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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10. 2023

비만세 걷지 마라

34 - 36일 차. 이미 충분히 내고 있음

 한 동안 조금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다. 속도조절 주간으로 잡아서 집에서 계속 뭔가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아내가 최근 체력적으로 벅차하는 느낌이라 육아 비중도 늘렸다. 최근 3일 정도 있었던 일과 생각을 정리해 봤다. 






 지난 목요일에는 팀장님이 휴가에서 복귀를 하셨다. 이 날은 아마 팀장님이 오랜만에 오셨으니 점심 식사를 밖에서 하자고 하실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식하자고 말씀을 하셨다. 처음엔 돈가스 집으로 향하길래, 아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돈가스 집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근처 한식집으로 갔다.


꼬막 비빔밥


 메뉴 살펴보다가 꼬막 비빔밥을 주문했다. 또 5명 정도가 우르르 같이 꼬막 비빔밥을 주문했다. 비벼서 나오면 꼬막만 골라먹어야지 했는데, 또 다행히 꼬막과 밥이 따로 나왔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꼬막을 먹고 있는데, 또 한 분이 K-직장인 세금을 부과해 주신다. 


"야 그냥 먹어~ 너 그렇게 해도 하나도 변화가 없는 거 같아~"


"밥 없이 먹는 게 짜서 몸에 더 안 좋을걸?"   


  예.. 변화는 있었고, 밥이랑 먹으나 그냥 먹으나 나트륨은 똑같이 먹는 건데요..라고 말하면 안 된다. 나는 성실납세자다. 이건 사회에서 뚱뚱한 사람한테 부과하는 비만세 같은 것이다. 


"변화가 없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헤헤"


"저 원래 짠 거 좋아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런가 봐요 헤헤"


 이게 바로 비만세다. 사실 나는 이런 걸 너무 많이 겪어봐서, 이제는 정말 기분 나쁘거나 화가 나지 않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세금을 내고, 마저 꼬막을 깔끔하게 다 먹었다. 내게 비만세를 날리신 분은 조금 미안했는지, 일어나면서 몸무게는 좀 빠졌냐고 물어보시길래 별로 안 빠졌다고 말씀드렸다. 사실이다. 10kg 남짓으로는 티도 안 난다.


 우리 팀원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나를 멸시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고, 그저 유별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보기 싫었던 것이겠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선의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과 관계없이 싫어한다. 나는 그냥 호불호의 그물에 걸렸던 사람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집에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몇몇 사람들을 만났다. 한 분이 컵라면을 들고 있길래, 회사에서 그런 것도 받을 수 있었냐. 나는 항상 크래미만 받았다.라고 말했더니, 아침에 구석에 컵라면도 있어요!라고 말해주셨다. 그러자, 엘리베이터에 같이 있던 동기 한 명이, "야 너 그런 것 좀 그만 먹어, 그러니까 뚱뚱하지."라고 고운 말씀을 해 주셨다. 같은 날이다. 재밌다. 선을 넘는 무례함,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멸시는 세대나 나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동갑내기 동기가 퇴근길에 알려줬다. 알고 보면 사람들이 내가 브런치에 연재를 하는 것을 다 알아서, 글감을 만들어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까 하고 혼자 웃으면서 집으로 향했다.







 한 주간 계속 속도 조절을 핑계로, 맛있게 많이 먹었더니 체중 감량이 멈췄다. 그랬더니 재미가 없어서, 다음 주부터는 다시 강렬하게 달려볼 예정이다. 오늘은 후배의 결혼식이 있고, 끝나고 결혼식에 온 사람들끼리 또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다. 내일 해장하고, 다시 또 잘 달려보겠다. 





36일 차 체중 : 98.25kg (목표 체중까지 19.65kg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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