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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21. 2023

포식의 날

17일 차. 다이어트 쉴 때 먹어도 되는 음식

 오늘은 포식의 날이다. 내가 그냥 정했다. 그동안 감량이 잘 되기도 했고, 곧 몸무게 세 자리가 깨질 것 같아서, 그전에 한 번 먹고 들어가자는 생각이었다. 먼저 오늘 먹은 것들 확인하고 시작한다. 아내와 함께 먹은 것이니 혼자 다 먹었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점심 : 토마토 파스타, 과카몰리, 연어

다시마 숙성 연어와 과카몰리, 로메인 상추
홀 토마토 통조림과 판체타, 표고버섯, 마늘, 그라나 빠다노 치즈가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 팬 크기를 위해 아이폰 12와 함께 촬영


 파스타는 세몰리나(Semolina)로 만드는데, 세몰리나는 지중해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 듀럼밀(Durum Wheat)을 제분한 밀가루를 말한다. 듀럼밀은 굉장히 단단해서 부드럽게 갈리지가 않고, 세몰리나 형태로 만들어서 면을 뽑아 굳히면 건식 파스타면과 같이 단단한 면이 만들어진다.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면이고, 전에 혈당 특집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형 자체가 곱게 갈리지 않기 때문에, 흡수 속도가 다른 밀가루 면들에 비해 느리다. 그 말인즉슨, 다른 면에 비해 혈당을 빠르게 올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를 GI지수(Glycemic Index)가 낮다고도 표현한다.


 토마토소스는 시중에 있는 것을 사용하면 맛있지만, 많은 양의 당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되도록 토마토를 직접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생토마토로 맛을 내려면, 완숙시킨 후에도 꽤 오랜 시간 양파와 함께 볶고 끓여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경우 홀 토마토 캔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름은 판체타나 관찰레, 베이컨으로 내고, 마늘과 버섯을 기름에 볶은 뒤, 홀 토마토 캔을 까서 넣고 적당한 농도가 될 때까지 약불로 졸인다. 따로 끓이던 면이 적당히 익으면 면을 소스로 옮기고 면수 조금, 이 타이밍에 올리브 오일을 많이 넣고 끓이다가 농도 잡히면 그라나 빠다노 치즈 올려서 먹으면 된다. 간은 소금으로도 충분하다. 좀 더 욕심이 있다면 맛소금을 쓰면 된다.






저녁 : 한방 수육, 동치미 막국수, 들기름 막국수

어제저녁에 담았던 얼갈이 열무 물김치와 동치미를 섞어서 메밀면과 함께 담은 '동치미 막국수'
쯔유와 다시마식초, 들깨 가루와 들기름을 메밀면과 비벼 먹는 '들기름 막국수'
노추와 양조간장으로 색을 내고, 생강과 계피로 향을 낸 한방 보쌈 수육


 메밀면은 한국의 파스타라고 보면 되겠다. 메밀은 산에서 나는 밀(뫼밀)이라는 뜻인데, 우리가 슈퍼 곡물이라고 밥에 넣어서 먹는 아마란스나 퀴노아와 같은 계열이다. 항산화물질도 많고, 이노시톨 함량도 많아서 인슐린 민감성 회복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추가적인 당 없이 동치미나 들기름 막국수로 해 먹으면 훌륭한 한 끼니가 될 수 있다.






 열심히 요리했다고 자랑하고자 올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고, 가끔 포식의 날을 정해서 그동안 먹지 않던 음식을 먹는다 하더라도 눈 뒤집혀서 치킨 돈가스 라면 짜장면 같은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올렸다. 탄수화물을 먹고 싶다면 최대한 복합 탄수화물로, 면을 먹고 싶다면 되도록 파스타나 메밀면 같은 면으로 먹어야 하고, 그 외의 탄수화물은 되도록 제거하는 것이 좋다. 


 토마토 파스타에는 눈에 보이는 추가적인 탄수화물은 없다. 하지만 기름을 내기 위해 사용한 판체타나 베이컨을 만드는 과정에서 설탕이나 시럽이 들어갈 것이다. 삼겹살이나 차돌박이가 있다면, 대신 사용해서 기름을 내는 것이 더 좋다. 올리브 오일은 물이 들어간 후에 넣어서, 높은 온도에서 가열되는 것을 방지하고, 마지막에 넣은 그라나 빠다노 치즈는 탄수화물 함량이 0인 제품이다. 


 어제저녁 동치미와 열무 얼갈이 물김치를 담을 때, 발효를 위해 쌀을 끓여 풀을 쒀서 넣었다. 이렇게 하면 탄수화물이 생기지만, 이는 김치의 젖산 발효 과정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김치에 많지도 않은 양으로 들어간 탄수화물은 그냥 인정하자. 안 먹으면 득 보다 실이 더 많다. 하루동안 실온에 놔둬 잘 익은 물김치들은 면만 넣어서 먹어도 훌륭한 막국수다. 


 들기름 막국수에는 쯔유(일본식 조미간장)와 저온 압착 들기름, 들깨 가루와 다시마 식초를 넣었다. 쯔유는 양조간장과 물, 맛술과 가쓰오부시를 혼합한 뒤 숙성해서 만드는 일본식 조미간장인데, 양조간장과 맛술에는 당분이 포함되어 있다. 그 정도는 감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직접 요리해서 음식을 먹게 되면, 포식의 날에 온갖 염증성 산화 기름과 액상 과당을 배제하고서도 충분히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다이어트의 의지를 다시 다질 수 있게 된다.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음식들이 건강하다 해서 매일 먹으면 살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늘 얘기하지만, 이런 건강한 음식들은, 안 좋은 음식보다는 건강에 좋은 것이다. 내가 만약 70kg라면, 하루 두 끼 저렇게 먹어도 전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살이 빠지지 않을지언정 찌지는 않을 식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100kg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역시 저런 것조차 안 먹을 때 살이 빠질 것이다. 그래도 뭔가를 먹고 싶을 때에는 건강한 음식을 먹자. 건강한 음식과 함께 다이어트하려면 어느 정도의 요리 실력은 필요하다. 혹시라도 요리를 잘 못했었다면, 이번 기회에 조금씩 실력을 키워나가 보자.





17일 차 체중 : 100.5kg (어제보다 -0.2kg / 목표 체중까지 21.4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90mg/dL  

 - 호흡 케톤 : 32ppm 

 - 17일 차 식사 : 토마토 파스타, 연어, 과카몰리 / 동치미 막국수, 메밀 막국수, 한방 보쌈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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