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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02. 2023

항정살 나물찜 (feat. 혈당)

29일 차 ① 기다리던 포식의 날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인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점심을 직접 만들고 먹고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세팅을 완료해야 점심시간을 온전히 먹는 것으로만 즐길 수 있다. 여섯 시에 일어나자마자 새벽 배송 주문한 항정살과 부지깽이, 죽순을 손질했다. 해 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는 요리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집밥의 묘미 아닌가.





1. 손질한 부지깽이를 찜기에 올린다. 굵은 줄기는 제거하고 소금으로 간한다.

부지깽이나물 세팅


2. 통항정살 500g을 부지깽이 위에 올린다. 항정살의 기름이 부지깽이에 스며들기 위함. 소금 간.

항정살은 통항정살이든, 아니든 상관없을 것 같다


3. 죽순을 올린다. 이유는 없다. 내가 좋아한다. 사실 표고도 올렸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 소금 간.

죽순은 맛있다


 30분가량 쪄 준다. 죽순과 표고버섯, 항정살을 먼저 꺼낸다. 모두 비슷한 모양으로 썰고, 접시에는 부지깽이나물, 항정살, 죽순, 버섯 순서로, 원래 찔 때와 같은 순서로 올려서 플레이팅 했다.


완성된 항정살 부지깽이나물찜(feat. 죽순과 표고)


 부지깽이나물은 울릉도 취나물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이름이나 산지, 근본은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상당히 향이 좋고 맛있으며,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울릉도에서 나는 채소는 다 돼지고기랑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다. 명이나물이 대표적이지 않은가.


 죽순은 부티르산, 카프릴산 등 내가 방탄커피에 넣는 버터나 MCT 오일을 통해 일부러 섭취하는 훌륭한 포화지방이 좀 있다. 사실상 숲에서 나는 버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나 보다. 사실 뭐 영양은 모르겠고 맛있어서 먹는다. 맛있는데 살 안 찌니 더 좋다.


 다른 간은 할 것 없이 소금으로만 간 했지만, 저 부지깽이나물의 훌륭한 커버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물론 K-밥상에 고기만 있을 수 없어서, 집에서 직접 담은 삭힌 고추무침을 곁들였다. 오늘 만든 건 아니고 전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천일염으로 4주 동안 삭히고, 고춧가루와 양파, 참치액과 에리스리톨로 맛을 냈다.


이건 진짜 맛있다


 이 현기증 나게 맛있는 식사를 하기 전에 측정한 혈당은 88mg/dl이다.


 식사는 한 시간이 조금 안 걸렸고, 종료 후 한 시간 뒤에 측정한 혈당은 102mg/dl이다.


항정살 500g은 일반 고깃집에서는 약 3인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많이 먹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그 정도의 양을 먹어도 혈당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오늘 식사에서 당이 있는 부분은 죽순과 고추무침의 참치액 정도인데, 그로 인한 14mg/dl정도의 상승은 아주 정상적인 변화로 봐도 된다. 더 타이트하게 혈당을 관리하고 싶다면 고추무침을 할 때 참치액 대신 미원을 쓰는 게 좋다. 죽순은, 맛있으니 유지하자.






 고기는 채소랑 먹는 게 좋다. 어른들 늘 하시는 말씀이지만, 맞는 말이다. 채소의 식이섬유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과 함께 엉켜서, 소화와 흡수를 느리게 만든다. 포만감의 지속력을 높이고,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는 이야기다. 뭔가 죄짓는 것 같은 음식을 먹는다면, 죄책감의 크기만큼 채소를 같이 먹는 것도 좋은 방어법이다. 


 오늘은 나 말고도, 아내도 다른 메뉴로 혈당 검증을 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마저 이어가겠다.


 



29일 차 체중 : 97.8kg (어제보다  0.3kg 증가 / 목표 체중까지 19.35kg 남음)

 - 호흡 케톤 : 72ppm

 - 29일 차 식사 : 항정살 부지깽이나물찜 (죽순, 표고버섯 포함)

 - 오늘 포식의 날로 정했기 때문에, 내일의 체중은 더 늘고 케톤은 줄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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