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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17. 2023

뭐가 더 나쁜 식사일까

42 - 44일 차. 케톤 식이 다이어트, 염분과 기름기의 문제

 며칠 째 자숙기간을 가지고 있다. 자숙 기간이라 해서 뭐 이상한 걸 먹는 것도 아니고, 자숙 안 한다고 맛없는 걸 먹는 것도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힘을 좀 빼고 먹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덕분에 체중은 다시 96kg 대로 떨어졌고, 감량 궤도에 진입했다.






최근 먹은 것들은 다음과 같다.


삶은 계란, 크래미, 양배추, 양파를 아보카도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와 열무 백김치
구운 닭다리살의 기름으로 볶은 콩나물과 크래미, 열무백김치


족발 삶듯이 삶은 목살과 오이 초무침


 첫 번째 사진은 지난 화에서 보였던 것이고, 이 사진 외에도 하나 더 있긴 하다. 내 맘대로 코스트코 컴필레이션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비주얼이 너무 흉해서 올리진 않았다.


 짧게 말하자면, 코스트코 로티세리 치킨의 살만 분리해서, 코스트코 살사 소스와 아보카도 마요네즈, 트러플 오일에 버무려서 먹었다. 비주얼이 흉악했지만, 저 음식 재료들에는 당을 비롯한 탄수화물이 거의 없다. 살사 소스에 1g 정도 있는 듯하다. 다이어트식으로 훌륭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긴 하다. 진하고 자극적인 맛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아주 잘 맞을 듯하다.


 두 번째 음식은 닭다리살을 구운 기름에 콩나물을 볶았고, 조리가 끝난 뒤 크래미를 올리고 소금과 후추, 올리브 오일을 넉넉하게 둘렀다. 코리안 샐러드 열무백김치와 함께 했다.


 세 번째 음식은 족발 삶듯이 팔각, 정향, 계피, 노추, 진간장, 마늘, 대파, 생강을 넣고 목살을 삶아서, 오이 초무침과 곁들였다. 삼겹살만큼 기름기가 많지 않은 부위임에도 오래 뭉근하게 삶았더니 입천장으로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코스트코 로티세리 치킨을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맛이 꽤 자극적이다. 사기 전에도 인터넷으로 당, 탄수화물 함량을 확인했고, 먹기 전에도 성분표를 확인했지만, 먹다 보면 '이게 진짜 탄수화물이 없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다이어트 기간 동안 먹고 있는 대부분의 식단에는 당이 없으며, 그나마의 탄수화물도 대부분 식이섬유다. 


 우리 사회는 짠맛의 위험성은 너도나도 인정하면서, 단 맛의 위험성은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짜게 먹는 건 금방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음식에는 설탕을 들이붓는다. 요리를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설탕이나 물엿, 매실액 등을 넣으면 음식은 아주 부드러운 감칠맛이 돈다. 예를 들어, 신김치로 끓인 김치찌개의 신 맛이 너무 강하면 설탕을 한 스푼 넣으면 해결된다. 그 어떤 요리를 하더라도 조금 짜다 싶으면, 설탕을 조금 넣으면 해결된다. 설탕을 넣으면 모나게 튀어나온 각종 맛들이 깎여나가서, 입에서 부담 없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단 맛으로 익숙해진 입으로,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곳에 여행을 가서 음식을 먹으면, 대번에 너무 짜다는 말이 나온다. 여행 가기 전에는 씬 쌀(sin sal)이나 뽀꼬 쌀레(poco salato) 같은, 소금 적게 넣어달라는 말을 외우는 것이 당연시되어 있다.


2016년 겨울,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빠에야


 나는 확신할 수 있는데, 우리가 짜다고 하는 이탈리아의 엔초비 파스타나, 스페인의 먹물 빠에야는, 몸에 좋다는 제주도의 보말 칼국수보다 염분 함량이 적을 것이다. 당장 나가서 분식집 떡볶이만 사 와도 빠에야보다 훨씬 염분 함량이 많다. 그럼에도 맛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설탕의 개입 여부다. 아마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떡볶이 국물에는 말도 안 되는 양의 염분이 들어가지만, 흉악한 수준의 설탕으로 이를 다 무마시킨다. 소금 파스타라고 까지 불리는 이탈리아 파스타와, 코리안 파스타인 떡볶이 중, 뭐가 더 몸에 악영향일지 판단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단 맛으로 감춰서 매 끼니를 그저 그렇게 넘길 것이 아니라, 원재료와 소금, 기름의 풍미를 느껴가면서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가 있다. 훨씬 더 예민하게 미각을 키우는 방법이고, 더 여러 종류의 맛을 느끼면서 미식가가 되는 길이다.



 내가 하는 케톤 식이요법이, 짜고, 기름기가 많아서, 지속하면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디어에서도 같은 말들을 많이 한다. 그들 말의 일부는 맞다. 짜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 하지만, 누가 정말 더 염분을 많이 먹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끼 음식을 먹으면서 부담 없이 소금을 쳐서 먹는 케톤 식이와, 싱겁게 먹는다는 착각과 함께 당으로 가려진 세 끼니의 식사는, 총량 기준으로 분명히 케톤 식이가 더 적은 염분을 섭취한다.


 기름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방탄 커피를 통한 포화지방 25 ~ 40g, 한 끼니의 식사에서 훌륭한 올리브 오일을 듬뿍 먹는 케톤 식이가, 아침에는 카놀라유에 요리한 계란 프라이, 점심에는 급식이나 식당에서 식용유에 튀긴 탕수육 반찬을 먹고, 저녁에는 제로 콜라에 치킨을 먹는 식단에 비해 더 많은 지방을 섭취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판단은 어렵지 않다. 


 기름의 풍미와, 정제되지 않은 각종 소금의 짠맛은, 요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통제하고 무염 닭가슴살과 생채소로 일갈하는 다이어트 방식이 실패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맛이 없다. 케톤 식이를 하면, 긴 시간의 공복 끝에 머릿속을 채우는 음식이 열무김치를 얹은 삼겹살 수육이다. 갈망의 대상이 계획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다이어트는 실패가 없고, 안전하다. 다만, 스스로 음식을 해야 하는 귀찮음과 어려움, 그리고 재료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들어갈 뿐이다.


 




 이 다이어트가 성공하고, 매거진이 종료되면,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으면서도 맛있는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을 따로 정리해 볼 예정이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건강하게 살을 빼는 날들을 이어가야겠다.




44일 차 체중 : 96.8kg (목표 체중까지 17.7kg 남음)

 - 호흡 케톤 : 39p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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