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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22. 2023

운동을 조금씩 시작해 볼까

18일 차. 내일부터 할 겁니다

 운동으로 살 뺄 수 없다는 것은 여러 번 이야기했다. 운동으로 살을 빼려면 일정 강도 이상의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근력과 폐활량, 관절의 강도와 유연성이 요구되는데, 몸이 뚱뚱해져 있다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운동을 하기에 부적합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식단으로 먼저 체중을 감량하고, 운동은 기능 강화의 목적으로 서서히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조금씩 운동할 수 있는 몸이 되어간다면, 어느 시점부터 식단 관리 만으로는 감량 속도의 정체기가 왔을 때, 운동을 병행하여 정체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집 근처 호수 공원의 길을 걷다 보면, 팔을 힘차게 휘저으며 호수변을 힘차게 걷는 뚱뚱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살을 뺐던 적이 있다.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평소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데 어찌 살이 안 빠지겠는가. 나는 집에서 약 18km 떨어진 대학교에 다녔었는데, 도보로 집에 오면 5시간 정도 걸렸다. 고시 공부를 하던 시절, 2차 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두어 달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 오전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집에 걸어오는 생활을 했다. 그렇게 한 두어 달, 매일마다 5시간씩 걸으니 10kg 정도는 무난하게 빠지는 것 같았다.


 고시는 합격 못 했지만 어쨌든 직장인이 됐고, 이제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다. 내가 매일 5시간 운동을 하면 회사에서 잘리고, 이혼하고 양육권 박탈될게 분명하다. 나는 보통 5시에 일어나서 5시 반에 출근길에 나서는데,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 6시쯤 된다. 11시, 늦어도 12시에는 잠에 드려고 하니, 내게 생활이라고 할만한 시간은 대여섯 시간만 남는다. 그 시간 중 대부분은 육아와 가사로 보내고, 순수한 내 시간은 하루 한두 시간이면 과분한 수준이다. 그 사이 요새는 브런치에 글 쓴다고 30분에서 1시간은 보내니, 남는 시간은 거의 없다.


 우리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헬스장에 있는 트레이너들이나,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는 사람들, 혹은 운동 유튜버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면서 운동으로 그들 같은 몸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건 SF 영화보다 더한 상상이다. 간간히 직장인으로 살면서 바디프로필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잘 생각해 보자. 그들은 원래 날씬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원래 날씬한 몸을 단련하는 것은 뚱뚱한 몸을 날씬하게 만드는 것과는 카테고리가 다른 이야기다. 의지로 가득 차서 독기품고 운동과 식단을 병행해 성공한 직장인을 가끔 볼 수도 있지만, 그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있을 사람이 나였다면 애초에 이렇게 살이 찌지도 않았을 것이다.


 직장과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 운동이 아닌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자영업자나 전문직은, 운동하는 시간이 돈이 되지 않는다. 생업과 운동이 구분되면, 자연스럽게 운동은 후순위가 된다. 하지만 운동을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나처럼 뚱뚱한 사람의 대부분은, 깜빡이는 초록불의 횡단보도가 저 앞에 보이면 뛰기보다는 포기할 것이고, 달리면 버스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도 달리지 못한다. 1년 중 한두 차례 있는 등산, 스포츠 대회 같은 사회생활의 불가피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강제로 참여하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렇게 살다 보면 점점 운동 능력은 퇴화되고, 출근만 해도 점점 하루가 힘들어질 것이다. 운동은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기능적인 역량을 보전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바쁜 우리는 짧게 운동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돈이 되지 않는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다.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효과를 내는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루 운동은 30분이면 충분하다. 30분간 우리의 산소 섭취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심폐능력의 보전과 개선을 꾀하고, 관절과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활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심폐능력을 단련하면서 근육과 관절의 긴장감을 높이는 최고의 운동이 있다. 바로 달리기다. 심지어 돈도 안 든다. 달리기란 말이 나오니 벌써부터 글을 그만 읽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도 달리기는 생각만 해도 싫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보다 더 나은 운동은 없다. 그러니 할 수 있게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달리기는 전신의 근육과 관절을 동원하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렬한 심폐운동이다. 단거리 달리기와 장거리 달리기는 다르지 않나 하고 반문한다면, 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라는 최고의 운동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은, 최고의 속도로 전력질주하는 것과 저강도 유산소 운동(천천히 뛰거나 걷기)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단거리의 전력질주로 근육과 관절의 단련을 꾀하고, 최대산소섭취량을 늘리면서, 저강도의 유산소를 섞어서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까지 단련할 수 있는 운동으로, 모든 종류의 구기 스포츠 선수들이 하고 있는 운동이다. 단연코 최고의 단련형 운동이자,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또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내가 지금의 이 뚱뚱한 몸으로 한다면, 전력질주는 20초도 못 할 것이고, 전체 운동 시간은 3~4분도 못하고 나가떨어질게 분명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조금씩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내 운동시간은 지금부터, 70kg대에 진입하더라도 계속 30분으로 동일할 것이다. 다만 처음에는 걷는 것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30분짜리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처음 말했던 것과 같이, 이것으로 살을 뺀 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운동은 내가 목표를 달성한 후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운동이 될 것이다. 주 3회 정도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한다면, 주 2~3회 정도 약간의 나쁜 식사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물론 그때 가서 검증해 봐야겠지만 말이다.






 매일 아침 30분 먼저 일어나,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타는 정류장을 몇 개 뒤로 미뤄서, 도보 30분 거리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할 것이다. 처음 4주는 이렇게 걷기로, 그다음 4주는 빠르게 걷기로, 그다음 4주는 가볍게 뛰기, 그다음 4주는 중간 속도로 뛰기, 이렇게 점차 늘려나가서, 마지막 4주는 아침에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30분 하고 출근하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혈당은 이제 계획한 궤도에 들어갔으니 앞으로 주 1회만 체크할 예정이고(사실 비용이 부담), 앞으로는 체중과 케톤, 그리고 운동량을 공유하도록 하겠다.




18일 차 체중 : 101.2kg (어제보다 +0.7kg / 목표 체중까지 22.1kg 남음)

 - 호흡 케톤 : 7.5ppm (어제의 포식으로 케톤 수치 감소)

 - 18일 차 식사 : 방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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