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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24. 2023

엄격한 다이어트의 한계

45 - 51일 차. 지속 가능성과 자기 원동력

  최근 일주일, 술 약속이 있어서 감량은 조금 더디다. 차주 월요일인 26일에는 아내와 출산 후 첫 데이트가 있고, 말일인 30일에는 또 술 약속이 있다. 약속이 많은 월말이지만, 내게는 포식 후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루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큰 위기는 아니다. 전체적인 속도는 더디겠지만, 계속 다이어트를 해 나갈 수 있다.


 최근 7일간의 체중과 케톤 변화를 살펴보자.


6/22 목요일 술자리를 기준으로 다시 96kg 대가 되었지만, 오늘 단식 후에는 95kg로 재진입이 예상된다. 내일과 월요일 저녁식사 전까지의 단식이면 94kg대까지 진입을 기대해 본다. 


6/20 화요일에는 팀장님이 점심 외식을 하자고 해서, 어디를 고를지 고민하다 직화낙지덮밥을 파는 회사 근처 [오봉집]이라는 식당을 갔다.


오봉집 역삼점의 점심메뉴인 직화제낙(제육과 낙지)


 평소 내 식단에 견주어 볼 때 전혀 문제없는 재료지만, 이런 외식업체에서 만드는 음식은 반드시 단순당 베이스의 소스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사회생활에서 이 정도의 당까지 피하기는 어렵다. 밥은 먹지 않고 낙지와 채소반찬만 먹는 것에, 이제 팀원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 내가 먹지 않은 밥은 다른 사람들이 나눠가져 갔다.



6/21 수요일에는 지난 주말에 부모님과 코스트코 가서 샀던 순살 삼치를 구워 먹어 봤다.


 기름 없이 화이트와인 비네거를 조금 써서 조리를 했고, 완성된 삼치구이에 올리브유를 잔뜩 뿌렸다. 솔직히 정말 맛이 좋아서, 앞으로 고기 대신 생선을 많이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적색육은 과다섭취하지 않는 편이 좋기 때문에, 생선과 고기를 적어도 1:1의 비율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순살 생선이 생각보다 좋아서 다행이다. 


 6/22 목요일의 술자리는 엄청난 양의 음식, 탄수화물, 술이 함께 했다.


시작 전, 경주 출장을 다녀온 친구가 가져온 타르트


내가 선택한 대릉원 고분 콘셉트의 타르트


평가옥 역삼점의 어복쟁반


평가옥 역삼점의 편육
더드림 김치찌개의 김치찜


 먼저 술자리에 앞서 타르트를 하나씩 먹고 시작했다. 사실 타르트가 아니라도, 오늘의 술자리에서 예상되는 탄수화물의 섭취가 있기 때문에, 점심에 식사를 하지 않고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40분 정도 진하게 하고 왔다. 이런 행동이 가져다주는 이득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다뤄보겠다.


 어복쟁반과 편육으로 1차를 하고, 2차는 김치찌개집에서 김치찜과 계란말이를 먹었다. 어복쟁반에는 칼국수까지 말아서 먹었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었다고 봐도 되겠다. 다음날 아침에 체중을 재니, 몸무게는 1kg이 증가해 있었다. 먹은 음식이 1kg은 될 것이라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해장을 위해 지난번 몸국 끓일 때 남은 모자반으로 몸국을 끓이고, 동시에 보쌈김치를 말았다.


보쌈과 몸국. 몸국은 해장용


 보쌈은 따로 밥과 함께 먹는 아내와 나눠먹었다. 몸국으로 해장을 하고, 저녁은 건너뛰었다. 오늘 아침 체중을 재니 어제와 같은 96.25kg. 어제 점심 이후로 단식을 시작했으니, 오늘 하루 단식하면 다시 혈당과 글리코겐은 안정될 것이다. 술을 마신 다음날인 어제는 케톤 측정을 하지 않았으나, 오늘 측정한 호흡 케톤은 37ppm으로, 다행히 케토시스가 유지되고 있다.






 내 매거진의 제목에서 '직장인'이라는 말은 꽤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겪는 흔한 위기는, 가끔씩 발생하는 이벤트와, 그로 인한 관리 체계의 무너짐에서 온다. 굉장히 타이트하고 엄격한 관리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이끌어 나가다가도, 한 번의 회식이나 만남으로 무너질 수 있는 게 다이어트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본인의 성향과 맞지 않는 방식을 억지로 수행하다가, 사회생활의 이벤트를 만나게 되면, 본인도 지속하고 싶지 않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줄 기회를 제공받는 게 된다. 언제라도 그만두고 싶었는데 핑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이번 술자리와, 앞으로 있을 아내와의 데이트, 그리고 말일의 술자리가 오히려 처음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지금 하는 다이어트를 지속해서 더 큰 효과를 내고 싶은데, 이런 자리가 생겨서 계획이 조금 늦어지게 되는 것이 오히려 싫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다이어트 재진입 루틴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타협하고, 사회생활은 또 그때마다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내가 하는 다이어트의 강점이다. 나는 이런 식이요법에 만족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생활이 중심이 되어 지속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다가, 그만둘 핑계를 맞이하게 되는 피학적인 다이어트와는 조금 결이 다른 것이다. 






 내 방식은 나름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베이스로 계획된 다이어트지만, 사람마다 입에 맞는 음식이 다르고, 대사 메커니즘도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 하는 게 좋지만은 않을 수 있다. 여러분도 살을 빼는 중이라면, 여러분만의 지속할 수 있고 스스로 하고 싶어 지는 방식의 다이어트를 찾았으면 좋겠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피학적인 다이어트를 하면서, 스트레스와 실패의 반복적인 굴레에 빠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51일 차 체중 : 96.25kg (목표 체중까지 17.15kg 남음)

 - 호흡 케톤 : 37ppm 

 - 목요일에는 아이 체중 잰다고 들고 올라간 것과 평균으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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