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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l 24. 2023

84일, 20kg 감량

80 - 84일 차. 이탈을 감안하는 다이어트 관리

 소수점까지 계산하면 19.2kg지만, 대충 20kg라고 치자. 어쨌든 오늘 아침 측정한 체중이 89.85kg가 되면서, 드디어 80kg대로 진입했다. 물론 옷 한두 장만 걸쳐도 90kg가 넘어가겠지만, 앞자리가 벌써 두 번이나 바뀐 게 어디인가.






 사실 이전의 급찐급빠로 91kg대까지 감량한 후에, 한 번의 섭취와 이틀의 단식이 또 있었다. 먼저, 지난 금요일에는 팀장님이 왠지 점심을 외식하자고 하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침에 미리 헬스장을 다녀왔다.



 힘이 없는 상태라 웨이트를 길게는 못하고, 40분가량 진행한 뒤 출근을 했다. 예상대로 팀장님이 점심은 평양냉면 먹자고 말씀하셨고, 아침에 운동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부담 없이 먹었다.


[평가옥 역삼점]의 평양냉면 곱빼기


 점점 야위어가는 나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며, 팀장님은 곱빼기를 먹으라고 권하셨다. 사주신다는데 감사히 먹어야지. 이 외에도 만두 두 판과, 녹두전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꽤 잘 먹었지만, 탄수화물만 섭취한 것 같아서, 저녁에는 집 냉동실에 남은 항정살을 무말랭이, 꽈리고추와 볶아서 먹었다. 무말랭이는 직접 담은 것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래 음식에는 당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항정살과 무말랭이, 꽈리고추 볶음


 그러고 나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단식을 했다. 주말 단식은 참 재미없고 심심하다. 심심할 때는 산책을 했다. 아이를 아기띠로 안은 채로 우산을 들고 비가 오는 호수를 한 바퀴 걷기도 했다.


 혼자 산책할 때는, 시간이 길어지면 음악으로는 지루해지는 시기가 온다. 그럴 때는 이른 출근시간으로 놓쳤던 뉴스를 팟캐스트로 듣곤 했는데, 마음속으로 이렇게 아저씨가 되어가는구나 싶다. 그래도 하루이틀 지난 뉴스를 팟캐스트로 듣다 보면, 시점의 지연으로 발생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그리고 맞이한 오늘, 건강검진날 아침에는 드디어 90kg의 벽이 깨졌다. 109kg에서 시작한 체중이 89kg가 되었다. 소요된 시간은 84일. 중간중간 꽤 많은 회식과 술자리, 밥 약속이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한 번 감량주기에 집중할 때 감량한 체중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같은 성실하지 못하고 끈기가 부족한 사람은, 다이어트 중간에 이탈하는 일정이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매거진의 초반에도 말했지만, 이 이탈은 계획된 범주다. 감량 곡선에서 이탈했을 뿐이지, 계획이 망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제조업에 근무하고 있는데, 제조업에는 관리상한치/하한치라는 것이 존재한다. 어떤 제품의 치수가 0을 기준으로 10부터 -10까지 납품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이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제품의 생산 목표를 10부터 -10까지로 잡지 않는다. 이렇게 관리하면, 이탈한 제품은 반드시 불량이 되기 때문에 버려지는 제품이 많고, 불량을 잡아내지 못했을 때 고객에게 규격 외의 제품이 납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허용치보다 더 타이트한 기준을 관리 상한/하한치로 잡게 된다. 예를 들어 8부터 -8의 범위를 관리치로 가지고 간다면, 훨씬 더 평균적인 품질이 좋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관리범위를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것은, 예상할 수 있듯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관리범위를 벗어난 제품이 생산되었을 때에, 공장은 생산을 중단하고 이유를 찾아내 보정해야 한다. 너무 타이트한 관리치로 공정이 자주 멈추고, 공장의 생산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결국 고객에게 납품해야 할 납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생산량 저하로 손익이 악화된다.


 적정한 관리 수준이라는 것은, 목표하는 품질의 정도와, 생산능력을 떨어트리지 않는 수준의 타협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이와 마찬가지다. 중간에 하루 이틀 술을 먹고, 감자튀김이나 피자를 먹고,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다. 그 한 두 번의 이탈이 관리범위 내에 있고, 그러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에 적절한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다이어트가 중단되었다는 생각 없이 계속해서 다이어트를 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이탈조차 다이어트 관리 실패로 인식하여, 그때마다 원인을 찾고 왜곡된 결론을 내거나, 혹은 이 프로젝트를 실패했다 생각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 실질적으로 우리의 다이어트는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다. 그래서 적정 수준의 이탈을 허용하고, 대신 그 이탈이 발생한 경우의 대비책을 충분히 확보하는 식의 다이어트 계획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건강검진날이기도 하고, 아버지 생신모임이 있기도 했다. 건강검진 결과야 8월 이후에 나오겠지만, 3년째 같은 병원에서 검진받으면서 복부초음파 봐주신 선생님이 "지방간이 엄청 좋아졌네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사실 3개월 만의 변화로 보는 게 맞겠지만, 아무튼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이 먹으면서 시력이 좀 떨어진 것, 측정실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온 것이 아쉽긴 했지만, 혈압은 매일 재면서 매우 좋은 수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측정실 혈압, 소위 [백의 고혈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게 20kg를 감량하고 나서, 여전히 기준상 비만이고 더 많은 체중감량이 필요한 상태임에도, 훨씬 나아진 건강지표들을 보면서, 여기서 10kg 이상 더 감량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이 글을 보며 함께 건강관리를 하고 계신 분들도, 조금씩 더 나은 몸을 만들어가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다.






84일 차. 체중 89.85kg (목표 체중까지 10.8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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