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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ul 09. 2022

“많이 안아주면 손탄다는데...”

백일 전 아기는 손탈 수 밖에 없다



“많이 안아주면 손탄다는데….”

“그렇게 많이 안아주시면 애 엄마가 많이 힘들 텐데….”     


아기를 많이 안아주는 편이다. 때문인지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나뿐일까? '아마도 산모들이 어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지레짐작까지 해볼 정도로 묻지 않는 산모는 없다. 열이면 열 모두 묻는다.     


덧붙이면, 나도 참 많이 들었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물론 어쩌다 만난 친척 어르신들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 말했다. 그런데도 거의 온종일 안고 있었던 기억이 많다.      


난들 아기를 온종일 안고 싶었을까? 너무 힘들었다. 어깨와 팔, 허리가 아픈 것은 당연, 온몸이 저렸다. 그런데도 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안아주지 않고 우는 애를 달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몰랐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손탈 수밖에 없어요. 젖(분유) 먹인다고 안아주죠. 트림시킨다고 또 안게 되죠. 그것도 종일 몇 번이나 이렇게 저렇게 안기게 되는데 어떻게 어른들 품이 좋은 걸 모르겠어요. 안기면 좋잖아요. 따뜻하고 아늑하죠. 게다가 뱃속에서 늘 들었던 심장 소리까지 들리네. 그래서 안심이 되네. 어떻게 손을 안 탈 수 있겠냐고요. 손타는 것 당연하죠.”   


 






‘아기들은 반복적인 학습(?)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러니 자꾸 안아주면 안아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거니 싶다. 그런 만큼 많이 안아주지 않으면 안아달라고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진 안아줘야 할 때와 안아주지 않아도 될 때(안아주면 습관 될 수도 있는 그런)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안아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진 어른들 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아기로서는 어른들 품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많이 안아주면 손탄다는 말은 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란 생각이다.      


아기를 안고 있다 보면 이미 충분히 트림을 시켜 재웠는데도 트림을 계속하며 자는 아기도 있고 끊임없이 목에서 꿀렁꿀렁 소리가 나는 아기도 있다. 배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 아기도 있다. 어른들도 이처럼 뱃속이 편하지 못하면 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충분히 감싸 안고 있는데도 움찔움찔 놀라는 아기도 있다. 불안해서이다. 그래서 안아주고 또 안아 준다.   

  

산후관리사들도 아기를 많이 안아주는 것은 힘들다. 요령이 있을 수 없다. 그냥 그대로 몸이 힘들다. 다만 내색하지 못할 뿐이다. 게다가 남의 아기다. 그런데도 안고 또 안아주는 것은 아기들이 안아주길 원할 때는 아기만의 절실한 이유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른들 보기에 ‘버릇된 것’처럼 보여도 말이다.    

  

“이 무렵 충분히 안아준 아기들일수록 순해요. 백일 지나면 더 잘 떨어지고. 혼자서도 잘 놀고. 그동안의 경험상 아기가 원할 때 충분히 안아주면 십중팔구 70~80일 무렵엔 잘 떨어져요. 그동안 백일까지 해준 아기들 다 그랬거든요.”      


산후관리사로 수많은 신생아를 만나며 느낀 것은, 그리고 확신하는 것은 아기들은 태어나는 순간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 그런 만큼 이유 없이 어른들 품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혼자서도 놀 수 있거나 잠들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얼마든지 그런다는 것. 그 조건들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시기가 백일 무렵(물론 아기마다 차이는 있지만)이라는 것이다.     






많이 안아주면 손탄다를 묻는 산모들에게 들려주곤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단체보육시설의 아이들은 더디 자란다. 넉넉하게 먹이는데도 늘 생기가 없고 병치레가 잦다. 아이들을 쑥쑥 자라게 하는 건 쌀 한 톨, 우유 한 모금이 아니라 엄마의 다정한 어루만짐과 따뜻한 눈빛이다……. 병원에서 신경을 써도 골골하던 아이들이 위탁모의 품으로 넘어간 뒤엔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볼이 발그레져 방문하곤 했다. 한편으론 섭섭하고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엄마 품에 안겨본 아이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다‘-<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에서.      


서울시립아동병원과 홀트아동병원에서 50여 년간 버려진 아이들과 함께했던 조병국 원장의 책 일부분이다.


덧붙이면, 시름시름 앓던 아기도 하룻밤 온전히 안아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회복한다는 것, 아기들에게는 엄마 품이 혹은 어른들 품이 최고의 명약이라고 한다.


아기들과 지내다 보면 이 말이 실감날 때가 많다. 오래, 그리고 제대로 안아 준 후 내려 놓으면 어른들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때처럼 까칠해 보였던 아기가 어느새 평온해진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확신한다. 엄마의 품은 아기들이 만나는 세상 그 시작이라고. 충분히 안아 키운 아기들일수록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갈 수 있다고. 장차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쉽게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자양분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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