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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11. 2023

[특집] 혈당은 안 오르는 맛있는 식사

아내의 임신 당뇨를 겪으면서

 이 경험담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생활에서 실천해 보면 매우 좋다. 혈당이 과하게 높아지지 않는 음식은 결과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는 음식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임신 26주 차에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임신성 당뇨라니. 마음껏 먹어야 한다는 임신부가 식단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는 혈당관리를 해야 한다며, 영양사 같은 분이 한참 동안 설명을 하신다. 어차피 집에서는 내가 밥을 하니까 열심히 듣고는 있었는데, 점점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뭐? 고기를 조금만 먹으라고? 그것도 기름기 적은 부위로? 국물을 먹지 말라고? 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절대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아내와 아이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임신을 경험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임신을 하게 되면 태아의 호르몬으로 인해 산모의 혈당 처리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된다면, 태아의 과도한 성장으로 거대아가 되어 난산의 원인이 되고, 임신 기간 또는 분만 시 각종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임신 기간 동안 혈당 관리가 필수적인데, 기준은 아래와 같다.



서울대학교병원 N 의학정보 : 임신성 당뇨병 발췌




 그리고 아내의 혈당 기록 수치는 아래와 같다.




 초반(12월 마지막주)에는 아내와의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서, 의사 선생님께서 여행 갔다 와서 관리 시작하라고 하셨기에 매우 높은 혈당이 측정되었지만, 여행에서 복귀한 후로는 내가 만든 음식으로 꾸준히 식사를 했다. 목표 혈당 140이 약간 넘은 식사의 경우, 아내가 외부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내 가이드에 맞춰 먹은 식사의 결과이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3kg도 안되게, 잘 관리된 크기로 태어났고, 산모도 후유증 하나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럼 이제 당시 먹었던 주요 메뉴들을 살펴보자. 햄버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 만든 메뉴들이다. 이 외에도 많은 메뉴가 있지만, 누구나 건강하다고 하는 채소 요리나 생선 요리를 제외하고 적어보았다. 



0. 백미 없는 잡곡밥 (현미, 귀리, 카무트, 서리태, 병아리콩, 렌틸콩, 퀴노아, 테프 혼합)


1. 삼겹살 김치찜, 돼지고기 김치찌개


2. 소고기 불고기


3. 제육볶음


4. 햄버거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X)


5. 크림 파스타, 오일 파스타


6. 단순히 굽기만 한 소고기 (차돌박이, 등심, 갈빗살 등), 돼지고기 (삼겹살), 닭고기 (닭다리살)


7. 청국장, 된장찌개



 위 메뉴들을 먹고 1시간 후 혈당을 체크한 결과, 140이 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아내도, 의사 선생님도 의아해했지만, 관리한 지 두 달이 지나서 당화혈색소 검사 (최근 2~3개월간의 혈당 흔적을 알 수 있다) 결과 정상이라는 소견이 나오자, 의사 선생님도 의심을 거두게 되었다.


 요리를 할 때 몇 가지 요점은 다음과 같다.


1. 요리 과정에서 당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단 맛이 필요하다면 스테비아(100% 스테비아)를 사용하되,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스테비아 자체는 너무 건강하고 훌륭한 감미료이지만, 단 맛이 너무 강해 음식의 맛을 해친다. 


2. 백미는 절대적으로 피한다. 통곡물로만 이루어진 잡곡밥도 압력솥으로 밥을 하거나, 반나절 정도 불려서 밥을 하면 충분히 맛있다.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밥 솥에 다시마 식초 한 숟갈, 조각 다시마 세 장, 소금 두 꼬집 정도 넣고 밥을 해 보자. 어지간한 백미보다 더 맛있어진다. (6인용 밥솥 기준)


3. 음식의 제형에 신경 쓴다. 지방은 항상 소화되기 쉽게, 단백질, 탄수화물로 갈수록 소화하기 어려운 형태로 먹는다. 고기를 요리할 때에는, 되도록 얇게 썰어서 굽거나, 돼지고기를 수육으로 먹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은 여러 통곡물을 혼합해서 섭취한다. 올리브 오일은 어울리기만 한다면 어디든 많이 넣어서 먹는 게 좋다. 


4. 채소를 많이 곁들인다. 꼭 생채소일 필요는 없다. 익힌 숙채라도 최대한 곁들여서, 소화기관 내에서 단백질, 탄수화물 등과 얽히고설켜 소화 흡수가 천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5. 천연 감미료와 미원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다시다나 스톡 등 당이 포함된 감미료는 안된다. 미원의 단점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너무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너무 맛있어져서 질 나쁜 재료도 맛있게 만드는 게 단점이고, 맛있어서 많이 먹게 되는 게 단점이다. 그 외에는 장점이 더 많고, 소금과 미원 간 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어서 당류가 포함된 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미원을 너무너무 쓰기 싫다면, 채소 10kg 정도를 하루정도 삶아 걸러낸 육수를 사용하거나, 닭뼈, 소뼈 등을 3일 정도 삶아서 나온 국물을 식힌 후 기름을 걷어내고 육수로 사용하면 된다. 가정집에서 그런 고생을 하고 싶지 않다면, msg는 훌륭한 대안이다.


6. 통곡물 탄수화물과 채소로만 이뤄진 식단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혈당이 측정된 경험이 몇 차례 있다. 단백질과 지방을 항상 골고루 포함시켜서, 소화 흡수를 지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추정)


7. 소위 말하는 정크 푸드를 먹고 싶을 때는, 미국식 수제 햄버거를 먹었다. 별도의 소스보다 육즙으로 승부하는 방식의 햄버거는, 생각보다 영양이 훌륭하게 균형 잡힌 건강한 음식이다. 콜라, 감자튀김 같은 건 상상도 하지 말자.


 결국 혈당을 높이지 않으려면, 원인이 되는 당이 없어야 하고, 소화/흡수 속도를 낮추면 된다. 당을 없애는 방법은 ① 요리할 때 당 쓰지 않기, ② 당 없는 재료 사용이다. 두 번째로 소화/흡수 속도를 낮추는 방법은 ① 채소와 함께 먹기, ② 천천히 먹기, ③ 제형에 신경 쓰기이다. 이 중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형이다.


 가끔 인터넷을 보면, 건강에 좋다면서 뭔가를 갈아먹는 것들이 그렇게 많다. 기억하자. 원시 시대에는 믹서기가 없었다. 뭐든 갈아먹으면 몸에 안 좋다. 빠른 흡수는 혈당에도 악영향이고 간에도 악영향이다. 유동식은 외과 수술한 환자가 먹는 것이다. 치아 튼튼하고 소화기관 튼튼한 우리가 먹을게 아니다. 몸에 좋다고 뭐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건강도 같이 갈아진다.


 밀가루가 몸에 안 좋다고 하는 이유도 역시 제형이다. 곡물을 분말가공해서 먹는 것 자체가 소화/흡수 속도를 빠르게 하고, 높은 혈당을 만든다. 면의 형태가 되었다고 해서, 빵의 형태가 되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음식을 먹을 때에 원래 재료의 형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먹는 습관을 들이면, 혈당 개선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을 지키려면, 웬만해서는 외식을 하면 안 된다. 하더라도, 고급 이탈리안 식당이나 프렌치 식당에서 지중해식 요리를 먹어야 한다. 1형 당뇨는 당연하고, 만약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도, 인슐린 민감성이 회복될 때까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아직 혈당 처리능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도, 혈당 처리 능력은 몸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되도록 건강하게 조리해서 먹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그렇다면 소위 치킨, 피자, 돈가스 같은 음식들은 앞으로도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것인가. 그런 삶은 너무나 슬플 것이다. 그래서 다음 특집에서는, 이러한 맛있고 몸에 나쁜 음식들이 왜 나쁜지와, 먹는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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