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원 Jul 19. 2023

급찐급빠, 7kg 찌고 8kg 빼기

67 - 79일 차. 꺾이지 않는 다이어트

 힘들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지난 며칠간 아이의 백일, 실 회식, 후배들과의 술자리, 미국에서 온 손님과의 술자리가 연속으로 있었다. 다 끝난 금요일에는 해장 욕구와 동시에, 어차피 망가진 거 내일부터 단식하자는 생각에 저녁에 피자도 먹었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무려 5월 말 체중으로 돌아간 것이다.


 고민을 했다. 이 상태를 그냥 공개할 것인가. 어머니가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네가 이 브런치를 중간에 멈추고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다고 이걸 그대로 공개하자니, 이 글을 보고 힘을 얻던 사람들이 실망할게 걱정됐다.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사태를 해결하고 다시 등장하자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글을 쓰는 게 늦어졌다.






지난 글, 7월 6일 자의 체중은 92.9kg였다. 

 

 금요일에는 팀장님이 점심에 떡볶이를 먹자 하셨다. 몸무게도 92kg대에 접어들었으니,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맛있게 먹었다.

역삼동 [민들레 떡볶이]의 우삼겹 떡볶이


토요일은 아이 백일이었다. 장어덮밥과 족발을 양껏 먹었고, 덕분에 일요일에 체중이 증가했다. 이때부터 입이 조금씩 텅 트위스팅을 시작했다.


화요일에는 실 회식으로 가락시장에서 소고기와 삼겹살, 소주와 부대찌개를 먹었다.



 수요일에는 뭉티기와 선짓국, 돈까스, 그리고 소주와 제육볶음을 먹었다.


역삼동 [더 뭉티기]의 뭉티기
역삼동 [더 뭉티기]의 선지해장국
역삼동 [윤화돈까스]의 돈까스
역삼동 [윤화돈까스]의 제육볶음
역삼동 [윤화돈까스]의 치킨까스


 여기에 더해 목요일에는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중식포차를 갔다.


선릉 [육성급]의 항정살 구이
삼성동 [화양연화]의 어향동고
삼성동 [화양연화]의 크림새우


 금요일에는 목요일 멤버와 점심에 해장을 하고, 저녁에는 아내와 피자를 먹었다.


역삼동 [이도곰탕]의 특곰탕
[노모어피자] 반반 피자 (바질마스카포네뇨끼/더블페퍼로니)


 쓰다 보니 진짜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먹고 난 후, 토요일의 체중을 보자.



 목요일과 금요일은 숙취로 인해 아침에 체중 재는 것도 못하고 출근을 했다. 토요일 아침에 체중을 쟀을 때,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숫자를 봤다. 사실상 100kg가 된 것이다. 거의 한 달 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말했다.


"그냥 여기까지 하고 포기할까?"


 아내는 내 다이어트의 기본은 실패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해 줬다. 당연하다. 그 당연한 생각도 저 충격적인 숫자 앞에서 흔들렸다. 하지만 아내 덕분에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단식을 시작했다. 이미 혈당과 글리코겐이 차고 넘칠 것이고, 중요한 것은 극도의 에너지 부족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탄커피조차 먹지 않는 단식이 시작됐다.


 최대한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야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가능한 모든 시간에 저강도의 운동을 했다. 몸은 무거워지고, 갑자기 올라온 인슐린과, 그로 인한 몸의 부종 등으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고강도의 운동은 할 수 없었다. 처음 3일은 최대한 걸었다.


토요일 저녁 호숫가 걷기


 화요일에는 출근 전 4시 반에 한 시간 걷고, 점심시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저녁에는 또 호수를 걸었다.



 숫자와 칼로리를 통한 접근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무의미한지 확인해 보자. 내가 했던 이런 운동의 칼로리는 하루에 많아야 1,000kcal 정도이다. 그리고 기초대사량이 대략적으로 2,000kcal 정도 된다고 보면, 단식과 운동을 통해 하루 소비된 칼로리는 3,000kcal 정도로 볼 수 있다. 


 지방 1kg는 약 9,000kcal의 열량을 가진다. 단백질 1kg는 4,000kcal이다. 가슴 아픈 가정을 해 보자. 1kg 빠질 때, 절반은 지방, 절반은 근육이라고 가정하면, 1kg를 감량하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열량은 둘의 평균인 6,500kcal이다. 이러한 계산을 통해, 내가 하루에 3,000kcal씩, 4일간 12,000kcal를 소비했다면, 얼추 2kg보다 조금 덜 빠졌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제 실제 결과를 보자.



 4일간의 노력을 통해 약 8kg가 감소됐다. 칼로리를 통한 접근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수 있는 결과다.


 일주일 만에 7kg가 증가하면서 99.7kg가 되었을 때, 내 몸에 느껴지는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 먼저, 이하선이라고 불리는 귀 뒤쪽의 오목한 부분은 면역에 관여하는 림프절이 있는 곳인데, 여기가 단단하게 굳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두통과 피로감이 있었고, 주먹을 쥘 때 손에 느껴지는 뻑뻑함이 심했다. 부었단 얘기다. 치솟은 혈당과 인슐린, 여기서 시작하는 여러 가지 동화 작용들이, 몸에 염증과 부종을 만들어낸 것이다. 잉여 칼로리는 아마 바로 체지방화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추정한다. 다만 간에 글리코겐으로 쌓이는 과정에서 피곤함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부종으로 인해 상기도, 즉 숨 쉬는 코 안 쪽 공간이 좁아지면서 코골이가 다시 생겼고, 아침의 두통과 피곤함을 가속화했을 것이다. 


 이렇게 몸에 염증과 부종이 난무할 때 지속적으로 잉여 칼로리를 쌓아간다면, 그때는 정말로 체지방화가 되면서 진정한 의미로 살이 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은 절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마 훌륭한 몸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5km 달리기 두세 번, 또는 축구 한두 게임, 아니면 등산 두 번 정도를 통해 달성할 수 있을 테지만, 나는 그런 몸이 아니기 때문에 단식을 해야 한다. 아울러 더 빠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현재 상태에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저강도 운동을 병행한 것이다.


 4일간의 단식과 체중감량이 이뤄지는 동안, 유의미한 몸의 변화를 발견했다. 단식을 통해 인슐린이 진정되면, 몸은 그동안 쌓였던 나트륨(소듐)을 더 이상 몸에 담아두지 못하고,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하게 된다. 단식 기간 동안 물을 더 많이 마시지 않았음에도, 2일 차부터는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많아졌고, 3일 차, 4일 차가 되면서 점점 소변은 연하게 변했다. 몸에 더 이상 불필요한 나트륨이 남지 않을 때까지 배출이 일어난 것이다.


 나트륨이 배출되면서, 몸은 체액 농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량의 수분을 배출했다. 이로 인해 내 몸에 있던 붓기가 확연하게 감소했다. 4일 만에 다시 코골이가 사라졌고, 아침이 상쾌해졌다. 발의 부기가 줄어서 다시 신발끈을 조일 수 있게 되었고, 오늘 새벽에도 호숫가를 걸었는데, 의식하지 않아도 페이스가 1분 이상 단축되었다. 몸의 컨디션이 올라간 것이다. 염증이 가라앉았는지, 이하선도 다시 말랑말랑해졌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항상 염증과 붓기를 가지고 살았기 때문에, 그 상황이 문제 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 번이라도 염증과 붓기가 사라진 몸의 상태를 겪는다면, 이것이 얼마나 불편한 상황인지, 컨디션을 저하시키는지 느끼게 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내 목표가 달성된 후에도 나는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주기적인 술자리나,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먹는 날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 이후의 원상복귀 작업을 통해, 지금의 이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 한 번 이것을 겪으면, 스스로가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진 사람인지를 느끼게 되기 때문에,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게 된다. 


 이것으로 최근 2주간의 급찐급빠 사태를 마친다. 다행히도 이제 다시 최저점의 몸무게를 찾았고, 원래의 속도로 감량을 진행할 것이다. 오늘 점심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 5일째 단식하면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너무나 힘들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의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녁에 집에 와서는 야채 크림 수프를 만들어 먹었다. 재료는 쥬키니, 가지, 파프리카, 양파, 브로콜리, 양송이버섯과 우유 생크림이다.

채소 크림 수프.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포함되지 않은, 채소와 우유지방만으로 이뤄진 음식

 

 다시 이런 건강한 식단을 통해, 부끄럽지 않은 다이어트 과정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79일 차 : 체중 91.65kg (목표 체중까지 12.55kg 남음)



매거진의 이전글 뚱땡이가 운동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