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차. 가족과 함께도 가능한 다이어트
먼저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다이어트용이라는 것은, 다이어트 중에 못 참고 먹어도 살이 덜 찐다는 것이지, 이걸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것이 아니다. 역시 최고의 다이어트는 이런 거 안 먹을 때 가능하다.
회사 후배지만 아빠로서는 선배인 녀석이 있다. 잘 생긴 녀석이 계속 살이 찌길래, 요새도 와이프랑 야식 먹냐고 물었더니, 슬픈 표정으로 대답한다.
"와이프랑 아들 먹고 남은 거 집어먹다 보니 점점 살이 쪄요."
사실 많은 주부들의 고충일 것이다. 열심히 만든 음식을 입 짧은 가족들이 얼마 안 먹고 남겼을 때, 이걸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결국은 입에 들어간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몸에 들어간 음식들은 쌓이고 쌓여서, 결국 야속하게도 만들어 준 사람을 배신하고 살을 찌운다. 그래서 오늘은, 가족들도 만족하고, 남은 걸 먹어도 나도 안전한 음식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도 안 먹는 게 좋다. 하지만 먹는다고 딱히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 음식들이다.
1. 아시안 푸드를 원하는 가족에게, 똠얌 라면
똠얌꿍 소스와는 전혀 상관없다. 하지만 대충 달고 시고 고수향 나면 태국 음식 느낌이 난다. 이걸 잘 이용해서 야매 똠얌라면을 만들면, 생각보다 꽤 건강한 요리가 된다.
먼저 생 토마토 두 개를 잘게 썰어서 볶기 시작한다. 여기에 마늘 두 알 다져 넣고, 냉동 차돌박이(우삼겹으로 대체하는 게 저렴하다)를 넣어 계속 볶아준다. 토마토가 거의 죽이 되었을 즈음에 고춧가루와 소금, 미원을 넣는다. 물 500ml를 넣어 끓이다가, 냉동 새우를 3개 정도 넣고, 미리 끓는 물에 한번 데쳐서 튀김 기름을 빼낸 사리면을 넣고 끓인다. 면이 잘 익으면 불을 끄고, 레몬즙이나 레몬식초, 또는 다시마 식초를 두 바퀴 정도 둘러주고, 취향에 따라 고수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에리스리톨이나 나한과를 취향껏 넣어서 단 맛을 올린다. 야매 똠얌 라면 완성이다.
일단 조리단계에서 당분이 들어가지 않고, 라면도 적당히 식물성 튀김 기름을 뺏기 때문에, 라면으로 인한 건강의 피해는 최소화되었다. 가족들이 면을 잘 먹는다면, 적당히 국물과 건더기 정도 뺏어먹는다 해도 건강에 나쁘거나 살이 찔 만한 요소는 없다. 안심하고 뺏어먹자.
맛이 조금 심심할 것 같다면, 소금+미원 대신 다시다나 치킨스톡을 쓰면 된다. 다만, 그렇게 할 거라면 그냥 라면수프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 딱히 좋을 것은 없다.
2. 크림 가득한 이탈리안 음식을 원하는 가족에게, 엄청 쉬운 크림 리소토
이것 또한 야매 레시피이다. 나의 방법은 정통 이탈리안과는 거리가 멀고, 대충 흉내 낸 맛이기 때문에, 전업 주부에게 최적화된 레시피임을 감안해야 한다.
먼저 30분 정도 불린 쌀을 올리브유, 소금과 함께 볶는다. 적당히 볶아진 쌀에 물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잘게 썰어놓은 파프리카 2개(나는 주황색 파프리카와 초록색 피망을 사용했다)와 우삼겹, 표고버섯 2개, 마늘 한 알을 넣고 같이 볶는다.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물 조금, 체다 치즈 두장, 그라나 빠다노 치즈 조금, 생크림 조금을 넣고 녹여주면서 섞는다. 만테까레 몇 번 치고, 그릇에 예쁘게 담은 다음, 후추와 올리브유 뿌리면 야매 리소토 완성이다.
여기도 아까 똠얌 라면과 마찬가지로, 당분은 없고, 백미를 먹는다는 죄책감만 감안한다면 나름 건강한 음식이 된다. 맛을 낼 때 단 맛이 없어도, 치즈와 크림의 풍부한 감칠맛과 소금만 합쳐져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탁 위의 녹색 쿼터제로 인해 파프리카를 넣었지만, 심심할 수 있는 식감에 제법 재미를 준다. 가족들이 먹을 때 뺏어 먹어도 딱히 죄책감 가질 필요 없는 음식이다.
누차 얘기하지만, 다이어트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요리를 직접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중을 사로잡는 맛을 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설탕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아무래도 나의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조리과정을 온전히 통제하면서 음식을 하면, 충분히 맛있으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아울러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는다는 자존감을 얻어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대중 요식업계의 조리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소비하는 우리가 너무 단 맛을 갈구하고, 단 맛을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기호에 맞춘 음식들이 점점 단 맛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소비자가 점점 건강을 생각하는 취향으로 바뀌어 나간다면, 거기에 맞춰 대중 요식업계도 당에서 해방되어 재료의 감칠맛과 요리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19일 차 체중 : 101.1kg (어제보다 -0.1kg / 목표 체중까지 22.0kg 남음)
- 호흡 케톤 : 20ppm
- 19일 차 식사 : 탄수화물 제거한 샐러드, 돼지고기 김치찌개, 과카몰리, 똠얌 라면 국물과 건더기
- 운동 : 아침 출근길 30분 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