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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05. 2022

마쯔무라 돈까스 : 돈까스 성지 마쯔무라

INTERVIEW




창동역 2번 출구의 소문난 맛집, ‘마쯔무라 돈까스’의 시작은 1997년 8월 15일 금요일이었다. 이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사장님은 바로 어제 일인 듯 막힘없이 가게의 역사를 설명했다. 장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기억에 남았던 손님들, 앞으로의 꿈 등. 인터뷰 도중 사장님은 보물 보따리를 풀듯 일본을 몇 번이나 오가며 만든 비법 노트를 꺼내 보였다. 빼곡히 적힌 돈까스 조리법부터 당시 흔하지 않았던 양배추 절단 기계 광고지까지. 손때묻은 노트와 함께 장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24년. 마쯔무라 돈까스의 손병래 사장님을 만나봤다.      





가게를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일본 유학을 갔다 와서 원래 일본어 강사를 했었어요. 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무역하는 분들 도와 통역도 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강사 수입도 안정적이지 않았고, 남들이 모르는 업무 고충도 있었어요. 오전 강의 준비하려면 새벽 일찍 나가야 했는데, 정작 오전 강의가 끝나면 저녁 강의까지 오후 내내 스케줄이 비어 있었어요. 규칙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거죠. 그때 또 토익이 한참 인기였던 데 비해, 일본어는 자격증 시험도 하나였고, 배우려는 사람도 영어에 비해 적더라고요. 장기적으로 강사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그럼 가게는 어떻게 열게 되신 건가요?

일하던 중에 돈까스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어요. 일본에서 쉐프로 일하는 분의 형님이었는데, 그분과 대화하다 보니 정말 우리나라에 일본식 돈까스가 많지 않고, 잘하는 가게도 몇 군데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전까지 돈까스나 요식업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였어요. 그래도 좋은 권유라고 생각이 돼서, 곳곳에 시장도 다니고, 조사 차 일본도 여러 차례 다녀봤어요. 열심히 준비 한 다음에 여기 창동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테이블 네 개짜리 조그마한 가게였어요. 처음에는 왜 강사 안 하고 요식업을 하려느냐고 주변에서 반대도 많았지만, 돈까스를 선택한 건 후회하지 않아요.     


마쯔무라 돈까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제가 일본 유학 당시, 아르바이트하면서 ‘마쯔무라 요시오’라는 이름을 썼어요. 그 이름으로 일하면서 주임까지 맡고 인정도 받았었죠. 그 기억 때문에 행운이 따르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마쯔무라’는 소나무 ‘소’에 마을 ‘촌’을 쓰는데, 소나무 마을이라는 뜻도 좋았어요. 소나무는 사계절 내내 시들지도 않고 태풍이 와도 버틸 정도로 굉장히 튼튼한 나무잖아요. 가게가 소나무처럼 튼튼하길 바랐어요. 또, 돈까스도 소나무처럼 계절을 안 타는 게 딱이었고, 아무도 특허를 안 낸 이름이어서 바로 낙점했습니다.     



메뉴는 어떻게 정하셨는지또 대표 메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히레나 로스처럼 일본에서 배워온 메뉴가 있고, 제가 일하면서 새로 개발해 넣은 메뉴도 있어요. 솔직히 부위는 개인 취향에 따라 갈려서 대표 메뉴는 특별히 없는데, 메뉴 하나를 꼽자면 치즈 치킨가스가 좀 특이해요. 아주 예전에 어린이 손님 한 분이 자기가 치킨도 좋아하고 치즈도 좋아하니까 같이 넣어서 튀겨주면 안 되냐고 한 적이 있어요. 그걸 계기로 개발한 메뉴에요. 닭 안심에 치즈 넣고 해보니까 직원들도 맛있다고 하고, 손님들 반응도 좋아서 메뉴에 넣게 됐죠. 근데 그래도 저희 돈까스는 고기보다 튀김가루가 포인트예요. 저희는 튀김가루를 직접 만들고 일주일 동안 숙성해서 날짜별로 바로바로 쓰거든요. 튀김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튀김가루라고 생각해요.     


오래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은 손님이 있으신가요?

기억나는 손님들 많죠. 배달 주문할 때마다 꼭 나보고 배달해달라는 꼬마 손님이 있었어요. 거기서 주문 들어올 때마다 요리하다가 잠깐 멈추고 직접 배달해 주기도 했네요. 나 아니면 안 된다고, 그렇게 내가 보고 싶다고 하던 그때 꼬마애. 지금은 이제 스물 몇 살 넘었겠네요. 또, 옛날에 늘 단체로 오던 외고 학생들 중에 현식씨라는 친구랑도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수능 하루 전날이었는데, 현식씨가 친구들 없이 혼자만 여길 왔다가 갔어요. 그때 수능이 되게 어려웠다는데, 점수가 나오고 보니 현식씨만 모의고사 때보다 오히려 성적이 오른 거예요. 그래서 그다음 해에 후배들 사이에 마쯔무라 돈까스에서 안심 롤 돈까스 먹고 성적 잘 나온 선배가 있다더라, 소문이 돌았나 봐요. 수능 전에 학생들이 우르르 와서 전부 다 안심 롤 돈까스만 시켜 먹었죠. 가게 안이 전부 외고 학생들이었어요. 그 메뉴는 이제 없어졌지만, 현식씨는 아직도 와요. 자주는 못 와도 장가가서 애도 데려오더라고요.     


늘 찾아주시는 분들을 보며 뿌듯하실 것 같아요.

저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었다고 하실 때가 제일 뿌듯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 일과가 있는데, 영업하는 날에는 늘 알람을 새벽 3시 반으로 맞춰 두고 밤에는 8시쯤 일찍 자요. 새벽에 출근해서, 지난밤 마감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고 육류작업을 먼저 하죠. 9시 정도면 육류작업 다 끝나고 사용할 나머지 재료도 7~80% 미리 준비해둬요. 9시 반 정도면 영업 준비 다 끝나고, 장사 시작. 힘들지 않냐고들 하는데, 음식이라는 게 당연히 이래야 해요. 손님들이 깨끗하게 비우고 잘 먹었다고 할 수 있게, 이런 돈까스 처음 먹어봤다고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거죠.     



가게를 운영할 힘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같이 오래 일한 실장님도 그렇고, 다른 직원들도 그렇고 모두 다 솔선수범해 주셔서 늘 큰 힘을 얻어요. 직원들이 바빠서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그러는데, 그래도 꼭 자기 가게, 가족 가게처럼 일해주시죠. 그래서 손님들은 저희가 다 가족인 줄 아시기도 하세요. 워낙 오래 같이 일하다 보니까, 저희 실장님은 저랑 부부로 오해받은 적도 있네요. 한 번은 제가 아내랑 산책하는데, 오히려 아내 쪽을 동생으로 보고 사모님 어디 갔냐고 하시는, 그런 오해도 있을 정도였어요. 또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시간 약속을 되게 중요하게 여기는데, 직원들이 전부 다 시간 맞춰서 일정하게 나와주세요. 항상 잘, 오래오래 일해주셔서 그게 가장 힘이 됩니다.     



마쯔무라 돈까스가 어떤 가게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가장 어려운 질문 같아요. 솔직히 저희 가게는 계속 기본에 충실한 것밖에 내세울 게 없다고 봐서요. 말씀드린 대로 튀김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튀김가루 신경 쓰고, 튀김 온도도 충실하게 계속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온도 알아서 맞춰주는 튀김기 대신 일반 냄비 걸어놓고 직접 불꽃 조절해서 튀김을 해요. 두껍고 천천히 튀겨야 하는 메뉴를 대충 기계에 튀길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그냥 기본에 충실한 가게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손님들께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너무 평범한 답인데,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없습니다. 찾아주시는 분들께 할 수 있는 말은 감사하다는 말, 계속 열심히 하겠단 말이 다예요.





 서유민

사진 김싱싱

인터뷰 정유진 서유민 천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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