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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Aug 21. 2023

천천히 먹어야 하는 이유

[특집] 가벼운 수학으로 보는 다이어트

 최근에 동네에 꽤 괜찮아 보이는 태국 음식점이 생겼다. 아내와 나는 둘 다 고수, 피시 소스, 레몬 그라스 등 향신료를 즐기고, 하나의 음식에서 다양한 맛이 격돌하는 동남아 음식을 좋아한다. 아이가 5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이제 외식도 좀 해보자는 생각에 큰맘 먹고 태국 음식점에 방문했다.


하남 미사 [알로이 삥삥]의 돼지고기 목뼈 요리 '랭쎕'
하남 미사 [알로이 삥삥]의 똠얌 쌀국수
하남 미사 [알로이 삥삥]의 그린 카레


 오랜만에 먹는 태국 음식이라, 나한테 매달려 손가락만 빨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 맛있게 먹었다. 음식점 사장님도 우리를 보고 정말 잘 먹는다며 쌍따봉을 날려주실 정도였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태국 음식에 대해 무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내가 임신성 당뇨로 식단 관리를 하던 기간에, 동남아 음식이 너무 먹고 싶다 하여 똠얌꿍을 한 번 먹은 적이 있었는데, 식사 종료 후 1시간 후에 혈당을 체크했을 때, 280mg/dl 정도의 어마어마한 혈당을 확인한 것이다. 임신성 당뇨로 여러 가지 식사를 하면서 혈당을 체크했을 때 이 정도로 경악스러운 혈당수치를 보였던 음식은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똠얌꿍, 다른 하나는 제주도에서 먹은 보말 전복 칼국수였다.  


 식사 종료 후에, 아이 수유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서 아내와 공원 한 바퀴 걷다가 집에 들어갔다. 아내가 수유를 하는 동안, 나는 예전 똠얌꿍의 기억을 재확인하고 싶어 혈당을 체크해 봤다. 식사 종료는 저녁 8시 10분, 혈당을 체크한 시간은 아래 사진처럼 9시 25분, 약 1시간 15분이 지난 시점이었고. 결과는 100mg/dl라는 전혀 예상 못한 수치였다.







 그동안 여러 번 당뇨의 판정 기준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조금 더 자세하게, 식사 후 시간에 따른 혈당 수치 그래프를 통해 알아보자. 아래 자료는 식약처에서 2019년 6월에 발간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평가 가이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2019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평가 가이드 발췌


 위 그래프를 보면, 건강한 사람이 식사 후 60분이 지났을 때 혈당 지수는 140mg/dl를 넘지 않아야 한다. IGT라고 쓰여있는 보라색 그래프는 '내당능 장애'라고 하는 상태의 그래프이고, 주황색 Diabetes는 당뇨환자의 그래프이다.


 아내의 경우 임신성 당뇨를 겪던 기간은 '내당능 장애'로 볼 수 있었다. 강력한 저당 식단을 먹지 않았을 경우 어렵지 않게 1시간 후 혈당이 140mg/dl을 넘어가기 일쑤였는데, 시간에 따른 혈당 그래프를 조절하기 위해 정말 여러 가지 실험을 했고, 그렇게 얻어진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확실한 혈당 관리 방안을 정리할 수 있었다.


 2형 당뇨환자나, 내당능 장애나, 건강한 사람이나, 기본 원리는 같다. 간단한 그래프를 보자.  


직접 그린 그래프


 식사를 하면, 보통 식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에 혈당은 최대치가 된다. 위 그래프에서, ③으로 표시된 수준 이하의 혈당인 경우는, 혈당이 상승한다 하여 이것이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거나, 체지방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우리 몸의 생명 활동을 유지하고, 기본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 소모되는 혈당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③보다 높은 혈당이다. 이 경우 필요한 것보다 많은 혈당이 존재하는 상황이고, 빨간색 빗금 친 영역인 잉여 혈당은 간에서 글리코겐으로 전환되어 보관하고 있다가, 결국 쓰이지 않으면 체지방으로 전환된다. 그런 식으로 지방간이 발생하거나, 살이 찌게 되는 것이다.


 혈당 관리나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빨간색 빗금 영역을 없애고, 혈당을 초록색 그래프처럼 유지하는 것이다. 방법은 크게 3가지이다.


1. 음식의 종류를 잘 선택한다.

 - 동일 칼로리라면, 탄수화물 적은 음식을 선택한다.

 - 동일한 탄수화물이라면, 탄수화물 구성에 신경 쓴다.

 - 단순당 비율은 적게, 복합 탄수화물 비율은 늘린다.


2. 혈당 상승 속도를 조절한다.

 - 천천히 먹어서, 혈당의 상승 속도를 늦춘다.

 - 채소를 함께 먹어서, 소화 흡수 속도를 늦춘다.

 - 뭐든 갈아먹지 않는다.

 - 뭐든 가루로 먹지 않는다.


3. 대사에 필요한 혈당 수준을 올린다.

 - 식후 가벼운 활동으로 혈당이 근육에 쓰이게 한다.

 - 체열을 높이는 활동을 한다.

 - 운동을 생활화한다.

 - 근육량을 늘려, 혈당 소모량을 올린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위 그래프에서 빨간색 곡선과 초록색 곡선의 아랫부분의 영역의 넓이가 같다면, 동일한 칼로리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 곡선을 초록색처럼 완만하게만 바꿔줘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이다. 또는 점선의 높이를 위로 올리면, 살이 찌지 않는다. 어쨌든 저 빨간색 빗금 친 영역만 없애면 되는 것이다.


 빨간색 빗금의 영역은, 2형 당뇨 환자나 내당능 장애인 사람의 경우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는, 사람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보통 6개월 이상 지속하게 되면 인슐린 민감성이 개선되면서, 곡선이 완만하게 변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되었다고 하여 이후 아무렇게나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1, 2, 3은 다이어트나 당뇨 관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전반적인 건강관리와 컨디셔닝, 그리고 노화방지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나의 이번 케이스의 경우, 아이를 아기띠로 든 채로 약 1시간 10분에 걸쳐 5km 정도를 가볍게 산책한 것으로 인해, 섭취한 당분이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 최근의 다이어트와 근육 운동으로 대사에 필요한 혈당 수준도 올라간 상황이라, 태국 음식을 먹었음에도 안정적인 혈당이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식후에는 어차피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없다. 대단한 운동이 아닌, 산책이나 집안일 등의 가벼운 활동만으로도 혈당 관리와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된다. 평소 먹던 음식과 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시간을 두배로 늘리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이렇게 간단한 활동부터 시작하면, 다이어트나 혈당 관리도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닌 것이다. 그저 건강하자고 선언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간단한 그래프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니, 다이어트나 혈당 관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믿고 실천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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