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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un 08. 2022

트림이 필요해도 '먹고 싶어' 한다?

‘트림’에 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①



“휴일 내내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온종일 안아달라고 보채는 거예요. 먹은 지 한 시간 조금 지났는데 자꾸 더 달라고 하고, 그래서 줬는데 조금밖에 먹지 않고 잠들어버리고. 잠들었다 싶어 내려놓으면 다시 안아 달라고 보채고. 깊이 잠든 것 같아 내려놓으면 금방 깨서 안아달라고 보채고. 안아 줘도 울고…. 온종일 이랬거든요”     


월요일 혹은 휴일 다음 날 출근해 자주 듣곤 하는 하소연이다.      


‘그래서 온종일 교대로 안고 있었다.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했다. 밤새 안고 있었다. 남편은 새벽이 다 되어 겨우 잠들었다 허겁지겁 출근했다. 어깨 팔목 안 아픈 곳이 없다.’ 등, 산모 대부분 표현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은 하소연을 기다렸다는 듯 쏟아내곤 한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주말을 하소연하는 산모에게 “트림이 필요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요!”로 우선 대답해주면 설마?요, 도무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맞다. ‘트림이 필요해서’였을 가능성이. 아기들은 트림이 필요할 때도 먹고 싶을 때와 똑같은 반응을 한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안고 있는 어른 가슴이나 팔 쪽으로 입을 돌려 빨려고 하거나, 입 주변에 무엇이 있으면 빨려고 하거나, 무엇을 먹을 때처럼 입을 계속 움직이거나, 자기 손을 입으로 넣으려 하거나 등, 정말이지 먹고 싶을 때와 똑같다. 헷갈리기 딱 좋을 정도로.     


그래서 먹인지 한 시간 조금 지났는데도(평소 먹던 대로 먹였는데도) 먹이게 되는 것이다. ‘젖이 부족했나?’, ‘급성장기라는 게 왔나?’, ‘소화가 빨리 됐나?’ 이런 지레짐작을 하면서 말이다.      


더욱 헷갈리게 하는 것은 이럴 때 먹이면 대부분 아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배가 많이 고팠던 아기처럼 허겁지겁, 그리고 매우 세게 빨아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먹지 않고 잠들어버리는데도 ‘정말 배가 고팠던 것 맞구나, 잘 줬다.’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깨어 울거나, 먹고 싶은 반응을 다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시 먹이게 된다. ‘정말 상상도 못 할 만큼 많이 먹는다는 급성장기가 왔나 보다’ 생각하면서. 그래서 하소연처럼 온종일 안고 있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아기는 어떨까?  

  

‘트림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속이 불편해서 어떻게 좀 해주세요’ 호소했던 것인데 계속 먹이기만 하니 불편한 속은 해결되지 않는다. 아니 불편함을 덜어주기는커녕 먹이니 불편함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그리고 계속 칭얼대며 달라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말이다.  

    

우리가 속이 좋지 않은데도 자꾸 먹었을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까?     

 

게다가, 신생아 때는 먹는 것 중 많은 것을 내보낸다. 그러니 얼마만큼을 먹었든 먹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저귀를 적시게 된다. 찔끔 자주 먹은 만큼 기저귀도 찔끔 자주 내보내게 된다. 불편한 속 때문에 불안해져 기저귀에 더욱 민감해진다. 아기로서는 자고 싶어도 깊이 잠들지 못해 불편함에 불안감이 더해져 어른들에게 더욱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가 될까?     


솔직히, 나도 몇 년 전까진 전혀 몰랐다. ‘더 먹고 싶어 그러나?’ 지레짐작하며 먹이기 일쑤. 먹다 남긴 분유를 버리기 바빴다. 그래서 모유 관련 어떤 책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읽는 순간 반신반의했다. 그간 어떤 책에서도 읽지 못한, 전혀 들은 적이 없던, 물론 교육 때도 전혀 듣지 못한 그런, 뜻밖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난날이 돌아 보이며 그럴지 모른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후 아기들을 돌보며 적용해 봤는데, 지난날이 억울할 정도로 정말 맞았다.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먹고 싶어 하는 아기를 안고 토닥거리자 깊고 큰 트림을 했다. 트림하지 않는 아기도 등을 좀 오래 쓸어준 후 눕히면 그 후 1시간 이상 깊이 잠들곤 했다.      


대부분의 아기가 그랬다. 그래서 몇 년째 계속 이처럼 해주고 있다.   

    

그동안, 산후관리사인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좀 섭섭해지기도 했지만, 산모로선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하기도 했다. 여전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육아 관련 책에도 없는 이야기이고. 앞에서 이미 말한 대로 교육받은 사실도 없다. 그런 만큼 대부분 산후관리사도 모를 가능성이 크니 말이다.      


여하간, 처음엔 트림 때문에 먹고 싶어 했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던 산모들도 어느 날 “관리사님 말처럼 해봤더니”를 언급하며 이미 먹었는데 다시 먹고 싶어 하는 아기를 안아 트림시켜준 덕분에 편안하게 잠든 어젯밤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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