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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un 20. 2022

"산모님은 옛날 사람이 아니잖아요!"

수유에 도움되는 육아템 적극 활용을

아기들이 젖먹는 것을 힘들어하는데 함몰유두처럼 눈에 띄는 경우가 아니라면 ‘젖이 부족한가. 젖 먹이는 자세가 잘못됐나, 내 젖에(내용물이) 문제가 있나? 분유가 더 맛있나? 모유와 분유를 구별하나?’ 등으로 추측해 말하는 산모들이 많다. 간혹 “아기가 내젖이 싫은가 봐요”라며 울음까지 터트리는 산모도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의 이유 혹은 원인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 간과하는 것이 있다. 유두, 즉 젖꼭지가 너무 크거나 반대로 너무 작아도 먹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아기들은 분유와 엄마 젖을 다른 방법으로 먹는다. 인공젖꼭지는 그대로 빨아 먹는다. 하지만 엄마의 젖은 훨씬 복잡하게, 혀로 젖꼭지를 감아올린 후 유륜을 자극해 먹는다.   

  

그런데 유두가 지나치게 크면? 입속이 꽉 차게 된다. 당연히 힘들다. 우리가 매우 큰 떡이나 큰 상추쌈을 입안 가득 먹을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까? 그런데 그렇게 오래 빨아야 한다. 그 작은 입으로 말이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글 ‘자주 물리면 젖은 는다?’에서 젖 분비를 방해하는 것은 스트레스와 영양 상태, 그리고 휴식 부족이라고 했다. 혹여 ‘영양 상태’ 부분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영양 부족’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산모는 잘 먹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마도 요즘엔 영양 부족보다 영양 과잉으로 젖먹이는 것이 힘든 산모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산모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가슴 크기와 젖꼭지 크기의 상관관계는 모르겠다. 여하간 영양이 좋기 때문인지 갈수록 가슴도 젖꼭지도 큰 산모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게다가 나만 느끼는 것인지 점점 갈수록 젖꼭지가 함몰된 산모들도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또한, 지나친 영양으로 ‘울혈’과 같은 유방 트러블을 겪는 산모들도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예전보다 수유 조건이 좋지 못한 상태의 산모들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주 물려라. 그러면 젖이 는다”로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산모 스스로 이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우여곡절은 당연하다.      


그래서 이런 경우 한동안 유축해 먹일 것을 권한다. 아기의 입이 조금 더 커지고 빠는 힘이 보다 세지면 쉽게 극복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제까지만 해도 잘 물지 못하던 아기가 오늘은 그래도 좀 쉽게, 그리고 제법 오래 빨아 먹을 정도로 생각보다 빨리 그 시기가 오고 말이다.


  


   


아기가 젖을 충분히 빨아 먹게 되면 엄마의 젖은 ‘아기가 계속 자라는데 이것으로는 안 되겠다’로 인식해 더 많은 젖을 분비한단다. 하지만 아기가 충분히 빨아먹지 못해 젖이 어느 정도라도 남는 것이 되풀이되면 엄마 젖 스스로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다. 무리해서 젖을 낼 필요가 없겠다’로 인식, 젖 분비를 줄인단다. 물론 산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다.     

 

이런 이유로도 출산 후 한동안 유축기 사용을 권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산모에게가 아니다. 아기가 먹는 양 70~80%라도 되는 산모들에겐 가급 직접 물리는 방법을 택하게 한다. 수유 때마다 가급 아기에게 물리는 것으로 엄마의 젖을 아기의 입이 잊지 않도록, 산모의 젖은 아기의 입을 잊지 않도록 유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계=인공적인, 자연스럽지 못한=바람직하지 못하다’와 같은 논리로 유축해 먹인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죄책감을 말하며 유축기 사용을 꺼리는 산모들도 간혹 있다. 이미 출산 경험이 있는 지인의 유축기 사용 불편함 혹은 불필요함을 더욱 신용하는 산모들도 있다. 객관적으로 유축기 도움을 어느 정도 받아야만 하는 산모의 개인 사정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옛날에는 유축기가 없었잖아요. 그런데도 다 젖을 먹였잖아요!”     


때문일까. 유축기를 권하면 이처럼 말하는 산모들도 아주 가끔 만난다. 답하곤 한다.      


“그런데 산모님은 옛날 사람이 아니잖아요!”  


              



출산 후 한동안은 젖양이 많지 않은 산모들이 더 많다. 이에 ‘젖꼭지가 지나치게 크다거나 반대로 너무 작거나, 혹은 함몰이거나, 혹은 유륜 부분이 딱딱해지거나’ 등의 문제까지 더해지면? 아기로서는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고 그래서 목에 힘을 잔뜩 주고 젖으로부터 떨어지려고 하거나 우는 등으로 젖 먹기 힘들어요! 호소할 수밖에 없다.


분비된 젖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면 젖몸살(울혈)로 이어지는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방지해주는 것도 유축기다. 분비된 젖이 고이지 않게 손쉽게 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산모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유축기 사용은 필요한 것이다. 


물론 모든 아기가 엄마의 젖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조건이 그다지 좋지 못해도 조금만 도와주면 잘 먹는 아기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봐도 젖 먹기 좋은 것 같은데 잘 먹으려 하지 않는 아기들도 있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요즘 산모들 대부분 어느 정도의 유축기 사용으로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물론 산모가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먹일 수 있는 상태가 가장 좋겠다. 하지만 쉽지 않다. 출산을 감당하는 몸과 마음이 예전 산모들과 다른 것은 물론 출산 환경이나 현실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육아 현실도 다르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요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육아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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