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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02. 2023

감자 없는 감자탕 (feat. 혈당)

29일 차 ② 아내를 통한 추가 메뉴 검증

 항정살 나물찜만 했다면 여섯 시부터 부산 떨 이유가 없다. 아내는 항정살을 별로 안 좋아해서, 아내를 위한 메뉴를 따로 만들었다. 감자 없는 감자탕, 심지어 등뼈고기는 발라내기 삼겹살로 만들었다.



 삼겹살은 냉동삼겹살을 이용했다. 냉동 삼겹살로 끓이는 요리를 할 때는,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끓인 후 헹궈주는 것이 좋다. 나는 끓일 때 식초를 조금 넣어서 끓인다. 


 우거지는 겉의 질긴 껍질을 모두 벗겨낸다. 우거지는 시래기와 함께 엄청 맛있는 식재료인데, 이 껍질 벗기는 작업이 너무 귀찮아서 자주는 못 먹게 된다. 그래도 열심히 벗기면 부들부들하니 어디에 넣어도 맛있는 재료다. 


 재래식 된장 3 밥숟갈, 고춧가루 2 밥숟갈, 썰지 않은 청양고추 3개, 표고버섯 썰어서 3개, 다진 마늘 2 밥숟갈, 삼겹살 400g, 미원 0.5 밥숟갈을 넣고 끓인다. 보통은 설탕과 고추장도 넣지만, 다이어트하는 사람이나 혈당관리 하는 사람은 안 넣는 것이 좋다.


 아침에 한 시간 정도 끓이고 불을 끈 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점심시간 20분 전에 다시 불을 올린다. 20분 정도 더 끓인 후, 깻잎을 썰어 넣고, 들깨가루를 양껏 뿌린다. 감자 없는 삼겹살 감자탕 완성이다. 맛이야 뭐 시판 감자탕하고 똑같다. 당연히 맛있다.






 아내는 잡곡밥과, 어머니가 챙겨주신 열무김치, 배추김치를 반찬으로 함께 먹었다. 내 부모님도 요리할 때 설탕은 안 쓰시는 분들이라, 우리 김치에도 당은 따로 없다. 아내의 식사 전, 식후 1시간 혈당을 보자.



식전 공복혈당. 101mg/dl은 공복혈당 장애가 의심되지만, 오늘은 넘어간다.


식후 1시간 혈당



 잡곡밥을 함께 먹었음에도, 혈당이 5mg/dl 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밥 없이 항정살 나물찜만 먹은 나보다도 올라가지 않은 것이다. 아마 우거지와 깻잎 등, 훨씬 많은 채소와 함께 먹은 것이 혈당 상승을 막지 않았을까 추론해 보지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정말 대단한 결과였다. 당 없이 조리한 감자탕은 이렇게 훌륭한 혈당 관리 음식이다. 물론 감자는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오해가 있을 법한 음식들의 혈당 검증을 하면 보람을 느낀다. 이걸 보고 그동안 혈당 관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을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반복해서 말하지만, 재료와 조리 과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세상에는 혈당이 오르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아주 많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음식들을, 물론 정통 레시피 같은 건 없겠지만,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서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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