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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05. 2023

저탄고지라는 말이 문제다

[특집] 아무거나 먹고 저탄고지라구요?

 인터넷 기사나 칼럼에서 저탄고지는 위험하다는 글을 종종 본다. 케톤 식이를 통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글을 읽으면 답답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난의 대상인 '저탄고지' 식이라는 것은, 케톤 식이를 통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원칙과는 너무나 괴리가 있는 식이요법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저탄고지라고 하는 것이 어떤 방식의 문제가 있으며, 건강한 케톤 식이란 어떤 것인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용어의 정의를 확실히 해 보자. 우리가 해야 하는 다이어트 식이는 케톤 식이요법이다. 단순하게 탄수화물을 적게, 지방을 많이 먹으면 된다는 것과는 다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용어의 범주와 상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복잡한 내용과 개념을 단순화해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자.


탄수화물에 대한 개념 정리

 - 탄수화물은 당이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 당이 하나면 단당, 두 개면 이당, 여러 개가 결합하면 복합당, 진짜 여러 개가 결합하면 녹말이라고 한다.

 - 단당에는 포도당, 과당이 있다.

 - 이당은 설탕, 유(젖)당, 엿당이 있다.

 - 복합당은 올리고당이 있다.

 - 녹말은 밀가루, 쌀 등의 전분을 말한다.

 - 여러 개가 알파 결합을 하면 녹말이지만, 베타 결합을 하면 셀룰로오스가 된다.

 - 녹말과 셀룰로오스는 복합탄수화물이라고도 한다.

 - 셀룰로오스는 식이섬유다.

 - 녹말은 분해해서 당이 되면 몸에서 에너지로 쓸 수 있다.

 - 인간은 셀룰로오스를 분해하지 못한다. 즉, 에너지로 쓸 수 없다.

 - 당이 빠르게 흡수되면 혈당이 빠르게, 많이 오른다. 이게 건강을 해친다.

 - 탄수화물은 당보다는 녹말의 형태, 그냥 녹말보다는 셀룰로오스랑 같이 먹는 게 좋다.

 - 그래서 우리가 식품 성분표를 볼 때, 총 탄수화물량만 볼게 아니라, 당류, 식이섬유 함량도 함께 봐야 한다.

 - 날씬한 사람은 복합탄수화물을 규제할 필요가 없다. 단당/이당류는 건강한 사람도 안 먹는 게 좋다.

 - 복합탄수화물을 잘게 가공하면 흡수가 빨라져서 사실상의 단당/이당류의 효과를 낸다. 안 먹는 게 좋다.

 - 그게 밀가루, 쌀가루다.

 - 케톤 식이요법을 통해 살을 빼고 싶다면, 당류와 더불어 복합당, 녹말의 섭취도 제한해야 한다.

 -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식이섬유는 항상 다다익선이다.

 - 뇌는 전체 사용 에너지의 30%는 반드시 포도당을 써야 한다. 나머지 70%는 케톤으로 대체 가능하다.

 - 사실 적혈구도 포도당만 쓴다. 얘네는 세포핵이 없는 구조라서 그렇다.

 - 살을 빼는 사람이 아니라면, 뇌와 적혈구의 포도당 공급을 위해 탄수화물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 대신 식이섬유와 녹말이 함께 존재하는 형태로 먹어서,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것이 좋다.

 - 그래서 건강한 사람도 통곡물과 채소를 함께 먹는 게 좋다고 하는 것이다.

 - 살 빼고 싶다면 채소만 먹으면 된다.


지방에 대한 개념 정리

 -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의 결합 상태다.

 - 중성지방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지방의 형태다. 전기적으로 중성이라 중성지방이라고 한다.

 - 중성지방이 분해되면 발생하는 지방산 중 3가지를 통칭하여 케톤이라 한다.

 - 3가지는 베타-하이드록시부티르산, 아세토아세트산, 아세톤이다.

 - 베타-하이드록시부티르산과 아세토아세트산은 에너지를 내는데 쓰인다. 아세톤은 호흡으로 배출된다.

 - 중성지방 분해되어 발생한 글리세롤은, 간으로 이동해서 포도당 만드는데 쓰인다.

 - 정리하면, 지방을 분해하면 에너지와 포도당이 생긴다.

 - 그래서 살 빼는 사람은 탄수화물을 안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뇌나 적혈구가 쓸 포도당은 충분히 발생한다.

 - 지방은 전기적으로 구분할 때 중성지방이란 분류가 나오는 것이다.

 - 탄소 결합상태로 분류하면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구분된다.

 - 식물에서 나오냐, 동물에서 나오냐로 동물성, 식물성 지방으로 구분된다.

 - 식물성 지방에도 포화지방이 있고, 동물성 지방에도 불포화지방이 있다.

 - 식물성 포화지방은 아주 건강한 지방이다. 코코넛 오일이 그렇다. 그걸 정제한 MCT 오일은 더 좋다.

 - 식물성 불포화지방은 단일불포화지방, 다가불포화지방으로 나뉜다. 다가불포화지방은 몸에 안 좋다. 매우.

 - 케톤 식이요법에서 많이 먹으면 좋다고 하는 지방은, 식물성 포화지방과 식물성 단일불포화지방이다.

 - 이것도 탄수화물이 적을 때만 좋다. 탄수화물이 충분하면 포화지방은 그대로 중성지방으로 몸에 쌓인다.

 - 동물성 지방에는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 반반정도 있다.

 - 육류가 가진 불포화지방이 단일인지, 다가인지는 이 동물이 뭘 먹었냐에 따라 다르다.

 - 풀 많이 먹은 육류는 단일불포화지방, 곡물 많이 먹은 육류는 다가불포화지방이 많다.

 - 그래서 고기 먹을 거면 목초 먹고 자란 소고기를 먹으라는 이야기다.

 - 생선에는 단일불포화지방이 많다. 그래서 육류보다는 생선이 개념적으로 좋다.

 - 하지만 생선에는 중금속이 많다. 그래서 치우치지 말고 육류와 생선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 결론적으로, 케톤 식이요법에서 선호되는 기름은, 식물성 포화지방, 식물성 단일불포화지방이다.

 - 동물성 포화지방은 중립 포지션이다. 먹고 싶으면 먹는데,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

 - 많이 먹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가불포화지방 섭취가 많아지니, 적당히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 단백질도 필요 이상으로 먹게 돼서, 여러모로 좋지 않다. 적당히 먹는 게 좋다.

 - 식물성 다가불포화지방이 최악의 기름이라고 보면 된다.

 - 저탄고지 한다고 품질 나쁜 버터/마가린/고기 잔뜩, 튀기거나 볶은 거 먹으면 안 하니만 못하다.

 - 가열하지 않은 고품질의 건강한 기름만 허용되는 것이 제대로 된 케톤 식이요법이다.

 - HDL/LDL도 몸에 존재하는 지질의 일종이며, 콜레스테롤이라고 통칭된다.

 - 몸의 아주 중요한 구성 성분이며,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몸에서 만들어진다.

 - 콜레스테롤을 먹는다고 콜레스테롤이 되지 않는다. 먹을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편의상 저밀도, 고밀도로 구분했지만, 둘 다 지방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

 - 이게 많다고 큰 문제가 아니다.

 - 에너지로 쓰이지 않고 잉여로 혈관을 돌아다니는 중성지방이 같이 높은 경우는 큰 문제다.

 - LDL 콜레스테롤은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의 줄임말이다.

 - 근데 LDL도 더 작은 녀석과 큰 녀석이 있다. 진짜 작은 LDL을 vLDL이라고 하는데, 얘가 문제다.

 - vLDL은 혈관에 쌓여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혈관벽에 죽상경화반을 만든다.

 - 죽상경화반이 우리가 알고 있는 혈관벽이 좁아져서 심장질환을 만들어내는 형태다.

 - vLDL을 줄이려면 다가불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단일불포화지방 섭취를 늘려야 한다.

 - 그리고 운동해야 한다. 숨이 가쁘고 혈액이 팽팽 돌 정도로.

 - 무거워서 운동하기 힘들다면, 먼저 케톤 식이로 체중을 줄이고, 좀 가벼워지면 운동하면 된다.




 저탄고지라고 하면서 이상한 지방을 잔뜩 먹는 사람들 때문에, 지방을 먹는 행동이 욕을 먹는다. 케톤 식이요법의 핵심은, 다시 말하지만 좋은 지방을 먹는 것이다. 이상한 튀김 먹으면서 저탄고지 한다고 말하지 말자. 품질 좋은 AOP 버터, 냉간 압착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잘 후숙된 아보카도나 냉간 압착한 아보카도 오일, 잘 관리된 고품질의 MCT 오일 등, 고품질의 연어 지방 등, 케톤 식이에서 많이 먹을 수 있는 지방은 종류가 제한적이다. 몸에 좋지 않은 vLDL 잔뜩 만들어 내는 이상한 기름 먹으면서 저탄고지 한다고 얘기해서, 케톤 식이요법의 이름까지 더럽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날씬한 몸매와 건강한 몸 상태를 가진 사람이라면, 복합탄수화물과 단백질, 건강한 지방을 적절히 조화해서 먹으면 된다. 모든 사람에게 체중 감량 식이를 홍보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내가 삼겹살 요리를 잘해 먹지만, 매일 그렇게 먹으면 체중 감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더해서, 돼지고기가 가진 다가불포화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이 또한 좋을 게 없다.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는 정신적 보상의 차원에서, 가끔씩 먹을 때 부담 없이 먹는 것이다. 체중 감량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식이 제한은 지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뭔가를 원 없이 먹으면서 너무 쉽게 살을 빼려고 하는 것은 너무한 심보다. 책임 있는 조절을 통해, 불필요한 비난과 공격에서 자유로운 케톤 식이를 함께 진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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