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취 잎이 예뻐서 그에 놓고(2023.4.22) 바구니 바로 앞에 자라는 것은 곤드레나물이다(2023.4.22) 두릅은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나머지로 비빔국수를(2023.4.22)
오늘(2023.4.22) 채취한 텃밭 채소들도 꼬막비빔국수를 해 먹었다.
텃밭이 넓은 편이라 구석진 곳에 퇴비장을 마련, 텃밭에서 나오는 거름거리들(풀이나 옥수숫대 같은 것들)과 음식물을 모아 거름으로 쓰고 있다. 일요일인 어제 오후(4.22), 음식물 통과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갔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후 밭을 매고 올 생각이었다.
봄이련가 안부가 궁금한 텃밭 작물들이 많다. 더덕, 도라지, 달래, 머위, 방풍나물, 부지깽이나물(울릉도쑥부쟁이), 부추, 쪽파... 이렇게 뿌리로 겨울을 나는 것들이다. 올봄에는 유독 참나물 안부가 궁금했다.
지난해 봄, 마당에 놓은 화분에 참나물 씨를 뿌렸다.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 후 처음이었다. 화분에 씨를 뿌린 것은 일구고 있는 텃밭이 비교적 가문 편이라 참나물 씨가 싹을 얼마나 틔울 수 있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화분에서 뿌리를 만들어 옮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획보다 늦게 옮기게 되었다. 여름내 몇 잎씩 뜯어 겉절이에 섞어 먹는 재미가 좋아서 옮겨야지 옮겨야지 하면서 초가을까지 미뤄진 것이다.
일하면서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이다보니 주말에나 밭에 갈 수 있다. 큰 비가 오거나 주말에 일이 있으면 밭에 가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해는 3월부터 유독 바빴다. 초가을에야 참나물을 겨우 옮기게 되었다. 옮겨놓고 적응하기까지 물을 주거나 풀을 뽑아주는 것이 필요한데 옮겨놓고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하고 가을이 무르익었다. 미안함과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부실하게.
이런 이유로 올봄 싹을 제대로 틔울까? 걱정되고 궁금했던 것. 일주일 전에 참나물 잎을 수확해 먹었다. 올해 들어 처음 맛본 참나물 한 접시였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어머나! 겉절이에 곁들일 수 있는 양을 다시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일주일새 부지런히 자랐다. 고맙게도. 그런 참나물을 보는 순간.
'비빔국수 해 먹으면 좋겠다. 앞 밭에서 부추 좀 자르고, 돈(돌) 나물도 한 줌 뜯고, 더덕순도 잘라볼까? 어제 사온 꼬막도 넣고...'
어제 비빔국수는 이렇게 해 먹게 된 것이다. 참나물이 반가워서. 참나물 본 김에. 참나물 맛과 향에 끌려서.
오래전에 마트에서 참나물을 몇 번 사 먹은 적이 있다. 처음 먹어봤을 때, 그냥 그런 나물맛이란 생각을 했다. 솔직히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잎줄기가 길어 무쳐 놓아도 볼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나마 몇 번 사 먹은 것은 어떤 책에서 '나물 중에 으뜸이라 참나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부분을 읽은 데다가 어느 날 남편이 무슨 나물이냐? 고 물을 정도로 맛있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나물 중에 으뜸이라 참나물이란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도무지 와닿지 않았다. 길쭉한 줄기 끝에 가냘픈 잎 달랑거리는 나물 모양새에서 풍부한 영양가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참나물 맞아? 참나물이 아닌데 그냥 참나물이라 부르는 것 아닐까?'
이런 참나물이 가꿔 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이즈음 이웃 형님이 참나물이라며 한소쿠리를 뜯어주면서. 이런 의심까지 할 정도로 이제까지 만난 참나물과 전혀 다른 참나물 모습이었는데, 먹어보고서야 '아하! 이래서 참나물이구나!', 나물 중에 으뜸, 그래서 참나물이란 이름까지 붙였다는 것이 와닿았다. 당연히 몇 년 동안 참나물에 대해 품었던 이해 못 함이 싹 사라지고 말았다. 맛도 진한 데다가 향도 엄청 진해서였다.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사 먹는 참나물은 줄기가 길다. 맛도 향도 좀 밋밋하다. 하우스에서 재배하기 때문이란다. 여하간 이웃 형님이 뜯어준 참나물을 맛본 후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참나물을 사 먹은 적이 없었을 정도로 노지에서 자라는 참나물은 맛있다.
3년 전 가을, 참나물을 잘라준 이웃 형님 밭에서 참나물 씨를 받아 2년째 수확해 먹고 있다. 이렇게 노지에서 심어 가꾸면 슈퍼에서 사 먹던 것들과 전혀 달리 줄기가 짧고 굵게 자란다. 맛도 향도 진하다. 겉절이에 몇 잎 넣거나 쌈에 곁들이면 격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향긋하니 맛있다.
나물 중 으뜸이라 칠 정도로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단다. 그래서 고향으로 귀촌한 친정언니에게 씨도 받아주고, 모종도 몇 개 뽑아 줬다. 길러 먹는 참나물 극찬을 하며. 언니도, 다른 형제들도 진짜 참나물 맛을 볼 수 있길 바라며.
2022년 수확 참나물. 시중 판매 참나물보다 잎은 크고 잎줄기는 짧고 굵은 펀이다. 참나물을 넣은 겉절이
가을로 갈수록 키가 커지고 잎이 억세 진다. 그런 모습이 보이면 곧 꽃이 핀다. 참나물 꽃. 베란다 텃밭에서도 쉽게 가꿀 수 있는 나물
참나물은 일반 채소들에 비해 영양가가 높은데, 무기질과 각종 비타민, 섬유질이 많다고 한다. 특히 베타카로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눈 건강에 좋다고 한다. 우리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들풀인 씀바귀처럼 체내 노폐물 배출 성분이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항산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암 예방과 피부 노화 방지에 좋다,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 성분도 있다,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칼륨과 칼슘, 인 성분도 있다.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산성 체질 중화에 도움 된다. 참나물에 이처럼 약리 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많아 옛사람들은 '나물약'이라고까지 불렀단다.
참나물 효능에 대해 알아보니 이 정도. 뭣보다 향긋하니 맛있어서 좋아하는 나물이다.
이 참나물 재배는 매우 쉽다. 씨앗으로 심어도 싹이 잘 나는 편이다. 씨앗도 많이 맺힌다. 여러 해살이라 한번 심으면 두고두고 채취해 먹을 수 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텃밭을 일군다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권하고 있다. 가을에 메리야스 단추보다 작은 흰색의 꽃이 핀다. 꽃이 진 후 길쭉한 씨앗이 달린다. 그걸 채취했다가 봄에 뿌리면 된다. 베란다에서도 잘 자란다.
꼬막비빔국수는 이렇게
1. 꼬막은 해감(찬물로 가볍게 씻은 후 꼬막이 완전히 잠길 정도의 소금물에. 수저 1~2개 넣고 진한샥 천 등을 덮어 어둡게 둔다. 30분~1시간 남짓) 후 삶아 껍데기를 분리. 준비해둔다. 꼬막을 초고추장으로 버무려 뒀다 국수와 섞으면 더 맛있다.
2. 국수는 넉넉한 물에 저어가며 삶아야 맛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국수룰 펼쳐가며 넣은 후 물에 모두 잠기게 섞어준다. 그러다가 끓으면 물을 조금 넣은 후 끓도록 둔다. 끓기시작하면 휘리릭 젓는데, 국수가 조금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익은 것. 여러차례 씻어 전분기를 뺀다.
3. 삶아진 국수를 생들기름으로 무쳐 놓는다. 참고로 나물을 무치거나 비빔밥 혹은 비빔국수에는 그냥 들기름보다 생들기름이 더 맛있는 것 같다.
4. 꼬막과 국수를 고추장. 설탕. 식초. 참기름. 간장 약간으로 무친 후 준비해둔 채소를 잘라 넣고 가볍게 무쳐준다. 그릇에 담은 후 통깨를 뿌려준다. 초고추장을 기본 양념으로 이에 양념을 조금씩 더 넣어 무쳐도 맛있다. 좀더 색다른 매운 맛을 원하면 겨자 혹은 와사비를 조금 넣으면 된다.
2023년 5월 3일 현재 덧붙임.
시중에서 '참나물'로 판매되는 것은 파드득 나물(삼엽채)을 개량한 것이란다. 우리 파드득이 아닌 일본 파드득을. 참나물은 깊은 산속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로 구히기 힘든 데다가 재배도 쉽지 않아 일본 파드득을 개량한 것이라고. 아마도 참나물 씨앗으로 팔리는 것도 파드득 나물 씨앗일 것 같다.
참고로 참나물과 파드득이 다른 점은 참나물은 줄기가 붉고, 파드득은 초록색. 파드득 또한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단다. 아래 관련 기사 참고.
각종 효능 ‘참나물’과 ‘파드득나물’ 구분법 < 건강ㆍ보건 < 뉴스 < 기사본문 - 에코타임스 (ecotiger.co.kr)
이거 참나물 아닙니다, '파드득나물'이에요 - 오마이뉴스 (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