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차. 시금치 크림 삼겹살
크림은 살찌는 음식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우유가 가진 염증성 단백질과 유당은 최소화하고, 지방으로 만드는 동물성 생크림은 사실 꽤 건강한 음식이다. 오늘은 동물성 생크림을 이용한 맛도리 음식의 혈당 변화를 확인해 보자.
시금치 크림 삼겹살 (국적 없음, 냉장고에 있는 재료 아무거나 모아서 요리함)
먼저 고기를 한번 데친다. 코스트코에서 사 온 생삼겹살이, 소분하면서 진공포장 했지만, 벌써 일주일이 넘었기 때문에 냄새가 날 수 있어서 식초를 넣고 한번 데친 후에 물에 헹궈냈다. 다시 물에 넣어서 삶으면서, 천일염과 표고버섯을 넣었다. 오늘의 소스인 생크림과 치즈는 그 자체로 감칠맛이 훌륭하기 때문에, 미원은 기호에 따라 안 넣어도 충분히 맛있다.
20~30분 정도 삶아서 고기가 적당히 익었을 때쯤, 냉동 시금치 큐브를 넣는다. 시금치 같은 파이토 케미컬 채소들은 냉동해도 영양소 손실이 적어서, 냉동 채소를 사도 충분히 먹을만하다. 다만 오늘의 요리는 물에 넣어 팔팔 끓이기 때문에, 영양 측면에서 큰 의미는 없다. 그냥 내가 시금치를 좋아한다. 좋아하니까 큐브 다섯 개 넣었다.(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마늘도 두 개 정도 다져서 넣는다.
냉동 시금치가 적당히 풀어지면, 체다 치즈와 그라나 빠다노 치즈, 파마산 치즈를 넣는다. 치즈는 앵X 브랜드가 목초먹인 소의 우유로 만든 치즈라 좋지만, 그 정도까지 컨트롤하자면 생업과 가사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주부로서 좀 힘들다. 그냥 영양분 표에서 탄수화물 최소,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적은 치즈를 쓰면 좋다. 치즈까지 녹았다면 마지막으로 생크림을 넉넉히 부어주고, 불을 끄고 저어준다. 그릇에 옮겨 담고 후추 뿌리고 페퍼론치노 부셔서 올리면 요리가 완성된다. 목초먹인 소의 치즈와 크림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올리브 오일을 좀 뿌려주면 건강에 더 좋다.
먹기 전과 먹고 나서 1시간 후의 혈당을 보자.
식사에는 1시간가량이 소요됐고, 함께 열무백김치와 파김치를 곁들였다. 저 고기는 약 400~500g 정도이며, 내가 혼자 다 먹었다. 식후 1시간 지났을 때의 혈당을 보면, 기존 83mg/dl에 비해 16mg/dl 상승한, 99mg/dl이다. 지난번 된장찌개 한 그릇의 혈당 상승분이 12mg/dl였는데, 거의 한 근에 가까운 고기와 함께 했음에도 16mg/dl 정도만 상승한 것이다. 크림소스도 혈당을 올리지 않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이 검증되었다.
크림은 어쩌다 오명을 쓰게 되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베이킹에 사용되는 생크림 덕분이다. 베이킹은 빵, 머랭, 쿠키, 크림 등 무엇을 만들더라도 엄청난 양의 설탕을 필요로 한다. 대체당으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생크림이 들어간 케이크나 빵을 먹는 순간, 사실상 설탕 덩어리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에야 동물성(우유) 크림이 더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식물성 크림이 훨씬 베이킹에 많이 쓰였는데, 우유 크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에 좋지 않다. 단지 가공성이 좋아 모양이 예쁘게 나오니 쓰였던 것이다. 다행히 이제는 동물성 크림의 우월함이 알려졌고, 대형 프랜차이즈 공장 외에는 베이커리에서 동물성 크림을 쓰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베이커리는 백해무익한 것일까. 여기부터는 개인적인 견해인데, 나는 베이커리를 비롯한 디저트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한국의 식문화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지난 글에서 나는, 대중 음식의 당 함유량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열악한 디저트 문화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디저트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굳이 밥 먹고 비싼 디저트 먹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 디저트에서 느꼈어야 했을 단 맛을 식사 단계에서 느끼게끔 변형되게 한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달지 않아야 할 음식이 달아지고, 정작 달아야 하는 음식은 달지 않은게 더 좋은 것 처럼 여겨진다. 설탕을 잔뜩 넣어 달달한 갈비찜을 먹고, 달지 않은 마카롱, 달지 않은 초콜릿을 찾는 것이다.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을 보면, 대부분 음식의 마지막은 단 맛의 디저트로 끝난다. 한식도 마지막에는 꿀타래나 약과 같은 달콤한 디저트로 마무리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정통 식문화를 자꾸 간소화하고, 빠른 한 그릇 식사 후 일을 하러 가는 분위기로 인해, 디저트의 영역은 흐려져 가고, 그 영역에 존재해야 했을 단 맛은 원래 없었어야 하는 자리로 침투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식은 원래 달지 않다. 설탕 가공 기술은 1950년대에야 CJ에서 처음 도입한 것이고, 우리가 단 맛을 내는 전통의 방법은 꿀과 조청이었다. 유구한 전통을 가진 민족의 음식은, 그 민족이 생존해 온 것만으로도 식단의 건강함이 입증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음식이 그렇고, 이탈리아 음식이 그렇고, 그리스 음식이 그렇고, 자랑스러운 한식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자본의 의도에 의해 변형되고 상업화되면서, 마치 몸에 안 좋은 음식인 것처럼 둔갑하게 된 것이다. 전통의 방법으로 정성껏 요리하고 각 잡아 접근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의 대부분은 아주 건강한 음식들이다. 어떤 게 건강하게 먹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 매거진 첫 화의 제목처럼, 원시인부터 시작해서 문명을 발달시켜 나가고 있는 사람처럼 먹어보자.
음식에 들어가는 우유 크림의 오명을 씻어주고 싶었다. 글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품질의 우유 크림은 꽤 건강한 음식이다. 우유의 진한 풍미와 감칠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음식에 넣었을 때 맛의 상승효과가 굉장해서, 어지간한 요리도 맛있게 만들어 주는 마법의 식재료다. 목초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든 크림은 고품질의 부티르산을 함유하기 때문에, 지방산이 몸에 잘 축적되지 않고 바로 에너지로 쓰일 수 있어서, 살찌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는 훌륭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여러분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혈당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우유 크림이 큰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20일 차 체중 : 99.95kg (어제보다 -1.15kg / 목표 체중까지 20.85kg 남음)
- 호흡 케톤 : 34ppm (아침 공복 기준)
- 20일 차 식사 : 탄수화물 제거한 회사 샐러드, 시금치 크림 삼겹살과 열무백김치, 파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