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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29. 2023

뷔페를 먹어도 살을 빼는 방법

52 - 56일 차. 운동으로 많이 먹을 자격 만들기

 지난 22일 술자리를 가진 후로, 23일에 해장, 24, 25일은 단식을 쭉 수행했다. 26일인 지난 월요일에는 아이가 생긴 후 처음으로 아내와 둘이 저녁을 먹는 시간을 예정했기 때문에, 술자리에 대한 후속조치와 곧 있을 식사자리를 대비한 단식이라고 보면 되겠다. 지난 52 ~56일 차의 체중 변화를 보자.



 지난 월요일인 26일에 부모님께 아이를 3시간 정도 부탁드리고, 아내와 신라호텔 파크뷰 뷔페에 다녀왔다. 파크뷰 뷔페는 나 같은 하층 서민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식당 중 하나라, 인터넷의 어딘가에서 할인이 떴을 때 냅다 예약을 했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후로 아내 생일도 있었고, 결혼기념일도 있었는데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였다. 


 오랜만에 고급 뷔페를 방문하는데, 다이어트가 걸림돌이 될 순 없다. 마음껏 먹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 매거진의 서두에서, 원시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시작했는데, 그 룰을 충실히 따라가면 된다. 저녁에 엄청난 음식을 먹을 거라면, 그만큼 사냥하기 위해 싸우고 뛰면 된다. 즉, 운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24, 25일 이틀 동안의 단식으로, 몸은 충분히 혈당과 글리코겐을 소진한 상태가 되었다. 이때 격렬한 운동을 통해 에너지와 아미노산이 부족한 상태를 만들어놓고 식사를 하게 되면, 섭취한 영양소는 지방으로 저장되지 않고 바로 부족한 부분을 해소하는데 쓰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격렬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강도의 운동은 산소 부족상태까지 가지 않고, 운동하는 순간만 에너지를 연소한다. 산소 부족상태에서도 계속 지속되는 고강도의 운동을 하는 경우, 몸은 산소를 대출받아서 쓴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운동이 끝난 후에도 대출을 지속적으로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에너지 연소가 계속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먹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대출 상환으로 쓰이면서 다이어트를 방해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최근 내가 했던 10분가량의 운동 기록을 보자.


 10분 동안 달리면서 측정한 심박 기록이다. 속도는 점차 올리는 방식으로 달렸다. 절대 훌륭한 운동 예시는 아니지만,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첨부한 것이다. 심박수를 기준으로 영역 1 ~ 5까지 나눠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유산소 운동으로 체지방을 연소하는 구간은 영역 3이다. 정속으로 영역 3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오래 달리는 것이 러너들이 하는 방식인데,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영역 4나 5로 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역 4는 무산소와 유산소가 혼재하는 영역, 즉 산소 부채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영역이고, 영역 5는 사실상 무산소의 영역이다. 사용되는 에너지를 호흡으로 거의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인 것이다. 뚱뚱한 사람은 당연하고, 일반인, 나아가 엘리트 운동선수도 영역 4나 5의 영역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러너들이 영역 3을 유지하면서 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산소 부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영역 4로 하다가 영역 2로 내려오면 된다. 다시 괜찮아졌다 싶으면 영역 4로 가자. 최대한 해보고 다시 또 영역 2로 내려온다. 즉, 고강도와 저강도의 운동을 반복하면 된다. 산소 부채를 쌓고, 다시 근력과 호흡을 회복하고, 또 산소 부채를 쌓고, 다시 근력과 호흡을 회복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 이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HIIT)이라 한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은 체중 관리와 심장 건강을 위한 최고의 운동이다. 최근 몇 년간 스포츠과학과 의학계에서는 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바로 뚱땡이들이다. 우리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은 커녕, 영역 3을 유지하며 10분 달리는 것도 버거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우리에게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라니, 꿈같은 이야기이다. 누차 얘기했듯이, 뚱땡이는 이런 걸로 살 빼려고 하면 다치거나 포기한다. 


 뚱땡이가 이 운동에 접근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은 체중 감량과 신체 능력 정상화다. 정상화된 식이를 통해 체중을 감량하고, 운동량과 관절 가동범위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영역 3의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고, 그 후에 영역 4와 2를 반복하는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영역 3의 운동으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다면, 무조건 죽자고 의지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좀 더 가벼운 운동과 식이요법을 이어가면서, 체중을 더 감량하고, 운동능력을 더 확보한 뒤에 해도 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을 의지의 문제로 치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몸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자. 준비도 안 된 몸에게 다음 단계를 강요하게 되면, 우리는 반드시 다 내려놓고 포기하게 되거나, 다치게 된다.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해야 함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부상의 염려 없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인터벌 트레이닝은, 인터벌 달리기나 스텝밀(속칭 천국의 계단)이다. 미디어에서 추성훈 씨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던데, 절대 따라 하면 안 된다. 그는 엘리트 스포츠인이고, 일반인, 나아가 뚱땡이는 반드시 다친다. 먼저 걷고, 점점 달리기로 전환하자. 인터벌 트레이닝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스텝밀을 해보면 된다. 안 되겠다 싶을 것이다. 그럼 다시 걷기와 천천히 달리기로 체력과 운동능력을 쌓아서, 때가 무르익었을 때 도전해 보자. 인터벌 트레이닝이 가능한 시점이 된다면, 이미 충분히 날씬하고 건강한 몸이 된 것이다. 식사도 자주 해도 된다.





 내 경우, 파크뷰 뷔페 방문날 아침에 영역 3의 달리기를 30분 수행했다. 점심에는 고강도 스텝밀 10분, 데드리프트를 80kg으로 10회씩 5세트를 수행했다. 심박수가 높아진 상태에서 로잉머신 10분을 추가로 수행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운동능력 내에서 최대한 많은 산소 부채를 쌓으려 노력했다. 이후 뷔페에 방문해서 먹은 음식들을 보자.


쯔란 소갈비, 이베리코 등갈비, 크리스피 삼겹살, 베이징덕, 라따뚜이
바질토마토, 버섯과 아스파라거스, 딱새우, 사시미, 초밥 4개, 매실 장아찌
토마토 파스타, 크림파스타, 관자, 미트볼, 메로구이, 안심 스테이크, 백김치
짜장면, 새우탕면, 딤섬 4개, 멘보샤 1개
(베스트 앵콜) 쯔란 소갈비, 양갈비, 베이징덕, 토마토 파스타


 어마무시한 양을 먹었기 때문에, 94.85kg였던 체중이 다음날 단번에 97.25kg로 상승했다. 다만 이것은 아직 소화와 대사가 끝나지 않은 음식들이 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틀간의 단식 결과, 오늘 아침에는 94.25kg으로 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60ppm 이상의 고농도 호흡 케톤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단식을 멈추고 건강한 식단으로 배를 가득 채웠다.


고등어 3마리, 크림 시금치(+크래미), 양배추 아보카도마요 샐러드, 과카몰리, 파김치


 내일은 또 지인들과 정기적인 월말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아마 또 술 한 잔 하겠지만, 자리를 가지기 전까지 공복을 유지하고, 또 회사 점심시간에는 유사 인터벌 트레이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산소 부채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자리를 가진 후 이틀 정도 단식을 추가한다면, 아마 또 7월 2, 3일 즈음에는 체중이 다시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 곧 있으면 다이어트 2달째가 되는데, 그때까지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56일 차 체중 : 94.25kg (목표 체중까지 15.15kg 남음)

 - 호흡 케톤 : 69p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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