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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06. 2023

몸국, 돔베고기 그리고 고기국수

33일 차. 제주 안 가고 제주밥상

 날이 좋아지니 하나둘씩 제주도 가는 사람들이 생긴다. 아이가 아직 70일도 안 되었기에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나는, 아이랑 집에서 손이나 빨고 있다가, 못 가면 음식이라도 만들어먹자는 생각을 했다. 제주 음식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고기파인 나는 역시 몸국과 돔베고기가 아니겠는가. 지금 나의 다이어트 방식과도 잘 맞는 음식들이다.







 예전에 사놓은 건조 모자반을 미리 불려둔다.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1kg 사서, 아침 일찍부터 재래식 된장을 넣고 4시간 남짓 끓였다. 평소 같으면 삼겹살이지만, 이번엔 삶은 국물을 몸국의 육수로 써야 하는데, 기름이 너무 많으면 걷어내야 하는 귀찮음이 있기 때문에 앞다리살로 정했다. 3시간 남짓 끓었을 무렵, 모자반을 넣고 한 시간 더 끓이면 몸국이 된다. 취향껏 마늘이나 양파를 넣는다. 나는 양파를 썰어 넣었다.


 고기를 다 삶고 나서 꺼낸 뒤,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부분은 작은 도마 위에 놓고 썰어서 돔베고기 플레이팅을 한다. 못 생긴 부분은 칼로 살짝 눌러 으깨서 다시 국물에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꺼내서 담아내면 제주밥상 완성이다.


몸국과 돔베고기를 곁들인 제주밥상


 여름이니까 내가 담은 열무백김치, 어머니가 주신 열무김치를 꺼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부모님 댁에 가서 채끝 스테이크 먹을 때, 아버지가 만드신 오이미역초무침이 너무 맛있었어서 바로 카피해 봤다.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몸국과 아주 잘 어울린다.


돔베고기. 도마 위에 썰어놓고 먹어서 돔베고기라고 한다.


 제주 전통 부엌에는 부뚜막이 없어서, 다리 달린 도마에 놓고 썰어서 바로 먹던 문화가 돔베(도마의 제주 방언) 고기라는 말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제주는 잔칫날에 '도감'이라는 직책을 가진 어르신의 지휘 하에 돗고기(돼지)를 잡아 고기를 삶고, 잔치하는 사람들에게 배분했다고 한다. 이때, 삶아서 바로 도마에 올려놓고 먹던 게 돔베고기인 것이다. 잔치상에는 고깃반이라고 하는 상이 올라가는데, 고기, 두부가 함께 있는 상이다. 3일 동안 이어지는 제주의 잔치에서, 마지막에는 고기를 삶은 육수에 제주에 풍부하게 서식했던 모자반을 넣어서 국을 끓여 대접하는 것이 몸국의 기원이라 한다.


 이런 전통 음식은 언제 먹어도 맛있고, 또 건강하다.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재료들의 맛이 우러나서 풍미가 훌륭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단이다. 가끔씩 한식을 먹으면서 다이어트하고 싶을 때 시도해 보면 좋다. 나는 밥 없이 먹었지만, 아내는 냄비밥을 해 줬다. 대신 아내도 혈당 관리 차원에서, 밥을 지을 때 올리브유 한 숟갈 정도를 넣고 해서 전분에 저항성을 유도했다. 전분에 저항성이 생기면 탄수화물의 흡수가 줄고 대장으로 직행하는 비율이 증가한다. 백미를 너무 먹고 싶거나, 먹을 일이 있을 때에는 올리브유와 함께 해보자.


오이미역초무침


 이 반찬은 아버지가 한 것을 베낀 것인데, 오이와 불린 미역, 양파, 소금, 식초만 있으면 충분하다. 내 경우 다시마식초를 쓰기 때문에 조금 더 풍미가 좋았다. 매일 애플사이다비네거를 먹다 보니, 신 맛에 적응된 정도가 아니라 중독된 수준이 되어서, 식초로 맛을 낸 음식들이 예전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


고기국수


 남은 고기육수로는 저녁에 아내에게 고기국수를 해 주었다. 고기국수는 제주의 전통음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일제강점기에 모자반의 남획과 일본의 건면공장 건설 등으로 인해 발생한 음식문화다. 사실 그렇다 쳐도, 이제 거의 100년에 이르는 역사가 있다 보니 전통음식이라고 쳐도 되지 않나 싶다. 어쨌든 남은 몸국을 체에 걸러서 육수만 빼고, 삶은 소면과 볶은 당근, 계란 지단, 쪽파와 고기, 참기름을 둘러서 낸 고기국수는 개인적으로는 멸치육수 기반의 잔치국수보다 훨씬 맛있다. 하지만 다이어트하는 지금 내가 먹을 수는 없는 음식이고, 아내에게 양보한 뒤 나는 체에 거른 모자반과 지단, 쪽파만 섞어서 먹었다. 






 어제보다 체중이 꽤 많이 줄었다. 오늘은 국물 위주로 꽤 많이 먹었으니 내일은 체중이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건강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고, 체중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큰 틀에서 감소하는 추세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여러분들도 휴일에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지역 전통 밥상을 해 보는 것은 어떨지 추천해 본다.





33일 차 체중 : 96.75kg (어제보다 1.4kg 감소 / 목표 체중까지 17.65kg 남음)

 - 호흡 케톤 : 67ppm 

 - 33일 차 식사 : 몸국, 돔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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