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우선 일만여 시간을 그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계산해보면 매일매일 세 시간씩 투자했을 때는 십 년이 꼬박 걸리고, 하루 열 시간씩 투자한다 해도 전문가가 되려면 삼 년이 걸린다. 그만큼 꾸준한 노력과 연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1만 시간이라, 타당한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지만, 동시에 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창동역 2번 출구, ‘마차이나’의 서재덕 사장님은 무려 25년이 넘는 긴 세월을 중식과 함께해왔다고 한다. 중식 화구의 열만큼 뜨겁게 타오르는, 그 열정의 이력을 따라가 보았다.
“저는 어려서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제대로 못 했었어요. 가정 형편상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항상 고민이었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일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제 장사로 성공하고 싶었거든요.”
마차이나의 오너 겸 셰프, 서재덕 사장님은 열아홉 살 적 고향 청주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작은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중국집 배달원을 시작으로, 쉼 없는 노력의 서막이 올랐다. 무엇보다 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사장님의 주된 동력이 되었다. 단골의 주문이 끊기면 박카스를 들고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배달이 바쁘면 식사 시간을 줄이고 배달과 배달 사이 건물 비상계단에 앉아 끼니를 해결했다. 친척의 가게여서 열심히 일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장님은 월급 이상의 가치가 있는 사람을 꿈꿨다. 고용주가 더 많은 월급을 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작은아버지 가게에서 10년이 흘렀다. 서른 살이 된 사장님은 독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마침내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마차이나는 사장님의 두 번째 가게다. 배달 전문이었던 첫 번째 가게는 약 칠 년 가까이 운영했는데, 배달 음식의 한계를 느낀 사장님은 고심 끝에 더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자는 마음으로 확장 이전을 결정했다. ‘마차이나’는 그때 지은 이름이다. 중식이니까, 중국, 차이나. 맛있는, 맛, 맛있다, 차이나는 음식, 차이나, 등등. 여러 가지 고민 후, 사장님은 차이 나게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을 ‘마차이나’라는 발음대로 적었다. 바뀐 건 이름만이 아니었다. 조리 기술과 서비스 면에도 한층 더 새로운 차원의 노력이 더해졌다. 더 좋은 레시피를 위해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러 다닌 건 기본이었고, 서비스 공부며 가게 운영 공부는 가게의 자극제가 되었다.
“저는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긴장 푸는 일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실수가 일어나는 건 한순간이거든요. 혹시라도 음식이 잘못 나가면 죄지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날엔 잠도 잘 못 자요. 단 한 끼 식사여도, 손님들은 정말 귀중한 시간 내서 오시는 거니까요.”
가게 한쪽 편에 마련된 셀프 계란후라이 코너도 사장님의 식지 않는 열정의 산물이다. 2020년 초 마련된 계란후라이 코너는 누구에게나 맛있고 친절한 가게를 만들고자,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자유롭게 밥을 퍼갈 수 있도록 꺼내둔 밥통 역시, 식사를 더 편하게 즐기라는 사장님의 배려다. 사장님은 사업을 통해 비로소 적성을 찾았고, 마차이나는 창동에서 손에 꼽는 중식집이 됐다.
사장님께서 가장 뿌듯한 점은 무엇일까. 사장님은 사람들의 만족하는 얼굴에서 가장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차이나가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는 멘보샤, 동파육, 찹쌀 탕수육에 더해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군만두까지, 메뉴들은 오랜 연구 끝에 자리를 잡았다. 연구가 끝난 메뉴들을 처음 선보였을 때, 손님들이 호평해준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는 사장님은 더불어 정말 맛있게 먹고 간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그때까지 문 닫지 말고 여기서 오래오래 장사 해달라는 손님 한 분 한 분을 자신의 팬처럼 기억하고 아낀다고 말했다. ‘마차이나’라는 개인 브랜드의 성장은 사장님의 노력과 그 노력을 알아준 손님들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사장님은 성장한 만큼,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일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저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1년에 10번 정도 봉사를 다니고 있어요. 원래도 봉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요. 장애인 복지관, 노인 복지관 같은 곳에 찾아가 짜장면이나 탕수육 같은 걸 만들어 드리면 즐겁더라고요. 맛있게 드시는 모습 보는 것도 장사만큼이나 기쁜 일이에요.”
중식은 우리에게 언제나 넉넉한 만족을 준다. 중식에는 맛만이 아니라 사람이 함께하고, 웃음이 함께한다. 이사 날, 졸업식 날, 체육대회 등의 큰일에도 언제나 함께한다. 짜장면, 짬뽕, 게살 스프, 멘보샤, 오향장육, 깐풍기, 유린기, 속을 가득 채운 군만두와 입에 척척 달라붙는 새콤달콤한 향기의 탕수육 등……. 엄청난 불 앞에서 사장님이 커다란 웍을 힘껏 흔들자 또 한 번 뜨거운 기름에 재료가 튀겨지듯 익는다.
앞으로도 꾸준히 베풀고 나누며 살고 싶다는 사장님은, 손님들이 마차이나를 가족처럼, 동생이나 형네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가게로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연거푸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언제나 부족한 것 없이 맛있게 먹고 배부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진심이 마음에 깊숙이 다가왔다. 배달원 시절부터 이미 중식의 달인이자 전문가가 된 후에도 기꺼이 더 노력하는 사장님, 그리고 성장하는 마차이나를 함께 지켜보자. 찾아갈 때마다 더 성장한 맛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글 서유민
사진 김싱싱
인터뷰 정유진 서유민 천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