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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31. 2023

삼겹살과 함께한 10kg 감량

26, 27일 차. 살 빼니 달라진 것들

 하루만 더 있으면 다이어트 시작한 지 4주가 된다. 예상보다 조금 늦었지만, 체중 감량치가 10kg을 돌파했다. 사실 10kg라 하면 엄청난 숫자 같지만, 나는 원래 체중이 워낙 무시무시했던지라, 시작 체중의 10%도 안 된다. 60kg인 사람이 5kg 정도 빠진 거라고 보면 되겠다.






 사람은 보통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거나, 평소 호감과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10kg 정도 빠진 것은 알아보지 못한다. 내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공언한 후로, 여전히 나를 보고 "근데 효과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운하지 않다. 내가 살이 빠진 것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친분과 호감이 없는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기뻐하고 있고, 부모님이 만족하신다. 그거면 됐다.


 내가 느끼는 것은 살이 빠졌다는 사실보다, 건강해졌다는 느낌이다. 만약 내가 적게 먹고 운동하는 다이어트를 했다면, 끊임없는 혈당의 부족과 욕구에 시달리면서 기력 없는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을 것이다. 주 에너지원이 케톤으로 변경된 지금 시점에, 나의 후덕한 비곗살은 든든한 에너지원이다. 덕분에 고급 휘발유를 탱크 가득 채워 넣고 달리는 차가 된 기분이다. 육아를 시작해서 바뀐 삶으로 힘들었을뻔한 시기에, 이렇게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제 아내와 함께 발견한 특이한 점은, 혀에 끼는 백태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내가 신생아 혀랑 똑같다고 말할 정도로 혀가 깔끔해졌다. 아마 공복감에 계속해서 물과 애플사이다식초를 먹은 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정확한 의학적 원리는 모르겠다. 어쨌든 몸이 깔끔해졌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


 얼굴과 몸에 나던 트러블들이 사라지고, 피부가 깔끔해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도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느껴지긴 하는지, "요즘 편한가? 얼굴이 좀 좋아 보이네?"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저탄수 및 고품질 지방의 섭취, 과도한 단백질 섭취를 피한 것이 전신의 염증 수준을 낮춰서, 피부도 좋아지고 원인 모르게 아픈 관절통도 없다. 특히 나는 살이 찐 것도 있지만, 염증 수준이 높아서 항상 이하선(귀 밑에서 턱에 이르는 부위에 분포한 림프절)이 부어있었고, 누나는 그걸 보고 볼거리 하냐고 놀리는 게 일상이었다. 심지어 만지면 좀 아프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이하선의 붓기가 사라지고, 만져도 통증이 없다. 이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원래 작았던 신발에 여유가 생겼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살이 찌면 발도 커진다. 정확하게는 부종과 염증으로 발이 붓는다고 하는 게 맞겠다. 고등학생 때는 270의 신발을 신었고, 군대에서는 265를 신다가, 다이어트 시작 전에는 280을 신었다. 이제는 280 신발을 신고 걸으면 자꾸 벗겨지려 해서, 한 치수 작은 신발을 사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발이 커졌을 때는 좁은 운동화에 발을 구겨 넣는 느낌으로 신다 보니, 항상 물집이 잡히곤 했는데, 발이 여유 있다는 느낌은 제법 기분이 좋다.


 원래 입던 옷들도 조금씩 커져서 약간 오버핏이 되고 있지만, 아직 살찌기 이전에 입던 옷을 입기에는 부족한 몸이다. 적어도 10kg은 더 빠져야 예전의 옷을 겨우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패션에는 흥미를 잃었지만, 그래도 올록볼록한 몸의 실루엣을 보여줘야 했던 예전보다는 나은 실루엣에, 바닥에 깔렸던 자존감은 조금 올라온 것 같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공언한 6개월 중 남은 기간은 5개월 남짓이고, 앞으로 20kg가량을 더 빼야 하는데, 아마 감량 속도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제부터는 조금씩 운동의 힘이 필요할 것이기에, 운동의 강도를 체계적으로 올려가는 계획을 세울 것이다.


 아직까지 단식과 공복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다. 간간히 먹는 삼겹살과 김치, 아보카도는 정말 행복한 음식들이고, 이런 것들을 먹으면서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특히 삼겹살은 정말 최고의 음식재료다. 구워도 쪄도 삶아도 맛있고, 김치 된장 간장 토마토 크림 젓갈 액젓 뭐 하나 어울리지 않는 게 없다. 물론 나는 김치와 함께 삶거나 쪄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단독으로 삶아도 배추김치, 무김치, 열무김치, 물김치 등 함께할 수 있는 다양성이 높다. 당과 탄수화물 없이 조리하고 먹는다면 다이어트에 해를 끼치지도 않고, 만족감이 높아 또 며칠간 단식을 하거나 간헐적 단식을 할 때 공복을 유지하는데 힘을 준다. 


 앞으로도 간간히 이런 음식들과 함께 하면서 다이어트를 기분 좋게 유지할 있을 것이다. 탄수화물이 당기는 날에는 잡곡밥이나 메밀면, 파스타 위주로 먹으면 된다. 불가피한 술자리가 있다면 며칠 단식을 해서 속죄하면 된다. 이렇게 빼야 할 10kg를 기분 좋게 맞이할 있다. 남은 목표가 전혀 걱정되지 않고, 빠질 것이 기대된다.






 10kg 감량 기념으로 내가 독립한 이후에 간간히 만들어 왔던 삼겹살 요리들을 나열해 봤다. 삼겹살과 함께한 영욕의 세월들을 보니, 아무도 시켜주지 않았는데 삼겹살 홍보대사가 된 것 같다. 여러 가지 요리들을 통해, 함께 다이어트하고 있는 분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우거지, 양파와 함께 연한 된장국물에 삶은 삼겹살 수육
고춧가루, 대파, 마늘을 볶아 돼지뼈 육수를 끓여서 만든 차슈 라면 (면은 페투치니 파스타면)
대파 크림 삼겹살 파스타
토마토와 양파를 넣고 삶은 삼겹
전주의 ㅎㅌ식품이라는 식당 고기전골이 맛있다길래, 상상으로 만들어 본 삼겹살 전골. 배추 육수 베이스
차례상에 올라갔던 수육은 삼색나물과 함께 볶으면 기가 막히다
페코리노 치즈를 올린 수비드 삼겹살과 볶은 김치
양송이 된장소스에 졸인 삼겹살
파김치 국물에 삶은 삼겹살
파프리카, 미나리, 양파를 넣고 만든 저수분 삼겹살 수육
꽈리고추, 파채를 넣고 만든 저수분 삼겹살 수육
마지막으로, 다이어트용 삼겹살 요리의 근본. 삼겹살 김치찜





27일 차 체중 : 98.15kg (4주 전보다 10.95kg 감소 / 목표 체중까지 19.05kg 남음)

 - 호흡 케톤 : 47ppm

 - 아침 공복 혈당 : 87mg/dl

 - 26, 27일 차 식사 : 방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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