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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ul 07. 2022

“울 때마다 안아주면 버릇된다는데...”

백일 전 아기 울음은 일종의 소통



 “울 때마다 안아주면 버릇된다고 그냥 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안아서 달래줘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둬봤어?) 네. 말 마요. 40분이 지나도 계속 우는 거예요. 할 수없이 안아줬더니 금방 잠들더라고요. 우리 oo인 정말 강적이에요. 안아줄 때까지 끝까지 울어요. 이렇게 우는 아기들도 있어요? 대체 뭐가 맞아요?”    

 

고향 후배가 전화해 묻는다. 두 달쯤 된 아기를 키우고 있었다. 40분이나 울게 둬봤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기도 아기 나름이지. 아직 많은 것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때인데….   

  

“그즈음 아기들은 계산하거나 그러면서 울지 않아. 그냥 그 순간 불편하니까, 어른들 손이 필요하니까 어떻게 좀 해주세요. 울음으로 말하는 거야. 일종의 소통인거지. 그런 아기를 그냥 두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면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어떻게 해주세요. 울었던 건데 해주지 않네. 그런데 잠이 더 오고 그러면 우는 것을 멈추고 자겠지. 그걸 보고 그냥 두면 그친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고.


40분이나 울었다는 것은 강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이유가 있었던 거야”     


후배처럼 묻는 산모들이 많다. 후배처럼 실제로 계속 울게 둬봤는데 도무지 멈추지 않아 할 수 없이 안아줬다는 산모도 있다. 혹은 한참 울더니 스스로 멈추고 잠들었다는 (첫째 때) 경험을 이야기하는 산모도 있다.      


앞의 이야길 들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만, 뒤의 경우는 솔직히 아득해진다. 아기가 겪었을 어른들 혹은 세상에 대한 불신? 일종의 절망감 같은 것 때문이다. 물론 그 순간 아기는 그렇게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와 같은 경우가 반복되면서 아기도 모르게 쌓일 그런.     




아기의 울음은 산모들을 불안하고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2007년부터 산후관리사를 해온 내게도 아기의 울음은 여전히 조바심 나게 한다. 그래서 한편으론 후배의 하소연이 이해되기도 한다.      


물론 버릇처럼 우는 아기도 있을 것이다. 계속 울어도 안아주지 않아 스스로 멈추고 잠드는 아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울 때마다 안아주면 버릇된다. 그냥 두면 스스로 멈춘다’와 같은 그릇된 이해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산후관리사를 오래 하며 확신하게 된 것 중 하나는 아기의 모든 울음은 어른들이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버릇처럼 우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아기들로서는 절실한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불편한 것이 없다면 대부분의 아기는 혼자서도 잘 놀거나 잘 잔다는 것, 아기가 우는 이유를 제대로 해결해줌으로써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육아)이 우리 어른들 몫’이라는 것이다.   



   

‘장정 열 명 살피는 것보다 부인 한 명 살피는 것이 몇 배 힘들고, 부인 열 명 살피는 것보다 아기 한 명 살피는 것이 몇 배 힘들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아기 돌보는 것은 힘들고 조심스럽다. 특히 ‘~백일 무렵’의 아기들은 백번 바뀐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 그만큼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그래서 육아는 힘들다.      


산후관리사라고 육아가 쉬울 리 없다. 솔직히 말하면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일 때까지 너무나 힘들었다. 이렇게 해 줘봐도 울고 저렇게 해 줘봐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기를 어떻게든 달래본다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기 일쑤였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렇게 마음도 몸도 지쳐 그만두고 싶은 마음만 절실해지곤 했다.      


그나마 좀 수월해진 것은 경험이 쌓이면서 아기를 교육받은대로가 아닌 아기 저마다의 개성과 성향이 다른 생명체로 받아들이면서. 아기마다 다르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그 아기만의 뭔가가 보였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교육받은 대로라면 아기들은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을 때, 덥거나 추울 때, 트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복통 혹은 영아 산통, 졸릴 때 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획일적인 지식으로만 아기의 울음을 받아들이면 그 아기만의 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지 못하게 되고 달래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울음이 되고 육아가 힘들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까칠한’ 혹은 ‘까다로운’ 아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기 때문인데도.  



   

“여기(다리), 여기(팔), 여기(머리)에서 벌레들이 막 기어 다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두 달간 케어를 예약한 산모가 있었다. 첫날 산모가 부탁했다. “첫째가 잠투정이 심했는데 지금도 잠들기 전까지 칭얼댄다. 둘째도 잠투정이 심하다. 기분 좋을 때도 잠들기 전 30분은 언제나 운다. 안고 있어도 운다. 아기가 잠들 때까지 잘 안아만 주시면 된다”     


신생아 때부터 35개월이 된 당시까지 잠투정이 심하다는 아이에게 잠자려고 할 때마다 우는 이유를 물으니 이처럼 대답한다. 그 집 아이들처럼 아기마다 어른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울음으로 하소연할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아기마다 있다.  그 이유 중엔 아기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안아서 달래주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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