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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30. 2023

우리는 과연 안전한가요

해맑음 센터 폐쇄 사태를 보면서

 학폭 피해자의 즉시 분리 및 피해자들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던 해맑음 센터가 폐쇄됐다. 물론 나도 뉴스에서 박상수 변호사님이 울분을 토하시는 것을 보면서, 해맑음 센터의 존재와 폐쇄에 대한 문제를 처음 알았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관심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는 합리화를 하면서도, 이 문제를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답답함이 늘어가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을 것이다.


 사태를 간단히 정리하면, 해맑음 센터로 운영되던 건물이 안전진단 E등급을 받으면서 즉각 퇴거명령이 내려졌다. 교육부, 교육청, 국회가 모두 여기에 대안을 내놓을 것처럼 했지만, 결국은 아무런 대안도 없이 학교는 폐쇄되고, 피해 학생들은 강제 수료당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부적응자를 함께 모아놓은 시설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된다는 교육청의 말이나, 어차피 가해자가 피해자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 된다는 교육부의 말은 진짜 이 나라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하는 절망을 준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의원들은 기사내면서 방문하고 이름팔이는 했지만,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측은지심으로, 동정심에 호소하면서, 취약계층을 돕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각각 어느 면에서는 강하기도 하고, 어느 면에서는 약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이 모든 종류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고, 그러한 위험에 노출되는 자연상태를 극복하고자 사회계약으로서의 정치와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너도 나도, 우리는 언제든 위험에 직면할 수 있지만, 사회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어준다는 믿음으로 생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정치의 역할 중 하나이다. 그런 정치가, 인간성의 말살을 겪은 꿈나무들을 보호하는 것에 미온적이라는 것은 너무나 절망적이다. 모두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권이 이 사안에 대해 답을 내놓을 때까지 국민적인 관심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나는 약자는 탈락하고, 강자만 살아남는 게 자유 경쟁 사회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 의심의 여지없는 약자였는데, 마치 자신은 강자인양 생각하는 게 항상 신기했다. 왜 약자가 강자의 편을 드는지 이해하기는 어려우나, 자신이 강자라고 착각하면서, 약자가 살아남기 힘든 세상을 만드는 것이, 실제로 약자인 그들을 살아남기 힘들게 해서 스스로의 논리를 완성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모두는 어느 한 면에서는 약자다. 내가 위험에 빠지는 때에 누구도 돕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보다, 서로의 약한 부분을 돕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지능적이고 이기적인 이타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건 하나하나에 나랑 관계없는 일이라며 외면하는 사회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만날 어이없고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의 상황에, 우리를 돕는 사람들은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의 안전은 지금 안전하지 않는 사람을 돕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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