떻게든 새로운 세포를 구성하는데 쓰일 단백질 등을 찾기 위해 더 정밀하게 기존 세포를 점검한다. 예전에는 걸리지 않았을 고장 정도도 잡아내게 되고, 에너지의 풍요 속에 안심하고 있던 좀비 같은 세포들이 모조리 검거당한다. 그렇게 고장 난 좀비 세포들을 분해해서 새로운 세포를 구성하는데 쓰이게 되면, 깨끗하고 신선한 세포만 남게 된다. 이게 바로 오토파지가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보는 부분이다.


 노화에 대해서는 정의도 마땅치 않고, 개념도 여러 가지지만, 인간 전체의 측면에서 봤을 때 정상 세포보다 손상 세포가 많아지는 과정임에는 분명하다. 사람이 가장 이기기 힘든 것이 어제의 나라는 것은 분명한데, 만약 오토파지를 통해 어제와 거의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게 바로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쫄쫄 굶어서 살 빼면 폭삭 늙는다는 잘못된 시각이 있다. 얼굴이 쭈굴쭈굴해진다던지, 뱃살이 늘어진다던지. 조금 아프게 얘기해 보자면, 살이 쪘다가 오랜 시간 뒤에 빠지면, 피부가 일정 부분 늘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 어떤 방법으로 살을 빼도, 그것은 숙명이고, 찐 살을 빨리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다. 그럼에도 운동해서 살 빼면 살이 늘어지지 않는다는 둥 온갖 비과학적인 마케팅이 현존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지방이 사라진 만큼 근육을 그대로 붙인다면, 전체 부피는 유지하면서 체성분만 바꾼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지방은 복부와 얼굴에서 더 많이 빠질 것이고, 우리의 얼굴 근육과 복근은 크기가 커지는 성장근육이 아니다. 반드시 빈 공간이 생길 것이다.


 한 번 비만이 되었던 사람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사람이 더 젊어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상태라면 만족하자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면 분명히 살이 빠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움직이는데 훨씬 더 적은 부하를 겪고,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거기에 오토파지까지 발생한다면, 여러분의 뇌와 피부, 근육과 내장기관이 회복되면서, 외관도 더 생기 있어 보일 것이고, 생각도 평소보다 창의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 수행능력도 훨씬 좋아질 것이고, 분명히 어제보다 나은, 적어도 지지 않는 내가 될 수 있다. 


 오토파지 이론은 mTOR라는 단백질 경로가 중요하다. 오늘보다 더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를 잘 이용하면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근육 합성에도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오늘보다도 더 쉽게 쓸 수 있게 생각해 봐야겠다.  



✓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제발 인터넷 찾아보고 오토파지 주스 같은 거 만들어먹지 말자. 그냥 굶으면 된다. 끼니 챙겨먹으면서 오토파지 주스 먹으면 그냥 효과 없이 간만 안좋아진다. 굶을 때도 당연히 안 먹는게 좋다.





8일 차 체중 : 102.5kg (어제보다 -0.5kg / 목표 체중까지 23.4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98mg/dL  

 - 호흡 케톤 : 16ppm

 - 8일 차 식사 : 닭가슴살 소시지 2개, 소시지 1개, 크래미 1개, 직접 만든 우동 국물과 무, 돼지고기 김치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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