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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29. 2023

대체 감미료 에리스리톨의 위험성

[특집] 의학 기사 읽기 연습

 간헐적 단식이나 대체감미료 이용에 대해서,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다.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게 어떤 자존감에 영향을 주길래 그렇게까지 수호하고 싶은 가치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고, 설탕이 얼마나 고귀한 물질이길래 그렇게 대체 감미료를 폄훼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체로 그런 생각을 개인들이 가지게 된 데에는, 메이저 언론의 역할이 크다. 아침에 어떤 기사를 읽다가 정말 이건 문제다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생업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니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경험으로 썼다고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발췌하여 삽입하고 싶었으나, 저작권법 저촉이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링크나 삽입은 하지 않습니다.]


 23년 3월 18일 자 어떤 유력 신문의 건강 기사에는 아침식사를 건너뛰고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건너뛰면 안 된다고 나와있었다. 문제가 무엇인가. 아침식사를 건너뛴 것이 문제인가,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은 것이 문제인가.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당뇨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필수적인 건강 관리 항목이다. 당연히 체중관리 하는 사람은 더 중요하다. 체중 관리를 하는 사람이 간헐적 단식 후 식사할 때 혈당 지수 높은 음식을 폭식한다는 것은 애초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는 일이다.


 나는 단식이나 간헐적 단식에서, 단식 끝에 먹는 식사의 질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단식 끝에 먹는 식사가 탄수화물과 당질 위주의 식사가 된다면 혈당 스파이크로 인해 오히려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이야기했다. 즉 간헐적 단식은, '공복시간의 유지와 저당/저탄수 및 질 좋은 지방질을 섭취하는 식단'으로 정의되는 것이지, 단순히 공복시간만 가져가는 것이 정의가 아니다. 이 기사는, 세끼 먹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쓰인 글이기 때문에, 간헐적 단식의 요점 중 하나인 아침 공복을 폄훼하는 사고를 유도하는 효과를 가진다.


 두 번째 문단은 더 심각하다.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이나 말티톨 같은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면, 설탕의 최대 75%의 칼로리를 내며, 탄수화물 함량이 결코 낮은 편이 아니어서, 과다섭취하면 설탕 못지않게 좋지 않다고 쓰여 있었다. 더 어이없는 부분은,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인공감미료의 과다섭취가 당뇨병 위험을 올린다고 나와있는 부분이었다.


 이 문단은 정말 못됐다고 생각한다. [에리스리톨이나 말티톨과 같은 인공감미료]라는 식으로 묶은 뒤, 설탕의 최대 75%에 달하는 칼로리를 낸다고 쓰는 방식은 정말 교묘하다. 저 문장에서 '에리스리톨'을 없애면 맞다. 말티톨은 실제로 설탕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한 단순당과 혈당지수를 가지고 있어서, 결코 건강한 대체감미료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에리스리톨은 전혀 아니다. 심지어 대한당뇨병학회가 인공감미료를 당뇨병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니? 왜 갑자기 말티톨이랑 엮어서 에리스리톨을 문제 있는 것처럼 쓰는 것인가. 대한당뇨병학회의 홈페이지 나와있는 내용을 보자.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과 식생활' 중  [식사요법 실천을 위한 정보] 발췌 ①


 위 기사에서의 말티톨은 이 표에서의 말리톨을 말한다. 열량은 1g당 2.4kcal로, 설탕의 60% 정도이다. 충분히 인슐린을 자극할만한 단순당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에리스리톨의 칼로리는 0kcal이다. 실제로는 0.xxkcal이지만, 장 내에서 소화되는 비율이 적어 사실상 0kcal라고 명기한다. 다음 발췌본을 한번 더 보자.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과 식생활' 중 [식사요법 실천을 위한 정보] 발췌 ②


 대한당뇨병학회는 설탕 등 단순당과 체내 소화와 흡수가 다른 대체감미료가 혈당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명히 써 놨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고 혈당 조절이 필요하다면 대체감미료를 활용해 보자고도 제안한다.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대체감미료를 이용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올라간다고 하는 것인가. 설마 더 마지막에 단맛 선호로 당류 섭취량이 증가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저 말에서 출발한 것일까.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단 것을 선호하는 사람의 문제인가, 에리스리톨의 문제인가.






 초중고 과학시간에 배워야 하는 더 중요한 것은, 아세트기 벤젠 화학식을 외우고, 키르히호프 법칙이나 캘빈 사이클을 외우는 것보다, 과학 윤리와 실험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실험 방법론에 대한 교육은 너무 미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구의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 가설과 변인, 실험 방식과 결론 도출의 과정을 보기보다는 연구 주체와 언급 주체의 공신력과 권위에 의존한다. 그리고 단순화된 결론은 몇 번의 입만 거치면 말도 안 되는 이론으로 바뀌어서, 사람들을 이상한 지식의 늪으로 끌어당긴다. 한 번 중독된 잘못된 지식은 고착화되어서, 반대되는 현실을 만나도 쉽게 마음을 바꾸지 못하게 된다. 감정으로 인해 지식이 오염되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단순히 많은 지식을 쌓았다고 우쭐해하는 것도, 무작정 존경하는 것도 없어져야 할 인습이다. 지식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세밀한 판단 준거와 논리적 기준을 가지는 것. 권위에 의존하는 판단, 화자가 누구인지에 의존하는 판단보다는 말 자체의 진위여부와 논리성, 당위성에 집중하는 것. 시야를 유연하게, 디테일과 전체를 오가면서 가짜뉴스가 팽배하고 오염된 지식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선별된 정보를 습득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치면서, 미국 국립보건원의 에리스리톨에 대한 자료를 첨부한다. 혈당 지수가 0, 칼로리는 0.2kcal/g이고, 감미도(단맛)는 설탕 1 기준 0.6-0.8이다. 부작용으로 알려진 것은 관찰된 바 없으며, 과복용 시 복통과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 발췌 ①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 발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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